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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Jan 12. 2022

가치의 고민 - 메이커 스페이스 (1)

정리된 차고의 실패, '메이커 스페이스'는 왜 주춤거리는가.

 메이커 운동은 미국과 유럽의 소위 '차고 문화'(Garage Culture)에서 영향을 받은 운동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유명한 블록버스터부터 싱스트리트처럼 음악에 관한 유럽 영화까지 많은 곳에 등장할 정도로 서양의 차고 문화는 상당히 익숙한 문화이기도 하죠. 뚝딱뚝딱 뭘 만들고 음악을 하기도 하고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창작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차고 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차가 만들어져야 차고가 있는 거 아니냐. 

 노동에 대한 가치가 투쟁과 투쟁을 거쳐서 정착한 서구권에서는 인건비가 비싸서 DIY가 거의 필수적인 요소였죠. 그 가장 중요한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였습니다. 날씨와 시간과 같은 환경의 제약을 덜 받는 차고나 창고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던 그런 영향이 메이커 운동이라는 활동의 기반을 형성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공방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일장'이라는 표현이 지방에서 흔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한국도 장이 설 때 이외에는 물건 공급이 쉽지 않은 시골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거나 고쳐서 쓰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토 자체가 그리 넓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죠. '차고 문화'가 형성될 정도로 자동차와 같은 모빌리티가 발달한 시기에는 이미 대부분의 농촌이 도시와 교통망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로 몰린 이후로는 그런 성향 자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죠. 

 전통적 의미의 장인들이 존재하는 공방이야 당연히 존재하지만 '메이커 운동'이 의미하는 것은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거 우리나라 도기 아닙니다. 무료 이미지 찾다 보니...


 2000년대 후반, 경제라는 키워드를 달고 당선된 당시 정부는 취업률 증진을 위해 독특한 전략을 들고 왔습니다. 그걸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간제 강사를 급속 육성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제 수업을 하면 취업률로 포함시키는 계획이었죠.


 그렇게 빠르게 강사들을 찍어내기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공방 문화'였습니다.


 꽃꽂이, 바느질, 양초, 비누, 가죽공예... 수없이 많은 수업들이 쏟아졌습니다. 실제로 웰빙이라는 코드가 유행했던 2000년대 중반에는 다양한 예술과 공방 문화가 각광을 받기도 했죠. 평생교육원부터 여성단체들이나 여러 가지 센터들에서 수많은 공방 강사들에게 10차시에서 12차시 배운 경력단절 여성, 노년층, 미취업 청년들이 공방을 창업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공방 붐이 불었고, 결론적으로 그 창업은 수많은 폐업으로 이어졌죠. 당연히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은 창업들이었으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공방들은 크래프팅이긴 했지만 보통 한정적인 분야의 공방이었습니다. 목공과 용접부터 시작하는 미국의 DIY중심의  '차고 문화'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는 먼저 기술을 배우고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 위주의 공방이었기에 목적의 선후 자체가 좀 다르다고 봐야겠죠.




 시간이 흘러 2016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임기 중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사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습니다. 그 이후에 들어선 다음 정부는 뭔가 다르고 새로운 제시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전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알듯 말듯한 네이밍을 뒤집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꺼냈죠.


 그러면서 그와 동시에 '4차 산업'부흥을 위해 코딩 교육의 공교육화와 함께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사업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전에 비슷한 사업이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라는 단체에서 교육 관련된 사업에 대해서 많은 지원을 받아 여러 사업을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무한상상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커 스페이스'는 이름은 달랐지만 '무한상상실'이라는 창의적 공용 공방의 개념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첫 해에는 '무한상상실'을 운영하던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메이커 스페이스'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언제나 첫 사업이 그렇듯 지원금도 지원내용도 상당히 파격적이었고 그만큼 엄청난 관심이 전국으로부터 쏟아졌죠. 엄청난 경쟁률은 덤이었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무한상상실'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무한상상실이 시대의 흐름에 맞춘다는 의미에서 3D펜이나 프린터를 결합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었다면, '메이커 스페이스'는 반드시 '4차 산업'과 결합하는 형태를 추구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연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꺼낸 사업이었으니까요. 


 참고 삼아 이야기하면 무한상상실도 아직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몇 년 전부터 교육기부박람회 등 교육 쪽 사업에서 강하게 영향을 발휘하는 곳이라 학교 내 무한상상실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금도 각급 학교에 가보시면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학생들에게 물어봤는데 활성화는 거의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학생 수가 몇 명인데 가보면 그 조그만 공간에 장비 몇 개가 끝이야...



무한상상실 로고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첫해 '메이커 스페이스'가 선정이 되긴 했는데, 엄청난 잡음이 있었고 되고 나서도 상당히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생각할 겁니다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지원금의 액수에 너 나할 것 없이 몰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걸 떠나서 선정과정에 상당히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불투명도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선정단체 리스트가 밝혀지면 선정 기준에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거였는지, 국가에서 공개적으로 공모한 공모사업임에도 선정된 단체 리스트를 발표하지 않는 기이한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삐걱대며 시작된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손을 떠났습니다. 선정과정의 문제는 유야무야 덮고 넘어갔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운영성과가 모호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죠. 아니 운영 성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선정되었던 곳 중에는 심지어는 개소를 못하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곳들도 꽤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사업이 있었다는 것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결국 바통을 이어받은 창업진흥원은 '차고 창업(Garage Startup)'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창업 또는 취업과의 연계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메이커 스페이스'는 연착륙은커녕 연패를 면치 못하게 됩니다. 뭐 그 와중에도 전문랩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든 성과는 발표하지만 말이죠. 


 잠시 다른 곳을 둘러보자면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은 그 외에도 많은 곳에서 시도했습니다.


 지방 정부라든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각 부처에서도 조금은 다른 형태의 '메이커 스페이스'들을 앞다투어 내놓았습니다. 코딩과 함께 '4차 산업' 열풍이 불고 있었고 학교 및 교육산업 종사자들은 재빠르게 4차 수요에 맞춰 공급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메이커 스페이스'는 '공간'에 중점을 둔 사업이었고 학교 및 학생들은 공간을 갈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한상상실'이 학교 내에서 운영되게 되면서 메이커 스페이스의 학생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메이커 스페이스'사업은 흐지부지 이름만 남은 사업처럼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실제로 2020년에 사업 개시 3년 만에 평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2022년에 300개소 이상까지 확장 계획이 있었다고 하는데, 일반랩은 거의 없어지고 전문랩만 키우는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산학연계 같은 성과가 나오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거죠. 그렇게 '메이커 운동'과 '메이커 스페이스'는 각자 서서히 다른 길로 가고 있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의 좌초(?)가 코로나의 여파로 오프라인 활동이 끊긴 영향이 아니라고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다른 관점을 짚어 볼 필요성은 있죠.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한 설명을 보기 위해 여러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기본적으로 '메이커 운동'이야기를 하고 가끔 미국의 '차고 창업' 또는 '차고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대부분 와닿는 설명들은 아니었죠.


 보통 이런 것들을 보거나 듣게 되면 뭔가 기시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4차 산업에 대해서 관련 기업가나 연구진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등장하게 되는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이 문화로 정착되기 어려운 점' 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죠.



(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8e1c734a3dbc4e2/28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커넥티드인사이드 #게인 #메이커운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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