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웹 3.0?
최근 웹 3.0에 대한 비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주체가 '도지 코인'을 통해서 가상화폐의 열풍을 주도했던 '일론 머스크'이기 때문에 더 충격이 크기도 할 것입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가상화폐 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장본인입니다. 그리고 그가 작년 말에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깁니다.
"I'm not suggesting web3 is real - seems more marketing buzzword than reality right now - just wondering what the future will be like in 10, 20 or 30 years. 2051 sounds crazy futuristic!"
(혹시 해석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까 봐 원문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내용을 보자면 '웹 3.0은 실체가 없고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고 본다'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그다음 날에도 '웹 3.0을 본 사람이 있냐?'면서 연달아 지적을 했죠.
그리고 트위터의 창업자이자 2015년부터 2021년까지 CEO를 지낸 '잭 도시' 역시 트위터를 통해서 '웹 3.0은 모두가 소유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밴처캐피털과 그들에게 돈을 대는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비판했죠. 참고로 잭 도시는 2021년 11월까지 트위터 CEO로 재직했으며 동시에 결제업체인 스퀘어를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예찬론자'로 꼽히죠. 심지어 본인이 CEO인 스퀘어에서는 5년 전부터 비트코인 거래를 추가했고 자산을 비트코인으로 보유했으며 비트코인 채굴회사에도 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일제히 웹 3.0 때리기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American Frontier'라는 말을 알고 계시나요? 흔히 '서부개척시대'라고 부르는 시대입니다. 유럽에 인접했던 미국 동부에 몰려있던 미국의 통치권이 서부로 뻗어나가던 시대로 금광, 카우보이, 총잡이, 무법자, 보안관, 아메리카 원주민 등 대중에서는 영화나 소설 같은 문화의 소재로 더 익숙하죠. 아마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입에 뭔가를 물고 있는 총잡이의 장면을 연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실 어릴 때는 이러한 '카우보이'나 '총잡이'가 멋있음의 대명사 같은 것으로 기억되지만 실제로 그 시대는 탐욕과 학살로 얼룩진 가장 잔인한 시대 중 하나였습니다. 그 시대를 다루는 문학이나 영화들도 그러한 작품들이 많이 있고요. 다만 사람들의 기억에는 멋있게 총을 쏘는 총잡이의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죠.
그런 잔인하고 위험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서부개척시대는 '기회'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주민들에게는 그저 침략과 수탈이었지만요. 후세에는 이러한 신화가 식민지를 정당화하기 위한 신화와 같은 것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우리나라 역시 '식민지 근대화 이론'이라는 비슷한 것이 존재하죠.
약간 주제가 벗어나는 것 같아서 돌아오자면 이러한 '기회'의 대명사는 결국 'High risk high return'의 형태였습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그 누구가 정말로 누구인지와 크게 상관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무법자'에 대한 기록이 많은 것입니다. 범죄자든 누구든 단지 힘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에게 기회를 제공했으니까요.
뜬금없이 웬 서부개척시대 이야기냐고요?
'기회'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웹 3.0'에서 중요한 코드거든요.
지난 2월 3일, 국내 1위로 알려진 Defi 업체가 22억에 가까운 해킹 피해를 입었습니다. 카카오의 클레이튼이라는 화폐를 기반으로 한 DeFI 업체였는데 하이재킹형 해킹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아무리 기록이 남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가상화폐끼리 거래가 가능하고 몇 단계만 거치면 추적할 수 없는 자금이 될 뿐이라는 거죠. 실제로 대부분의 가상화폐에 대한 해킹은 잡히지도, 복구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회사든 개인이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뿐이었죠. 2021년 한 해에 신고된 전 세계 DeFi 보안 피해 사례는 상위 10건만으로 15억 달러 이상입니다. 우리 돈으로 2조에 가까운 돈이죠.
아니 일단 DeFi를 설명해주고 가야 할 거 아니냐?라는 분도 계실 수 있으니 짧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음... 다들 은행계좌 하나씩은 가지고 계시죠? 저처럼 그냥 은행 가서 '계좌 하나 만들어주세요'해서 만든 사람도 있겠지만 '금융상품'이라는 것을 이용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적금 같은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금융상품은 어떠한 '은행'에서 보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축은행 계열에서 무리하게 고금리 상품을 만들어서 자금을 유치했다가 그 자금으로 불법대출에 물려서 파산하는 사례도 가끔 나오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금융상품을 따질 때 1 금융 2 금융 이런 것도 따지고, 그 금융기관이 얼마나 안정적인가를 따집니다.
그런데 DeFi, 이른바 탈 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이라는 것은 이러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습니다. 마치 DAO에서 그러는 것처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탈 중앙화'라는 말에서 보여주듯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서비스 유지 및 운영 등이 물리적인 필요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즉, 심지어 개인이 금융상품을 집에서 컴퓨터만 가지고 뚝딱뚝딱 만들어 내서 서비스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DeFi, DAO, NFT, 가상화폐... 이 모든 서비스들의 공통점입니다.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개인이다 하더라도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투명성'과 '오픈소스'를 활용한다면 말이죠. 몇 시간이면 수천 개의 NFT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이더리움 기반의 비 채굴형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도 있습니다. DAO나 DeFi도 어떠한 금융적 기반이 없이, 즉 단 한 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정보의 투명성을 활용해 기회를 극대화시킨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내용과 정보와 기술을 알기만 한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라니!
말 그대로 제2의 서부개척시대와 같죠. 아메리카 원주민과 묻혀있는 황금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요.
음?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서부개척시대의 핵심은 원주민을 기반으로 한 노예시장이나 황금을 노리는 것이 기반인데 그게 없다뇨?
그게 문제입니다. '가상 자산'이 보증 없이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해도 그 '가상 자산'의 가치는 결국 실물화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데이터일 뿐이라는 점이죠. NFT와 가상화폐를 황금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심지어 채굴이라고 불린다는 점까지도) 그 모든 것들도 실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정적 가치'를 가질 수 없습니다. 어느 한순간 '데이터 쪼가리'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계속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웹 3.0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 '실물의 가치'를 집어넣어야만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들이 계속 주장하는 웹 3.0의 장점들이 계속 상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특히 잭 도시의 비판처럼 DAO와 DeFi가 부르짖는 탈 중앙화가 실제로는 거의 '다단계'급의 이상론에 불과하게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저런 '탈 중앙화' 상품들이 실물화폐로 환전하기 위험한 불법적인 자금들을 세탁하기 위한 용도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는 거죠. 고가로 평가받는 NFT작가 중 유명인이나 재벌 출신이 꽤나 있는 이유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물론 유명한 NFT작품들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형태지만 말이죠.
'어? 웹 3.0 그거 아닌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이 정의 자체가 아주 명확하진 않으니까요. 괜히 일론 머스크가 본 적 없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웹 2.0이라는 단어 자체가 2000년대 초반에 나왔고 지금의 주류인 상호작용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웹 2.0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웹상에 올리는 글이나 데이터가 내 서버에 저장되어서 게시되는 것이 아니라 웹상에서 저장되고 다뤄지며 타인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거죠. 그래서 웹 '버전 업'의 기준을 통신 속도로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영상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이나 메타버스형 소통을 3.0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리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치를 웹상에 저장하고 규칙만을 이용하여 운영하는 것을 3.0으로 보는 것이 제가 설명드린 형태입니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보니 가장 절실한 사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가져다 씁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업계에서 웹 3.0에 목을 매는 형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메타버스, NFT, E2P, DAO, DeFi,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에 작동하는 인센티브는 당연히 블록체인 기반이기에 가상화폐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죠.
일반 대중들은 다들 불안한 겁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 '그러한 정보'가 기회가 되어서 '엄청난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2017년의 비트코인 광풍이 사람들에게 그걸 각인시켰죠. 실제로는 실물 재화가 엄청나게 흘러들었고 누군가는 엄청나게 손해를 본 거대한 투기판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High risk High return이 가능한 기회의 장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불법이 아닌데 짧은 시간에 돈을 버는 기회로는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기회였다고 볼 것입니다. 그 이전에 주식이 가지고 있던 대박신화의 꿈이 코인에 옮겨 붙는 순간이었죠. 심지어 서부개척시대처럼 오래 걸리지도 않고요.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블록체인이 투명성과 안정성을 그렇게 강조하지만 매년 DeFi와 DAO관련 해킹 사례만 해도 몇조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그 외에 그냥 거래소 자체가 해킹당하는 경우를 합치면 엄청난 돈이 '범죄'에 노출됩니다. 이건 현실에서 은행강도가 발생시킬 수 있는 '범죄'와는 급이 다르죠. 단순히 해킹이나 랜섬웨어로 기업을 위협하여 돈을 받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에 존재하던 스미싱이나 사이버 범죄가 없어진 것도 아니지만요. 기회에는 그만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반증 중에 하나죠. 괜히 서부개척시대 하면 총잡이와 함께 은행강도가 떠오르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회가 진짜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일까요? 아니면 먼저 올라탄 사람이 돈을 버는 '네트워크 마케팅'의 기법일까요? 그리고 그 기회는 '가치'라는 말로 뭉뚱그려져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금융과 연결되는 가상화폐의 가치만 존재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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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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