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도 그냥 사람사는 곳이에요

제주살이가 실패하는 이유

by 게인

나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위해서 싸우는 일이 가끔 있다.


아주 예전에 집단 따돌림에 관한 어떤 연예인 사건이 그랬고, 펭수가 그랬다. 난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에 맞지 않는 비판에 대해서는 편을 들다가 소위 말하는 '빠'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제주도를 위해 반박을 좀 해야겠다. 내게 제주도는 애증의 대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애정보다 싫어하는 감정이 더 크다. 하지만 제주살이라는 열풍만 보고 제주도를 갔던 사람들의 제주도에 대한 비난을 듣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들이 생긴다.












나는 제주도에 꽤 오래 살았다. 거의 18년 정도 살았으니 그 정도면 거의 고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제주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제주도의 풍경과 공기 같은 것은 그립지만, 그 이외의 단점이 너무 많았다. 외지인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텃새나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공감한다. 내가 초중고를 전부 제주도에서 나왔는데도 그런 부분이 존재했을 정도니.


내가 제주도를 떠나 '육지'라고 부르던 곳에 정착한 이후에 갑자기 제주도에 대한 붐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방송매체에서 제주도에 대한 로망을 심기 시작했다. 연예인과 방송인들은 제주도로 도피성(?) 제주살이를 많이 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너도 나도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을 운영하는 꿈을 꾸며 제주살이를 하겠다고 몰려들었다.


점점 줄어가던 제주살이 붐은 몇 년간 조금씩 성토를 내놓더니 최근 들어서 제주살이의 문제점이라면서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커피숍이든 게스트 하우스든 성수기를 제외하고 장사가 안돼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일자리나 사업실패로 제주살이를 실패하며 떠나는 사람들이 제주도가 너무 살기 힘들다며 제주살이는 과장되었다느니 제주도는 살기 힘든 동네라고 하며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 말고도 이미 그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은 꽤 많다.

일단 나는 애초에 제주살이가 유행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던 사람이다.


제주도 사람들 - 아니 보통의 지방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살이'에 대한 로망이 있다. 서울 그 반짝반짝한 도시에 가서 살면 뭔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가면 전부 성공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지방에 있으면서 대학교 졸업하고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갔다 쫓기듯 내려온 사람은 꽤나 많다. 마치 옛날 아메리카 드림 같이 느껴진다.


제주살이 역시 그런 일부분만을 보고 달리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서울 사는 사람들한테 서울 가서 살면 무조건 좋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주 사람들한테 제주도 와서 사는 게 좋냐고 물으면 별반 차이가 없다. 이동도 불편한 제주도에 굳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제주도는 일자리가 없다. 물론 다른 지역이라고 지금 일자리가 넘치는 거 아니다. 그리고 지금 제주살이 망했다는 분들 중에는 코로나와 겹친 부분에 의해서 피해를 본 분들도 많다. 내가 제주도를 슬프게 바라보기 시작한 시점은 제주도가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시점이었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을 제외한 일반 산업의 비율이 너무 낮다. 예전에는 귤농사라도 많이 지었다지만 지금은 그런 농업의 비율도 많이 줄어서 정말 기반이 되는 산업이 너무 없다. 2000년대 초반에 야심 차게 추진하던 국제무역자유도시는 지금은 이름만 남은 관광도시가 되어버렸다.


산업이 불안정하면 일자리가 있을 수가 없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청년 고용이 불안해진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은 마치 8-90년대처럼 공장 건설에 목을 매고 있다. 광주에는 또다시 자동차 공장이 들어섰고 경남에는 새로운 공업단지가 들어섰다. 하지만 막상 청년들은 공장에 근무하는 것을 꿈꾸며 살고 있지는 않다. 아직 청년들은 남들에게 보란 듯이 멋있게 일하는 뭔가를 꿈꾼다. 그리고 공장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주살이를 산업적 또는 사업적 측면으로 보고 왔는데 사업 실패를 하면서 제주 탓을 한다면 그건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사업의 투자에 대한 실패는 환경 탓이 아니라 환경을 분석 실패한 본인의 탓이 제일 크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여유로운 꿈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지 사업적인 접근은 제대로 신경 안 쓴 탓이라고 보는 게 제일 가까울 거다.


제주도 내려온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대부분 몸을 쓰지 않는 노동직군이다. 사진작가, 여행작가, 카페, 게스트 하우스 등등. 제주도가 청년 일자리가 모자란 편이긴 하지만 그건 그 친구들도 안 하려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도 학생들이 살고, 학원 선생님도 필요하고, 주유소나 공사장 등 다른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애초에 그런 일자리를 '일자리'의 범주에 넣고 있지 않으니 더욱 커지는 일자리 부족이다. 아무래도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에 '사무직'을 원할 텐데 제주도에 그런 일자리는 정말 적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타지방은 서울이다. 서울이 가장 그런 일자리가 많으니까.


그런데 그건 제주도에서 쭉 살아왔던 제주도 청년의 입장이다. 타지에서 제주도에 오면서 '대기업 사무직'을 원하고 오지는 않았을 거다. 그럼 그들은 제주도에 대체 뭘 기대하고 온 것일까. 제주도는 애초에 중소기업 숫자가 타지에 비해서 엄청나게 적다. 위에 말한 것처럼 전임 도지사들이 죄다 외지에 땅을 팔아버리고 관광 위주의 개발에 매진한 결과 관광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이 죽어버렸다. 올레길 그거 있으면 뭐한단 말인가? 내가 콘텐츠와 관련된 일들을 하지만 콘텐츠의 생산성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삶이 충족된 이후의 문제다. 그리고 제주도는 기반 산업이 약하고 그런 분야에 사람과 산업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부에서 유입되는 산업은 제주도에 이미 넘쳐나는 관광이나 콘텐츠 관련 인력뿐이다. 그럼 이 시장이 과밀화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당연히 레드 오션이다. 그러면서 무슨 제주도에서 관광객들 상대로 벼룩시장 열고 공방을 운영하면서 콘텐츠로 꾸며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또 그런 일부분만 보고 환상을 품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이런 문제는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이 있다. 관광지를 '살기 좋은 곳'으로 착각하는 사례 말이다.












아직도 제주도민들은 제주도에 살고 있다. 제주살이에 실패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외지에서 왔기에 제주에서 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니다. 제주 사람들도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만 해대면 망할 사람들 천지다. 그분들 대부분이 제주도에서 자리 잡기 쉽지 않은 업종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걸 제주도라서, 또는 제주도만의 문제라고 하는 건 무리다. 자영업이 망하는 건 제주도만의 일은 아니다. 괜히 속담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펴라는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제주도를 너무 애정 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에 말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제주도가 애증의 장소다. 18년이나 살았다는 것은 그곳이 익숙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20년이 넘게 떠나 있었기에 지금 가면 모든 게 달라져서 낯설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과 상관없이 좋은 추억과 안 좋은 추억이 전부 남아있는 곳이다. 그중에서 제주여서 문제였던 것의 대부분은 제주도가 너무도 좁다는 것에서 오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걸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기에 갖고 있던 문제였다. 제주살이를 한 사람들은 제주도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유배를 당한 것도 아니며 나처럼 부모님 때문에 어릴 때부터 살았던 것도 아니다. 본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다.


나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제주도가 걱정된다. 그곳이 섬이라고 해서 그들이 꼭 관광지일 필요는 없다. 지금은 예전처럼 굴뚝 있는 공장에서만 물건이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첨단 산업이든 뭐든 환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산업들도 제주도에 들어갈 수 있다. 사실 원래 그러려고 만든 '국제무역자유도시'였을 진데 지금은 방향을 잃어버리고 그냥 관광도시일 뿐이다. 그리고 제주살이를 꿈꾸던 분들이 원한 것은 '국제무역자유도시'인 제주도가 아니라 '관광지'인 제주도였겠지. 그냥 제주도에 살아보고 싶었던 것인지 제주도민이 되길 원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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