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웹 3.0 논쟁,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
얼마 전 웹 3.0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어째서 가상화폐의 적극적 지지자들은 웹 3.0에 비판적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했었는데요. 머릿속에 들어갔다 올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때 말씀드린 부분이 블록체인에 기댄 산업들은 웹 3.0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죠. 정확히 말하면 웹 3.0과 같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명확하지는 않아도 '4차 산업'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투자 및 관련 산업을 진행시키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왜 가상화폐의 적극적 지지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준'에 대해서 반발하는 걸까요? 가상화폐야 말로 블록체인의 미래라고 불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말이죠.
웹 3.0의 인센티브는 결국 '가상화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저번 글에서 다뤘습니다. 그런데 그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 '가상화폐'는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 그 문제 중 하나죠.
2008년 논문으로 시작된 비트코인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알려져 있던 부분은 요약해서 말하면 '화폐의 국가로부터의 독립'이었습니다. 어느 한 국가에 종속되지 않고 시장에서 채굴에 의한 경제논리로 움직이는 화폐가 존재한다면 어떤 국가로부터 전 세계의 경제나 화폐가 위협받는 일도 적을 테니까요.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1945년 10월 24일.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이후에 샌프란시스코에 모인 46개국의 동의로 'United Nations'가 창립됩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19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죠. 물론 그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는 있었습니다만 그리 오래간 경우가 없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UN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초 국가적인 기관이라 하더라도 '세계 정부'의 형태도 아니며,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실질적으로는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죠. 어떠한 하나의 합의를 이뤄낸 UN 조차도 그러한 전 세계적인 대표성에 흠결이 상당히 존재합니다.
가상화폐 역시 결국 '현실과의 교환가치'가 필요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현재 통용되고 있는 화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그 영향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가상화폐의 추이는 항상 경제의 현황에 연결되고 있으며, 특히 강대국들의 경제 그래프와 상당히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2017년, 대한민국에 가상화폐에 대한 광풍이 처음으로 불어닥쳤던 시절에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비롯한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많은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이 패널로 나왔고 대부분 가상화폐에 긍정적인 패널 쪽은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이었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나 제재가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기술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이야기였죠.
그 시점에도 '블록체인'이 '가상화폐'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보통 블록체인 전문가라는 과학자나 IT 전문가들이 나와서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사람들에게는 '블록체인 = 가상화폐'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습니다.
그 뒤로 폭락과 상승을 경험하며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는 사이에, 가상화폐는 검은돈이 아닌 실물 경제와 연을 맺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지금의 NFT, DAO, DeFi, E2P 등의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이슈들이 가상화폐와 물려서 등장하게 되었죠.
그리고 실제로 블록체인 기능으로 연동되는 가상화폐 중 가장 활발한 가상화폐는 '이더리움'입니다. 비트코인은 저번에 설명드린 것처럼 '금'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기축통화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가상화폐 지갑에서 다른 산업과 가장 많은 연관을 맺고 있는 통화는 이더리움이라는 이야기죠.
대표적으로 NFT거래나 DAO 같은 거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더리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더리움 역시 기축 통화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비 채굴형 알트코인'들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결국 그러한 코인들은 크게 봤을 때 이더리움의 거래량을 늘려주고 있죠. 블록체인으로서의 역량에서만큼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압도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이더리움은 여전히 '관리되고 있는' 코인이라는 측면이 영향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가상화폐가 전부 맨 처음에 말씀드렸던 비트코인 같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금 대다수의 실물가치 없이 투기에 의존하는 '코인'들의 경우에는 그게 더 심하죠. 그리고 그런 코인들의 반등을 이끌던 인물들이 바로 이번 글과 저번 글 첫머리를 장식한 '일론 머스크'같은 분들입니다. 트위터에 올리는 몇 글자만으로도 가상화폐의 시세를 롤러코스터 태울 수 있는 분들이죠.
그렇지만 이분들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이번 대량의 가상화폐 폭락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강대국의 힘에 휘둘리는 UN처럼 가상화폐도 '현실의 경제 그래프'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죠. 미국의 긴축경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 한파'가 예고되고 있는 시점이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가상화폐의 불안정한 행보는 블록체인 업계들에는 더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옵니다. 왜냐면 그들이 인센티브 매개체로 쓰고 있는 것이 가상화폐인데 그 가치가 변동이 (정확하게 말하면 하락이) 심하다면 당연히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전히 '가상화폐 = 블록체인'이라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모두 다 가상화폐를 마구 찍어내서 마구 등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 채굴형 알트코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지만 그러한 가상화폐를 모든 대기업들이 찍어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솔직히 바이낸스 코인처럼 대박 터지면 그 코인 만으로도 엄청난 돈이 굴러들어 오는데 말이죠. E2P사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었던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 코인인 '위믹스'를 일부 처분해서 수천억 원의 실적을 낸 것처럼 말이죠. 아. 이 부분은 나중에 E2P 다루면서 따로 다루도록 할게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가상화폐만 있다면, 사실 블록체인 기반 사업들은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블록체인이 존재하느냐? 다른 블록체인들에 비해서 훨씬 안정적일 수밖에 없는 코인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이 가상화폐 뻥튀기로 인한 투기성 수익만 포기한다면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는 블록체인형 코인들이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블록체인을 실제 생활기술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가상화폐는 반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그럴 수 없죠. 그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입니다. 말 그대로 담보형 코인입니다. 실물자산과 담보해서 안정성을 보장하는 화폐라서 대표적으로는 1 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죠. 대표적으로는 테더, USD코인, 바이낸스 USD 등이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코인들은 '시세'라는 것이 말 그대로 '달러 시세'입니다. 특히 이번 양적 긴축 같은 상황에서는 달러 통화량이 줄어들며 달러 강세를 예고하고 있어 마치 '코인'으로 '외환차익거래'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코인들의 널뛰는 시세보다는 수수료가 낮으면서 실시간으로 외환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의 강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실제 스테이블 코인의 거래는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6배 이상 급속하게 증가했죠. 환율과 연동되다 보니 금융회사에서도 결제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의 이면에는 부정적인 면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자금 세탁부 분과 '화폐 발행량'의 조절, 그리고 '화폐 보유량'의 투명성 등이죠. 불법적인 돈이나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거래하면 시중 은행에 거래 기록이 남겠지만 가상화폐를 돌게 되면 자금 세탁이 가능합니다. 거기에 국가에서 통화량에 대한 조절을 할 때, 통화를 대신해 스테이블 코인이 활용되게 되면 통화량의 조절이 어렵다는 점도 있죠. 그리고 실제로 스테이블 코인이 그만큼의 실물 통화를 비축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결국 가상화폐는 가상화폐라서 어떻게 안정성을 담보한다 하더라도 위험이 존재하죠. 그래서 각국은 CBDC(디지털 법정화폐)를 앞다투어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만 필요한 것이라면 국가의 화폐가 직접적으로 보장하는 안정적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존재하면 된다는 것이죠. 안정적으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만을 누리고자 한다면 CBDC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기존의 가상화폐가 입장이 갈립니다.
기존의 가상화폐는 실제로 블록체인으로 활용되는 지점보다 전 세계적인 손쉬운 거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데' 목표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는 '가상화폐' 자체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테이블 코인'이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의 기준으로 본다면 '스테이블 코인'은 이득은 적어도 제2금융권 정도는 된다는 거겠죠. 물론 망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약간 멀리 벗어나긴 했는데 핵심 내용을 좀 정리해 보죠.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투자 또는 투기에 목적이 기반이라 안정성이 크게 생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와 연동하게 되었을 때 안정성이 떨어지고 기술로서의 가치보다 다른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죠. 따라서 다른 블록체인들은 웹 3.0의 생태계를 구상하고 그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안정적인 가상화폐'를 통해서 인센티브를 부여받는 구상을 꿈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보다 안정적인 코인은 안정성만으로 보자면 전 세계 국가들이 각자 준비하고 있는 CBDC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범용성을 따지자면 스테이블 코인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코인들은 기존의 가상화폐와 다른 구성과 행보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비 채굴형일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현재 베네수엘라나 터키처럼 국가 화폐의 안정성이 떨어진 나라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달러를 직접 구하기 어려운 외국에서 달러와 연동되는 자산을 보유하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죠. 물론 여전히 위에 말씀드린 대로 단점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코인이지만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이미 150조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고 미국 재무부에서 직접 언급해야 할 만큼 거대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이 투기형 가상화폐에 발목 잡히지 않는다면 기술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다만 기존의 가상화폐 시장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드는데 환영할리 없겠죠.
최근에는 페이팔도 스테이블 코인에 뛰어들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전 세계 1위의 온라인 결제업체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무지막지한 현금거래를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수수료를 줄이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유동성 현금 보유량으로는 무시 못할 수준이라서 코인 발행량도 어마어마하겠죠. 이더리움의 높은 수수료도 가상화폐 블록체인의 탈 중앙화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NFT를 민팅할 때 이더리움의 수수료는 말도 안 되게 높은 편이죠.
스테이블 코인도 아직 안정적인 시장이 아니며, CBDC는 아직 법적 영역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좀 남아있습니다. CBDC의 경우는 법적 안정성과 보안을 위해서 블록체인에 어느 정도까지 연결되어야 하는지 자체도 과제겠죠. 하지만 적어도 이런 시장의 흐름 자체가 투기판으로만 여겨지던 가상화폐 시장을 안정시키고 블록체인 기술을 좀 더 사람들에게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면 블록체인 업계 입장에서는 거부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NFT도, E2P도 그렇고 말이죠.
웹 3.0이라는 명칭은 몰라도 블록체인 기반의 시대는 멀지 않았습니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되었든 말이죠.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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