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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Jan 12. 2022

가치의 고민 - 메이커 스페이스 (2)

정리된 차고의 실패, '메이커 스페이스'는 왜 주춤거리는가.

(1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8e1c734a3dbc4e2/26



 메이커 스페이스에 4차 산업을 빼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4차 산업혁명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면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게 되는데요. 가장 먼저 독일의 슈밥 교수가 다보스포럼에서 'indurstrial 4.0'을 발표했다는 이야기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초연결성'과 '초지능성'


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걸로는 4차 산업이 뭔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 설명하시는 분들의 말을 들어도 '그런가?'하기 쉽습니다.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 어렵거든요. 4차 산업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드리는 시간은 다음에 기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4차 산업 문화가 국내에 정착하기 어렵다'라고 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의 IT나 첨단분야 기술력은 어디 가서 꿀릴 수준이 아니죠. 아니, 당장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나 사업 성향상 따라잡는데 오래 걸리는 타입도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보고 그렇게 얘기했을까요?


 '4차 산업이 돈을 벌지 못한다.'라든가 '4차 산업은 망할 것이다.'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문화'로서 정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우리가 이걸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산업혁명은 직간접적 생산의 핵심수단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1차는 증기기관에 의한 산업혁명, 2차는 전기에 의한 산업혁명, 3차 산업혁명은 보통 컴퓨터에 의한 생산체계를 의미하며 이제 슬슬 3차 산업혁명에 이르고 있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그럼 4차 산업혁명은?


AI든지 아니면 인간이 전자두뇌화 되든지...

 '초지능성'과 '초연결성'은 기본적으로 '광대역 고속 무선통신 네트워크'와 'AI'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콕 집어서 그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죠. 기술은 계속 바뀌고 새로 나오는 것이기에 초지능성과 초연결성이라는 방향성으로만 제시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유리한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도 당연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4차 산업 망한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한국에서 4차 산업으로 성공하는 곳은 오히려 많을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4차 산업의 문화는 뿌리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걸로 돈을 버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많은 것은 '현상'입니다. 그걸 문화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아실 겁니다.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이 생겼다고 메이커 운동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듯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거기 필요한 '4차 산업 문화'를 말하는 거죠.





 늘 4차 산업 관련 강의를 할 때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의 관점에서 4차 산업의 핵심이라고 보는 부분이 2가지 있습니다. 위에 나왔던 '초지능성'과 '초연결성'이 있지만 이건 방향성이고요. 당연히 그것과도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공유'와 '해답'이라는 두 가지입니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과 어떠한 방향이든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관계 중 많은 부분은 이해득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죠. 봉사나 희생의 마음이 아닌 일반적인 업무환경에서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만나게 됩니다.

고민 끝에 문제를 해결하는 어떠한 정답을 알게 되었다면 그걸 혼자 또는 우리만의 비밀로 삼고 이득을 취하고 싶어 할까요? 

아니면 모두가 알기를 원할까요?


 대부분은 사람들에게 솔직히 말하라고 한다면 (이득이 발생하는 일이라면) 전자를 택합니다. 왜냐면 그것이 '정답'이라면 그게 희소성이 있을수록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코카콜라의 정확한 레시피를 모르죠. 이건 자본주의 사회의 아주 당연한 성향입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그것과 정 반대쪽에 있습니다.


 수많은 코딩을 '깃허브'를 통해서 공유하고 수많은 3D 모델링을 '싱기버스'를 통해서 공유합니다.

내가 그렇게 고생해서 내놓은 답을 남들과 공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죠.



디지털 연결성은 4차 산업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냥 4차 산업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산업적으로야 타인에 비해서 우수한 기술이나 제품이 최종적으로 확보가 되어야겠지만 문화의 레벨에서는 다릅니다. 내가 내놓은 해답에서 타인이 해답을 찾고 그들이 내놓은 해답에서 내가 찾는 해답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한 때 유행했던 집단지성 같은 부분도 4차 산업혁명을 불러오는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서로 완전히 똑같은 것을 만든다면 모를까 타인이 나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또는 궁극적으로 나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타인의 것을 가져다 사용하고 다시 개선시켜서 내놓는 순환구조를 가져가는 것이죠.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4차 산업에서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발전은 우리에게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기술을 열심히 익혀도 다 익히기 어려운 세상에 너무도 많은 기술과 기능들이 지금도 생겨나고 있죠. 프로그램 기술자들은 몇년만 손을 놓아도 최신 기술에서 도태되곤 합니다. 


 이러한 기술 자체가 목적의 대상이 되기 보다, 어떻게 연결하고 어떻게 조합하여 본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그 도구인 기술에 대해서는 감추기보다 공개하고 더 많이 활용되어서 더 좋은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 목표 해결에 훨씬 이득이라는 거죠. 


 즉,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교환을 기본으로 하는 가치가 아니라 본인의 필요성과 창의적 목적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메타버스에 힘입어 4차 산업계의 대명사 중 하나가 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 업계인데요. 게임 업계에는 유니티와 언리얼이라는 대표적인 게임엔진 두 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이미 제작 단계에서는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엔진을 활용해서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일정 이하의 수익을 얻지 못하면 돈을 낼 필요가 없고, 일정 이상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것이죠. 그런 방식으로 풀뿌리가 되어줄 소규모 개발자나 제작자들을 확장하는 겁니다. 그들에게 무료로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심지어 제작에 도움이 되는 강의도 올려주고 직접 만든 소스를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도움도 줍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개발자와 시장이 궁극적으로 파이가 커지게 된다면 그만큼 회사의 수익이 되는 것이죠. 


 기업이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 이상 손해 볼 이유는 없겠죠. 당장에 몇만 원씩 계정으로 파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파악한 것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게임업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의 선두주자처럼 이름이 오르내리는 '로블록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작을 위한 툴과 음악 및 그래픽 소스는 거의 오픈으로 제공합니다.


 예전부터 게임시장이 이런 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게임에 엄청난 그래픽과 기술이 구현된 것 만으로도 각광받던 시대도 있었죠. 지금도 그런 그래픽과 기술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기술이 게임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듯, 목적은 게임의 게임성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P2E(Play 2 Earn)시장에 대한 우려도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겁니다. 블록체인 또는 가상화폐라는 기술을 덮어씌웠을 때, 돈을 번다는 목적이 게임성을 덮어버리는 상황이 충분히 올 수 있다는 것이죠.


 기업이 이익 활동을 하는데 모든 것을 공개한다면 기업 활동하기 어렵겠죠. 4차가 갖는 공유에 대한 실마리가 여기 있습니다. 4차 산업의 특징은 '무엇을 만들기 위한 도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한 특성에 대한 부분이 공유와 해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차 산업을 이용해서 만든 모든 것이 4차의 이념을 공유하지는 않기 때문에 종종 공유의 이념과 상반되는 것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4차 산업에서 빠지지 않는 기술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에 의해서 파생된 가상화폐나 NFT와 같은 사례들은 4차 산업의 문화와는 반대 입장에 서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러한 산업들이 제작하는 방식에서는 4차 산업을 활용했을지언정 가치에 있어서도 공유와 해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희소성에서 가치를 끌어올리고 개인이 아닌 교환되며 부풀어 오르는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례인 게임업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가상화폐나 NFT 연동 게임에 대한 문제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일단 그런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발생한 상황이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게임이라는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에 있어서는 고민이 있죠. 과연 P2E(Play 2 Earn) 게임들이 게임으로서 성공하게 될까요? 아니면 게임이 아닌 그 무엇이 될까요?  물론 곳곳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글쎄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해답보다 정답 위주의 교육입니다. 그래서 더욱  공유의 성향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4차 산업은 분명히 미래의 산업이고 그런 관점에서 글로벌 움직임에 맞춰 준비해야겠죠. 누군가 4차 산업을 준비하겠다고 한다면 저는 받은 만큼 내놓는 문화에 인색해지지 않는 연습부터 하기를 조언할 겁니다.




 메이커 스페이스에 관한 글인 만큼 메이커 스페이스 이야기로 돌아가야겠죠. 위에서 본 4차 산업 전체와 비슷한 양상이 메이커 운동에도 존재합니다.


 만일 나에게 메이커 운동의 핵심을 이야기해보라 한다면 나는 당연히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할 겁니다.


 메이커 운동의 핵심은 화폐나 금융자산 같은 파생적인 교환 가치들이 아니라 실제 물건과 필요성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운동입니다. 즉, 내가 만드는 물건이 얼마에 팔리느냐보다 얼마나 목적에 맞게, 또는 필요에 맞게 만들게 되는가가 중요하죠. 그래서 메이커 기술은 서로 공유되며 계속 새로운 메이커 기술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어떤 계기를 통하여 대중에게 필요한 발명이나 디자인이 발생하기도 하며 많은 사람에게 공급되기 위해 생산라인으로 빠져나간 제품은 이윽고 메이커 운동의 손을 떠납니다. 당연하지만 이건 아주 일부의 사례일 뿐이죠. 대부분의 메이커 운동은 개인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그 구조적 영향이 다른 활동, 예를 들어 그들의 직업이라든 가 학업 등의 다른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모두 다 기술을 배워서 창업하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메이커 운동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이나 상상한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개인적 가치 창출의 활동'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문화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창업이나 취업과 인과성을 만들어서 붙여놓으면 작동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발생하는 거죠.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나 '문화'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입니다. 좋은 도구가 있으면 더 빠르고 더 잘 만들 수 있지만요.




 그럼 메이커 스페이스에 있어서 이러한 상황은 왜 발생하고 있는 걸까요?


 참 어렵고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그건 국가사업의 딜레마와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 간에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말 중에서 '국가사업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죠. 그 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 공모사업을 선정되는 데 있어서 경쟁과 공모가 아주 공정하게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또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국가에서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기획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방식의 제도도 허점은 당연히 존재하죠. 또는 그 제도 자체가 오히려 전체적인 사업의 성공을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제도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스펙'상으로는 아주 전문적인 분들입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정말 잘하고 있다면 우리가 보는 뉴스나 시사 관련 내용들이 훨씬 즐겁고 보기 좋았을 테지만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죠.


국가사업에 시장의 논리가 붙고 거기에 제도의 허점이 겹쳐지면, 국가사업에 돈을 쓰면 돈을 보고 달려드는 공공성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곳들이 달려들고, 돈을 적게 쓰면 사업에 들어간 곳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사업 퀄리티가 떨어지는 상황들이 반복됩니다.


 결국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사업도 초기부터 설계가 잘 되었다면 이렇게 굴러가고 있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러한 딜레마가 정책의 설계를 방해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든다 하더라도 더 이득을 보는 사람이 존재하고 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대가 항상 존재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는 거죠. 왜냐하면 누군가에게는 지금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가장 큰 가치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메이커 운동은 가치의 방향을 고려해 봤을 때 매우 중요한 운동입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가 버블의 끝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죠. 사람들에게 필요한 가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메이커스가 국가사업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와 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지금처럼 가상화폐와 주식 광풍이 불어서야 그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커넥티드인사이드 #게인 #메이커운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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