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고민 - 가상화폐의 딜레마 (1)

블록체인과 NFT. 밀려오는 교환가치가 실물가치를 넘어서다.

by 게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핵폭탄 개발에 관련된 프로젝트였죠. 과학이 정치나 사회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맨해튼 프로젝트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벨상이 제정된 이유도 그렇죠. 전쟁이라는 행위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그 전쟁에 사용되는 수단에 대해서 논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을 틈타 여러 가지 끔찍한 기술들이 실험되었던 것도요.


왜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하냐고요?


지금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블록체인이나 NFT에 사용된 '기술''과학'은 충분히 세상을 뒤바꾸고 진보를 가져올 기술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지금 이미 NFT와 가상화폐가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과연 그 '근원적 가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유명한 피천득의 수필 중에 '은전 한 닢'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피천득 작가가 상하이에서 본 한 늙은 거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수필인데, 짧은 수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널리 알려진 글입니다. 늙은 거지는 은전 한닢을 진짜인지 물어보며 품에 안고 다닙니다. 그 은전한닢을 모으기 위한 긴 세월이 필요했죠. 그리고 그 은전을 모은 이유는 은전으로 무엇을 하려함이 아니라 단지 그 은전이 가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 수필에 나오는 '은전'은 은에 대한 엄청난 인플레이션이라도 발생하지 않는 한 가치가 존재하는 편입니다. 아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은이라는 물질적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죠.

그럼에도 그 글에서 던지는 물음 중 한 가지는 과연 그 은전 한 닢이라는 '교환가치''삶의 다른 목적과 가치들에 비해서 우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던지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교환가치 자체가 목표와 성취가 될 수 있다는 씁쓸한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실 지금 시대에는 아예 넌센스처럼 느껴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우리가 위에서 제가 언급한 그 '누군가'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실물가치를 교환가치가 넘어서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물론 실제 은전이 아니라, 그 은전처럼 대칭되는 다른 종류의 무언가를 누구나 원하고 있죠. 다만 수필에 나오는 늙은 거지처럼 그걸 간직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차라리 간직하기 위해서라면 좋겠지만 원래 교환가치라는 것이 그렇듯 누구나 그걸 다시 교환하고 다시 교환하면서 가치를 부풀리기를 꿈꿉니다. 존버는 승리합니다? 그런다고 영영 안 팔고 죽을 때까지 기념으로 간직한다는 얘기는 아니니까요...


화폐라는 것은 결국 신뢰와 약속에 의한 교환가치입니다.


가상화폐는 '교환가치' 중에서 '희소성''교환의 안정성'에만 집중한 케이스입니다.

가상화폐의 원리나 이런 것에 다루는 분들은 워낙 많기 때문에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들이 비유를 들자면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 달러금본위제도 하에서의 금과 같은 역할이죠. '채굴'을 통해서 통화량을 조절합니다만 파생된 코인인 알트코인 계열은 오로지 채굴로만 통화량이 증대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만들거나 없앨 수 있죠.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교환의 안정성' 역시 거래소를 통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관계로 안정성이 붕괴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렇게 얘기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금이나 은도 실제 제작에 쓰이는 용도 때문에 비싸지 않듯, 희소성만 보장되면 가격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냐."


그리고 그러한 교환가치를 국가들이 발행량을 통제하고 움직이는 '화폐들'에 의존하면 어느 국가의 의지에 따라서 흔들릴 수 있다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처음 백서에 적었던 개발의 이유도 그런 것이었죠.

하지만 결국 가상화폐는 데이터 상에는 존재하지만, 직접적으로 무언가에 사용되는 자원은 아닙니다.




그리고 NFT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무엇이든 '가치'로 변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실제 세계'에 거의 아무런 영향이 없더라도 말이죠.


사실 가장 '가상의 가치'에 가까운 존재는 'NFT'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NFT에 가치가 발생한다는 건 미술품이나 골동품 같은 것과 유사하다는 이야기죠. 그것에 대해서 누군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갖고 싶다는 가치가 발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런 작업'에 아주 익숙합니다.

실제로 가상화폐 사례 중 일부는 허수로 거래를 발생시켜 그 가상화폐가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이고 사람들을 끌어들여 차액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게 일단 활성화돼서 나중에 가상화폐 가치가 솟구치고 나면 상관없는 일이긴 하다는 거죠. 일단 활성화되고 나면 거기에 빠져든 사람들이 알아서 계속 굴려나갈 테고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결과적으로는 국가의 책임이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대기업이 문제를 일으켜서 불매운동이 일어나면 '주식 개미와 직원들이 피해를 본다'며 언론이나 어떤 힘에 의해서 막아주는 것 처럼요.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부동산에서도 이러한 허위 거래 방식으로 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종종 사용하는 사례가 발견되고는 합니다. 부동산 같이 실물이 있는 경우에는 결국 실물로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부풀려진 가치로 구매한 사람이 손해를 보거나, 그게 아니라 교환가치의 영역으로 구매했다면 나 이외의 더 바보 같은 사람을 찾아서 이익보고 파는 수밖에 없는 거죠. 누군가는 차라리 낮은 가치라도 실물이 남는 부동산 쪽이 나은 게 아니냐고 하던데, 그 말도 완전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닙니다.


다단계가 성행하던 시절의 (물론 지금도 없어진 건 아니지만) 네트워크 마케팅도 그렇습니다. 다단계 업체들을 합리화해줄 논리는 많이 존재합니다. 거마대학생이 그렇게 많이 생겼던 이유는 다른 것 보다 실제로 돈을 벌고 돈을 쓰는 사람들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 학생들도 아마 그 사람들을 보면서 '이미 실제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이미 발생한 현상이니까 문제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담처럼 기억을 더듬어 다단계 체험기 비슷한 것을 쓰긴 했는데, 아마도 같이 브런치에 발행되지 않을까 싶네요. 20여 년 전 일이긴 한데 상당히 기억에 남은 일이라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내용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8e1c734a3dbc4e2/29




@ 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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