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일자리에 대한 오해
4차 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보니 가끔 만난 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진행이 될수록 디지털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럼 사람이 일하는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냐는 질문이죠. 저는 그것에 대해서 '아닙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그렇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이제 시작된 것이 아니고 꽤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습니다만 그로 인해 일자리의 '개수'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합니다. 키오스크나 고속도로 통행요금 징수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냐고 말이죠.
그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단 첫 번째로 그건 '소멸'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건 '디지털화'에 따른 일자리의 변화라고 이야기 하기보다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일자리 변화입니다. 같은 이야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아주 먼 옛날에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온 이래로 존재했던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직업보다 훨씬 많은 직업이 생겨났죠. 그런데 생겨난 직업이 있다고 해서 원래 있던 직업들이 다 남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태가 바뀌거나 없어진 직업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디지털화'가 일어나기 전의 일입니다.
애초에 산업혁명 시기에 증기기관이 나타났을 때부터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가져갈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2차 산업혁명에 의해서 전기와 컨베이어 벨트 생산방식이 도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훨씬 많은 일자리가 생겼죠. 물론 기존의 일자리 중에서 없어진 일자리들도 많았습니다.
'방망이를 깎는 노인'처럼 장인정신으로 일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품들에 의해서 밀려났습니다. 그대로 없어진 직업도 있고, 무형문화재와 같은 형태로 남아버린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직업이 없어진 것은 '디지털화'가 아니고 '산업화'의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핵심은 그 공장과 관련된 직업의 수가 그전에 각지에 흩어져서 방망이를 깎던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전의 기술자들이 도태되는 문제는 제기할 수 있겠지만 그게 사람이 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자꾸 4차 산업 시대가 되었으니 '코딩'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물론 '코딩'은 중요합니다만 4차 산업 시대가 되면 모든 것이 '코딩' 위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제는 틀렸습니다. 그건 4차 산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4차 산업은 인간이 무언가를 한다는 전제하에 그것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방향의 산업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코딩 없이 코딩하기
그림 못 그리는데 그림 그리기
글 잘 못 쓰는데 글쓰기
사진 잘 못 찍는데 사진 찍기
조금은 느낌이 오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4차 산업시대라고 해서 코딩에 매몰될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심지어는 그 '코딩'마저도 '노코딩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직접적으로 코딩을 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그 '구조'나 '원리'만 이해하고 있다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게 4차 산업이 하는 일이죠.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AI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사람들은 AI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들고 점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여기서 두려움을 느끼는 주체는 AI가 한다는 게 아니라, '콘텐츠'의 영역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AI가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보조'의 영역을 넘지 못합니다. 아무리 슈퍼컴퓨터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애초에 4차 산업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이 4차 산업은 최고의 '도구'이자 '서포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4차 산업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술 격차'를 줄여줍니다. 이게 뭘 이야기하는 거냐면 그림을 잘 못 그려도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글을 아주 잘 쓰는 것이 아니어도 소설을 쓸 수 있게 보조를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사람을 AI가 흔들림과 조도를 보정해줍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어도 옛날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것 같은 사진이 나옵니다. 심지어 후보정용 AI 프로그램은 진짜 전문가 영역에 가까워졌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의 영역에서 그 노하우와 기술 차이였던 부분을 AI가 메꾼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사진을 보정하는 기술자는 대단한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전문가의 세심한 보정을 AI가 완전하게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70-80%까지 따라갔다면 어떻게 되냐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제 대충 작업할 수가 없습니다. 대충 작업하면 자신보다 AI가 더 잘할 테니까요.
오히려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분야는 따로 있습니다. 이미 그 이전에도 주목받던 분야지만 4차 산업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보는 분야는 오히려 사람의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분야입니다. 바로 콘텐츠 분야죠.
이미 '셀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종이에 그리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종이에 그려도 결국 디지털 작업을 합니다. 2D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작화 사이에 수많은 동화작가를 넣는 게 아니라 2D조차도 리깅을 통해서 당겨버립니다. 그 사이의 변화를 'AI'로 계산하면 되니까요. 수많은 동화작가가 자리를 잃게 되겠지만 그만큼의 디지털 기술자가 생깁니다. 그리고 더 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은 애니메이션이 쏟아질 수 있죠.
실제로 몇십 년 전에 비해서 쏟아지는 콘텐츠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이게 디지털 발전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4차 산업은 그 속도를 더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유튜브가 가장 좋은 예시입니다. 예전에는 영상 촬영과 편집은 전문가의 영역이었습니다. 지금은 개인들도 쉽게 쉽게 촬영하고 편집하고 유튜브를 만들어냅니다. 그냥 기술의 발전 아니냐고요? 그 기술의 발전의 첨단에 있는 게 4차 산업입니다. 4차 산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그 앞의 수많은 기술발전의 누적에 의해서 다가온 흐름을 이르는 말이니까요.
4차 산업 초기부터 강의를 다니면서 이야기했던 부분이 4차 산업의 핵심은 '공유'와 '해답'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문가의 기술 영역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이 4차 산업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초지능성'을 첨가해서 학습과 판단에 대해서 보조해 주는 것이죠.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진 보정 프로그램이 몇 년 전의 어설픈 전문가보다 뛰어난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4차 기술은 '보조'역할이기에 거기에 인간의 능력이 첨가되면 진짜 더 좋은 완성품이 탄생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혹여나 자신이 4차 산업시대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고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든 꼰대가 되어가는 입장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경험들이나 지식들이 실시간으로 갱신되어가고 밀려나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 해결방법은 기술 그 자체에 올라타는 것이 아닙니다.
4차 산업 기술은 그 영역이 엄청나게 넓습니다. 만일 코딩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그 영역은 어차피 어떠한 방향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결국 기술의 영역이죠.
코딩이 아니라 어떠한 기술도 그 분야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배운 기술이 도태된다고 사회가 바뀌는 것을 탓하는 것은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코딩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은 '기술자'가 될 생각이 있는 것인지 한 번쯤 고민을 하고 코딩을 배우시라는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그저 4차 산업의 흐름에 올라타시려는 거라면 굳이 코딩이 아니어도 됩니다. 4차 기술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열려있는 자세라면 뭘 하더라도 4차 산업 기술이 여러분이 하려는 일을 보조해 줄 테니까요. 그걸 얼마나 잘 쓰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다만 그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4차 산업의 흐름은 '공유'와 '해답'에 있습니다. '독점'과 '정답'이 아니라 말이죠. 그 애플조차도 라이트닝을 버리고 USB 타입으로 흐르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