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을 따라가 봅시다.
사실 뜬금없다고 썼지만 정말로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2021년, '엔비디아'라는, 컴퓨터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안다면 모를 수 없는 지포스를 내놓은 회사의 CEO가 연설의 서두에서 메타버스를 꺼냈습니다. 메타버스가 곧 다가올 미래라는 것을 암시하는 이야기였죠. (그 미래는 엔비디아라는 회사의 미래이기도 했지만 중의적으로 쓰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facebook'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네임밸류의 이점을 버리고 회사의 이름을 'Meta'로 개명했죠. 물론 그전에 오큘러스와 같은 VR 회사를 인수하는 행보를 보여준 지점에 힌트가 있긴 했지만.
최근 들어 뉴스 헤드라인에도 자주 기웃거립니다. "메타버스"는 무엇이길래 자꾸 언급되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개념들이 그렇듯 "메타버스"역시 아주 명확한 개념은 아닙니다. 등장부터 그랬죠.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단어입니다. 개념 자체는 좀 더 오래전부터 비슷한 개념이 있었지만. 닐 스티븐슨은 그 작품 속에서 "시청각을 통해 접근하는 가상세계"라는 나름 명확한 정의를 보여줬습니다.
네. 여러분이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2018년도 영화에서 봤던 그런 광경이 맞습니다.
현실에서의 메타버스는 아직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단체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규정을 내리고 있죠. 대부분의 정의가 그러하듯 '협의'와 '광의'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명확하지도 않은 메타버스가 이슈의 중심에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은 정확히 기억도 안 나지만 저의 기억 속에 아주 먼 옛날에 '고고시'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정확히 말하면 게임이라기보다는 광장 같은 형태에서 모여서 놀도록 만들어놓은 가상공간이었죠. 그리고 거기에 연결된 간단한 게임들을 통해서 코인을 벌면 그걸로 아바타에 옷도 입히고 채팅하며 놀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이었습니다.
광의의 의미로 보자면 누군가에게는 고고시나 '4Leaf' 같은 가상의 커뮤니티 공간 같은 것들도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로 각광받았던 '세컨드라이프' 같은 사례도 있죠. 당시 엄청난 유저들이 있었고 실제로 가상공간에 대한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했던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그럼 이 많은 "메타버스"들은 왜 나타나고 왜 다시 사라졌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건 위에서 이야기했던 메타버스의 전제조건과 닿아있죠.
가상현실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시청각적 요소는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 가상세계를 어느 정도 몰입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신체는 그것이 주는 요소들을 현실세계에서도 받아들입니다. 유저가 시청각에 의해 가상현실을 현실처럼 받아들이고 몰입하지 않는다면, 메타버스는 일시적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의 수명은 결국 한정적이었습니다. 몰입이 풀리는 순간, 메타버스로서의 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지만 그다음의 더 발전된 기술에 의해서 그 몰입이 깨지고, 그러한 과정에서 먼저 구성되었던 메타버스가 무너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 이전 단계에 완전히 구성된 메타버스가 열심히 진화를 따라간다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차라리 새로 만들고 말죠. 아마 개발 쪽 분들이라면 다 이해하시겠지만...
따라서 정말로 '현실세계의 모든 것을 가상에서도 이뤄줄 수 있는 메타버스'는 영화와 상상 속에서 더 많이 각광을 받고 있죠. 실제 우리가 만나는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것들은 '로블록스'나 '제페토', '포트나이트'와 같이 게임 형태를 빌리거나 좀 더 단순화된 그래픽으로 되어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최근 가장 널리 쓰이는 메타버스 기반 중 하나인 '게더 타운'도 그렇고요.
잠깐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제임스 카메론의 불멸의 명작이었으며 2022년 12월 2편 개봉을 예고하고 있는 '아바타'가 그러한 메타버스의 개념을 빌려 적용한 흥미로운 또 다른 사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경우는 아예 대놓고 메타버스 세상을 주제로 만들었고,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디즈니의 '주먹왕 랄프'같은 애니메이션도 큰 틀에서는 메타버스의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방적인 전달 방식의 영화가 아주 화려한 그래픽인데 반해서, 실제로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메타버스는 거기에 미치기 어렵습니다. 현재 최신 게임들의 실사를 방불케 하는 실감 나는 고해상도의 그래픽을 생각해 본다면 '어째서?'라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죠.
데이터 전송은 2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하나는 매체이고 하나는 속도에 대한 부분이죠. VR기기나 PC같은 전송을 담당하는 기기와 인터넷이나 5G 같은 통신망의 이야기 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초의 메타버스 개념이 등장한 데에는 VR이 많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의 탄생은 언젠가 우리가 그러한 단말을 통해 가상의 세계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닐 스티븐슨의 소설에도 그러한 장비를 기반으로 상상하였고요.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제약이 있었고, 일반인에게 쉽게 공급되기보다 말 그대로 연구실에서나 가능한 기기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첫 번째 변화는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에 의해서 발생하죠. 누구나 집에 컴퓨터를 가지게 되는 환경은 말 그대로 접근성의 혁명이었고, 거기에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가상의 연결망이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술을 토대로 수많은 커뮤니티가 탄생했고, 거기에 그래픽이 입혀지면서 '네트워크 게임' 또는 '온라인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등장하게 되었죠.
그 뒤로는 간단합니다.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눈부시게 발전을 이뤘고 그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했던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공간에 대한 유의미한 시도도 이뤄졌습니다. 그 모든 것은 그래픽과 처리 기능, 그리고 데이터 전송망까지 모든 것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를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욱 범용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난 기계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것이 현재의 스마트폰이죠.
그리고 cpu와 gpu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모바일로도 충분히 3D를 구현하는데 무리가 없었으며, 그걸 유선도 아닌 와이파이나 데이터망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위에 잠깐 나왔던 엔비디아 사는 '지포스 나우'같은 기술을 개발하여 게임을 컨트롤러와 구동부를 완전한 원격 통신환경으로 커버하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빠지지 않는 VR 또는 AR 기기를 짧게나마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미 90년대에 VR기기로 게임기가 등장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서 컴퓨터와 연결하는 헤드마운트 기기가 등장했죠. 성능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격이나 프로그램의 무거움, 또는 소프트웨어의 부재 등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일부 소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아니 지금은 메타라고 불리는 공룡기업이 인수한 오큘러스 같은 경우도 지속적으로 가벼운 모델을 내놓고자 하였지만 가상공간을 구상하고 심지어는 그것을 360도 VR공간으로 계산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컴퓨터 성능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VR 역시 스마트폰과 모바일 환경을 만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게 됩니다. 모바일 거치형 VR이 잠시나마 유행했고, 그런 관심은 헤드마운트 전체 시장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구글 카드보드를 필두로 글로벌 기업들이 가상현실에 관심을 가졌으며, 모바일 활용한 AR이나 MR, XR등에 투자하기 시작했죠.
그러한 결과는 믿을 수 없는 발전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메타에서 인수한 오큘러스의 최신 보급형 단말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컴퓨터에 연결하지 않고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해상도와 감도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가격조차 50만 원 또는 그 이하로도 팔리는 선으로 내려왔죠. 모바일 결합형 헤드마운트 기기와는 아예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고, 이미 가상 환경의 게임이나 커뮤니티 기반이 구축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아직도 흔히 말하는 '디지털 멀미'라든가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은 산재되어 있지만 이 쪽 시장이 들썩거릴 만한 요소로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래픽 부분의 발전에 있어서는... 3D 영화의 발전을 보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합니다. 거기다 현재 최신 게임들의 그래픽은 그래픽카드의 발전, 그리고 CPU의 발전과 맞물려서 이미 더 설명하기 입이 아픈 수준이죠. 정말로 솜털 하나하나 표현이 가능한 그래픽이랄까요.
이러한 복합적 발전 요소가 있다 보니, 지속적으로 메타버스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메타버스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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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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