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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다 어디로 갔어요?

by 게인

제 브런치의 시작은 4차 산업에 관한 글쓰기였습니다. 게임과 교육, 인문학 그리고 4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것이 저의 콘텐츠의 핵심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인문학과 교육, 그리고 나머지는 에세이와 시로 이루어진 브런치가 되었습니다만...


갑자기 맥이 끊겨버린 4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누군가는 4차 산업에 대해서 '창조경제'랑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당시의 입맛에 맞춰서 추진했을 뿐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죠. 저 역시 4차 산업이 처음 등장한 이래로 쭉 강의하거나 평가하면서 좋게 평가하지만은 않았습니다. 4차 산업의 실체에 관해서 말입니다.












늘 해왔던 이야기지만 사실 4차 산업이라는 분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보스 포럼에서 슈밥에 의해서 발제되었던 'industrial 4.0'에서 가져온 단어일 뿐입니다. 그래서 초창기부터 어디서 강의를 하든 이야기를 하든 그 이야기를 주야장천 했습니다. 4차 산업이라는 단어는 명확한 정의는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시에는 제가 관심 있던 분야들이 '4차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묶여버렸으니 편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창조경제와 달리 4차 산업은 다보스 포럼의 발제라는 명확하고 문서화된 기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4차 산업의 기준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초지능성'과 '초연결성'이라는 특징을 말이죠.


그래서 몇 년간 4차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다니면서 자연스레 관련 사업체들이나 종사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 범위가 너무 애매하다 보니 서로 우왕좌왕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4차 산업에 관련된 협회를 만들게 됩니다. 물론 그 안에는 몇 번의 실패를 비롯해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하지만 그렇게 정리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코로나로 모든 산업들이 발이 묶이고 정체된 사이에 4차 산업은 한순간에 지원 대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많이 언급되던 단어가 한순간에 모두가 쉬쉬하는 '볼드모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4차 산업을 창조경제와 비교하는 거겠죠.


속이야 상하지만 그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떤 맥락이나 연속성이 없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4차 산업이라는 이름이 없어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거기서 끝나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창조경제는 그야말로 실체가 없었고, 창조경제에서만 지원되는 사업 자체가 없었습니다. 당시 예시로 들었던 게 스크린 골프였으니 말 다했죠. 결국 스크린 골프는 애매하지만 창조경제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4차 산업의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정쩡했던 창조경제들은 전부 4차 산업으로 흡수되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번에도 4차 산업이라는 말이 없어지면 그 아래 묶여있던 산업들이 어딘가로 흡수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4차 산업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인공지능입니다. 이건 애초에 국가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자체가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위원회로 변경되면서 정권 변경과 관계없이 진행되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4차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꼽히던 산업 중 하나가 인공지능입니다. 즉, 4차 산업의 하위 항목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4차 산업을 대체한답니다. 하위 카테고리를 위로 올렸을 때 생기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이름을 인공지능을 위로 뒀을 뿐이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미래 먹거리' 사업들을 그 밑으로 끌어다 붙이고 있습니다. 결국 그냥 4차 산업 재편인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산업을 그렇게 재배치하면 다행인데 그중 일부의 기술이나 산업은 그 과정에서 누락이 일어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공무상의 행정절차라는 것은 그런 식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살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특정 이유를 충족하기 위해서 하는 것일 뿐입니다.




결국 4차로 분류됐던 일부의 산업들은 허공에 붕 떠버렸습니다. 관련 지원과나 부처를 찾아가고, 기관장이나 심지어 광역자치단체장까지도 만났습니다만 다들 얼버무립니다. 그리고 비공개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미 지나가버린 '키워드'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지원이 나올 수 있는 '키워드'로 갈아타라고 말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산업이든 AI를 끼워 넣는 게 불가능하진 않으니까요. 다만 AI 회사가 아닌데 일시적으로 AI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답답할 뿐이겠죠.


누군가는 이야기합니다. 아니 그럼 국가 지원을 안 받으면 되죠.


맞는 말입니다. 국가지원을 안 받으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4차 산업이 아주 성숙되고 잘 돌아가고 있는 시장이라면 이게 성립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콘텐츠 사업들도 면면히 잘 뜯어보면 국가지원을 뿌리치고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서 탄생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전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상을 받던 그 근처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과 동료들이 젊었을 때는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고 자신들은 도전할 기회를 누릴 수 있던 덕분에 지금이 있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3D 프린터는 4차 산업이 언급된 이래로 대표적으로 언급되던 산업의 하나였습니다.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부분도 있고, 사실 가장 직관적이고 신기해 보이는 기술 중 하나니까요. 3D로 모델링 된 것을 프린팅 한다니! 심지어 이젠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서 가정용 50만 원대 3D 프린터도 쓸만합니다. 사실 프린팅 속도나 이런 것이 개선이 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상용화라고 말하기에는 '생산'이라는 관점에서는 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도 3D 프린터 기계를 생산하는 생산 업체가 꽤 있었습니다. 과거형인 이유는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경쟁력 있게 운용되는 곳은 많이 없습니다. 생산 단가에서 도저히 중국의 업체들에 안되기 때문이죠. 중국은 더 이상 싸구려 제품만 생산하는 곳이 아닙니다. 첨단 기술에서도 많은 부분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처럼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는 중국에게는 천국입니다. 같은 것을 더 저렴하게 생산하는데 심지어 합법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3D 프린팅 관련해서 유지하는 것들은 '프로슈머'의 영역입니다. 직접 3D 프린터를 제조하고 주도하는 분야보다 기계를 구입하여 활용하는 방향에 대한 기술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메이커 스페이스'사업에는 거의 3D 프린터가 필수였고, 전국에 수많은 기술센터들에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짜리 3D 프린터가 사업비로 배치되었습니다. 지금 현재 얼마나 쓰이고 있을까요? 몇 가지 이유로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들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두 번째로는 활용할 인력도 부족합니다. 세 번째로는 어차피 그들이 프린터를 살 때 지속적인 운용 관리를 염두에 두고 산 것이 아니라서 3D 프린터의 발전 주기와 교체주기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당연히 별로 활용되지도 않고 감가상각만 깎여 나가는 기계를 교체해서 업그레이드할 이유는 없겠죠. 그래서 3D 프린팅은 4차 산업의 대표적인 분야였지만 AI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버려진 분야가 되어버렸습니다.


3D 프린터를 예시로 들었을 뿐, 4차 산업이라 불렸던 산업들 자체가 기술 위주의 산업이라 대부분 아직 열악한 시장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국내에서 좁디좁은 시장만 가지고 살아남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게 미래 기술이라는 것 자체는 말이죠. 그런데 인공지능에 끼워 넣어서 분류해버리니 넣을 자리가 없을 뿐입니다. 아마 기존 분야의 기술 지원 관련 사업 지원 쪽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4차 산업의 특성상 아직 '생산성'이 약한데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술이 과연 그런 지원사업 서류를 통과하기는 어렵습니다.














4차 산업이라고 '불리던 것'들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4차 산업이라는 단어는 이제 없어지더라도 그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을 묶어주던 바운더리가 풀려버렸을 뿐입니다. 아직은 샌드박스가 필요한 사업들이 많습니다. 기술투자라는 것은 일반 소비자와 일반 시장에 맡기는 시장이 아닙니다. 결국 어설프게 투자되던 4차 산업 업체들 중 일부는 '기술 교육 강사 파견업체'가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4차 산업 기술업체들이 다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어딘가는 잘하고 있을 테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업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AI와 방향이 잘 맞아서 더 승승장구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코딩은 어차피 AI에서도 핵심입니다. 어찌 보면 바뀐 것은 많이 없습니다.


4차 산업을 내세우며 만들어진 저 많은 메이커 스페이스는 어떻게 될까요? 전부 AI 관련 메이커 스페이스로 바뀌게 될까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5년 후에는 또 AI가 아닌 다른 것을 중심으로 바뀔 테니까요. 과학과 기술이 그렇게 짧은 호흡으로 가는 게 맞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지 이름이 바뀌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하겠지만 몸이 약한 사람들은 돌부리에 넘어져도 다리가 부러질 수 있습니다.


아직도 4차 산업 업체들 중 일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어쩔 수 없이 4차 산업이라는 이름을 지우개로 열심히 문지르고 있습니다. 삐뚤빼뚤 하더라도 AI라고 써져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인공지능의 미래와 화려함에 가려진 그늘에는 아직도 많은 4차 산업 기술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게임,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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