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이 우리의 미래일까? (2)

권력에 대한 순응은 피로감에서 온다

by 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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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급하게 온 것 같으니 잠시 이야기를 좀 루즈하게 가져가 볼까요?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듣던 학자 이름 중 하나는 '앨빈 토플러'였습니다. '제3의 물결'이라는 말은 아마도 당시의 '대전 엑스포'와 맞물리면서 미래를 대표하는 하나의 키워드였죠. 그 후로도 '권력 이동', '부의 미래' 등 많은 저서를 남긴 유명한 학자입니다.


그 당시 제3의 물결은 대략 '정보화 시대'를 의미했습니다. 정보가 독점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오는 것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에 대해서 접근성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죠. 그리고 세기말을 지나 2000년데 초반에 들어오면서 정보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예전에는 기껏해야 라디오, 텔레비전이던 매체의 수단이 끝도 없이 발전하면서 흔히 말하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피곤해졌죠.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교과서에서 공룡에 대해서 배웠다고 생각을 해봅시다. 고등교육은 좀 다르지만 초등이나 중등교육에서 나오는 수준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대략적인 공룡의 설명만을 배우죠. 그런데 실제로 학계나 종교계 등에서 각각 나오는 주장들을 전부 다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공룡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아니, 공룡을 안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주장과 정보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현실에서?


dinosaur-gf3c8e5044_1920.png 정말로 공룡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요?




이러한 정보에 대한 피로현상은 순식간에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대신해서 정보를 모으고 정리해주는 것들이 필요했죠. 초창기 포털사이트는 단순히 링크를 연결해주는 사이트였지만 곧 발 빠르게 이러한 색인화 작업을 통해 정보를 분류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의 독점에 의한 권력은 줄어들었지만 정보의 공급을 통제하는 권력이 발생하기 시작했죠. 포털사이트의 위력은 굉장해서 지금도 N사와 K사는 대한민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정보에 대한 피로감은 이제는 포털사이트 조차도 피로하다고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알고리즘이죠. 이전 게시물에서 가볍게 다뤘듯이 알고리즘을 통해서 추천된 영상과 정보를 접하는 게 익숙해진 세대가 왔습니다. 지금의 세대는 정보를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입니다. 직접 검색하는 것보다도 그냥 컴퓨터가 알아서 내 관심사나 취향에 맞게 추천해주는 영상이나 게시물들 중에서 골라서 접하는 세대죠.


지금도 하루에 쏟아지는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웹 2.0은 쌍방향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콘텐츠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시대로 살고 있습니다. 꼭 직접적인 생산이 아니더라도 댓글과 좋아요 등 '반응'이 가능하죠.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채널 중에는 그러한 댓글과 반응만을 모아서 보는 채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그런데 사람이 하루에 접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침 뉴스나 신문만 챙겨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우리와 하등 관계가 없을 것 같았지만 세계화에 의해서 그것도 아니죠. 심지어 웹이라는 공간은 그런 제약조차도 없어서 지구 반대편에서 지금 이 시각에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 밀접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news-gd2f6e2927_1920.jpg 종이신문은 커녕 포털사이트 인터넷 기사 조차도 같은 내용조차 서로 다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세상이죠.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정보 선별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정보,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서 봐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예전에 알아야 할 범위가 10이었다면 지금 시대의 우리가 알아야 하는 정보의 범위는 100을 넘어서 1000에 가깝습니다. 그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다양한 루트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거짓 정보만으로 덮이지 않고 진실도 접할 수 있는 정보화의 시대를 거쳤지만 오히려 피곤해졌습니다. 수많은 거짓 정보와 진짜 정보 사이에서 그것을 비교하고 분류해내는 것도 피곤한 작업이고, 예전 같으면 권위에 의해서 믿었을 뉴스나 심지어는 교과서마저도 믿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심지어는 그 지식이나 정보의 유통기한도 짧아져서 전문 분야의 경우에는 2-3년만 지난 정보여도 옛날 정보가 되는 경우가 수두룩 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자유, 그리고 정보 생산의 자유는 정말로 우리를 자유롭게 했을까요? 아니면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했을까요? 그것이 기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엄청난 노력과 자원 소모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편리함에 대한 지향성' 또는 '효율성에 대한 지향성'은 그것과 연결된 또 다른 권력들을 만들어냈죠. 앞서 게시물에서 지적했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웹 2.0을 대표하는 회사들이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가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갑자기 웹 3.0 이야기하다가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이쯤에서는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지금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블록체인,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가상화폐, NFT, DAO, DeFi...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오픈소스형 접근성이 과연 모두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일까요? 결국 이러한 디지털 피로도는 일부에게 집중되는 중앙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수많은 비 채굴형 알트코인들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중앙화와 권력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죠. 이더리움도 엄연히 시스템과 운영하는 주체가 있으니까요.


인간의 '효율성에 대한 지향성'을 실시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코딩과 프로그래밍이고 그 영향을 가장 강력하게 받고 있는 것이 4차 산업이며, 그중에서도 밀접한 분야가 바로 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웹 3.0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효율성에 대한 부분이 결국 지금의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복잡함을 떠난 단순화된 접근을 제공한다는 것이죠. 괜히 UI와 UX 같은 것이 이런 디지털 시대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 아니니까요.


아무리 오픈되어 있다 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정보는 목록화나 분류를 거칠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권력화나 제어를 막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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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말씀드리는 것처럼 정리를 하자면... 그래서 웹 3.0은 오지 않는가?


아닙니다. 뭐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웹 3.0에 준하는 무언가가 생길 겁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현실과 보정 관계를 명확하게 하면 충분히 가능한 세계입니다.


저는 웹 3.0이라는 네이밍이라면 몰라도 그러한 초고속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접혀있는 가상공간'의 시대는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이나 블록체인 투자사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해서 모두가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세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가상화폐가 극심한 변동성을 가진 자산이라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웹 2.0에서 일반적이었던 포인트나 토큰에서 절충된 형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죠. 결국 금융가치는 웹상에서 어떻게 돌아다녀도 현실로 환전되지 않고 계속 존재할 수는 없으니까요.


주식 시장에서도 아무리 많은 주식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금화하지 않으면 상폐 한방에 종이 쪼가리로 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는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니 예전에도 그랬지만 점점 더 그런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거죠. 자급자족의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갔으니까요. 쏟아지는 정보와 자원, 그리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속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 대한 이해나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시대인 것처럼 말이죠.


웹 3.0이든 4차 산업이든 전부 다 그러한 틀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처럼 배워야 되는 범위가 협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엄청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지만 모바일 게임을 할 시간도 없어서 전화와 카톡, 웹서핑 이외에는 쓸 일이 없는 제 스마트폰처럼 말이죠. 심지어 사진과 동영상 촬영 때문에 골라서 샀는데 그럴 시간도 없다는 게...


스마트폰의 고기능성은 하이엔드 유저에게 중요하지만 일반 사용자는 자신에게 '오버스펙'인 스마트폰을 과도한 비용으로 계속 구매하게 됩니다. 그런 '잉여 비용'은 기술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효율성의 낭비'이기도 합니다. 기회는 선택과 집중이 없으면 오히려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훨씬 다양하고 많은 교육의 기회 앞에 놓여있지만 과연 그것이 아이들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 줄까요? 현대인들이 많이 겪는 '선택 장애'라는 것이 과연 기회 앞에서는 발생하지 않을까요?


4차 산업과 같은 미래 지향적인 기술이나 산업들을 다루는 입장에서 '기회'라는 허공에 뜬 말로 무책임하게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레 고민해 봅니다.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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