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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Jan 18. 2022

사람을 키운다는 것

처음부터, 처음으로.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어느새 10년이 좀 지났습니다. 본격적이지 않을 때는 뭘 했냐고요? 그 전에는 타인의 교육을 보조하는 일이나 과외와 같은 정해진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이었죠. 본격적인 교육은 '제가 만든 교육'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앞뒤에 과정이 참 많았지만 좀 짧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의 교육에 대한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좌충우돌했던(?) 저의 교육에 대한 경험들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입니다.



 





 '교육' 자체에 관심을 가진 건 전혀 기대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전공이 경영 쪽이라 사실 교육과는 거리가 있었죠.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성향은 '소비자행동론'이나 '조직 개발론' 같은 인간 또는 사회의 행동에 관한 부분이었고, 그에 따라 HRM(Human Resourses Management)과 HRD(Human Resourses Development)가 저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있어 보이려고 영어로 썼는데 그냥 '인적자원관리'와 '인적자원개발' 분야입니다. 영어가 맞는지도 까먹었네요.


HRM으로 검색하니 이런 이미지가 나오네요. 귀여우니 넘어가기로 합시다.


 좀 많이 생략을 하고, 첫 직장으로 '우편원격교육개발'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첫 직장이기도 하고... 나름 열심히 개발했어요. 문제는 팀장부터 저 외의 다른 팀원까지 모두 다 처음이었다는 점이었죠. 당연히 한 번도 국가에 과정 평가를 통과시켜본 적도 없었고, 아예 바닥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덕분에 쌓여 있는 것을 받아서 하기보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법을 배우긴 했네요.


 그땐 정말 열심히 했어요. 인터넷으로 매일 같이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고, 최신 트렌드도 익히기 위해서 카페 같은 곳에 가입해서 활동도 열심히 했죠. 그때 고민하게 됐던 게,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인적자원개발을 기술개발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라는 점이었어요. 그건 인사담당자들, 교육담당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오너 마인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죠.


 인적자원개발의 핵심은 그보다 커뮤니케이션, 갈등 해결, 조직의 이해 등에 더 적합한 측면이 있었는데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딱히 그런 곳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만들고 있던 우편원격교육도 당시 국비환급 100% 과정이라서 기업들이 공짜로 책이나 나눠주는 그런 의미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계발서 같은 걸로 과정 만들면 당연히 국가에서 과정 평가 등급이 낮게 나왔고, 기술이 들어간 전문과정에 대해서 과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상황이었죠.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당시에 기업에게 제가 원하는 교육을 하려면 대기업 이외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았고, 이미 대기업은 그런 교육을 맡아서 하고 있는 곳들이 있었다는 거였죠. 그래서 전 '기업 이전의 교육'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누군가에게 교육을 직접 해보긴 해야 했으니까요. 기업이 원하는 게 이미 교육받고 들어온 인재를 원하는 거면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저도 대학교까지 쭉 다녀봤지만 학교에서도 그런 방식의 교육은 거의 없었어요. 가끔 취업지원과 나 뭐 이런 데서 CS강사를 불러서 뭔가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좀 차이가 있었죠. 뭐 조별과제를 그런 교육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조별과제가 조별 활동을 잘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과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취업지원과 연계되어있는 교수님을 찾아가서 '이런 교육을 해보려고 한다'라며 무작정 들이밀었습니다만 결국은 물을 먹었습니다. 물론 제가 준비가 덜 되어있던 영향이 컸죠. 


연구소의 이름으로 진행했던 첫 교육이었습니다. 무려 3년 만의 결실이었죠.


 2011년도에 당시 20대 후반의 파릇파릇한(?) 청년들만 모여서 문화경영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문화경영플랫폼B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실제 활동은 거의 문화경영연구소를 위주로 진행 됐거든요. 갑자기 뛰어든 저와 문화행정을 담당하던 기관 직원 출신 한 분, 그리고 박사과정에 들어간 대학원생 한 명과 디자인 회사를 뛰쳐나와 강사를 하시던 분까지 모여서 의기투합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주변에서 이미 있던 단체들도 많은데 어린 친구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겠다고 나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죠. 남의 밑에서 교육 뛰어보고 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교육을 해보자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버티지 못하고 오히려 하나 둘 포기하는 상황이었죠. 저도 그랬고요.


우리는 HRD를 기반으로 한 교육을 '그럼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점점 연령대를 낮추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개발하고 나서야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공모사업을 통해서 말이죠. 짧게 표현했지만 이 기간 동안 얼마나 좌절했는지...


 사실 우리는 처음에 공모사업에 대해서 부정적이었거든요. 아,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어느 정도 부정적입니다. 그 당시에도 공모사업은 말이 많았고, 뭐 지금도 다르지 않죠. 여담으로 당시에 그 공모사업도 심사위원 중에 제가 어린(?) 나이에 단체를 만들고 활동하는 것을 싫어하시던 분이 계셔서 심사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저를 떨어트리려고 하셨다는 이야기도 후문으로 들었죠. 




 쓸데없는 잡썰이었는데...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우리가 시작한 문화예술교육의 근간은 HRD를 공교육과 문화예술교육에 어떤 방법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사람이 하나의 개인으로 살지만 사회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는 '보존의 법칙' 안에 있는 하나의 자원이라고 보거든요. 누구든지 자신의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죠. 어떤 형태인지가 다를 뿐이지. 그러한 의미 안에서 타인과 어떤 방법으로 협력하거나 협업하는지를 배우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스터디를 거의 2년 가까이했습니다. 쑥과 마늘의 시간이었죠. 그리고 결국은 HRD를 근간으로 한 것이었기에 HRD의 방식에서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70년대, 아니 그 이전부터 HRD는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협력과 커뮤니케이션을 인식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했거든요. 


 결국 우리가 내린 결론은 '게이미피케이션'이었습니다. 뭐 말만 거창하지 당시에 교육을 놀이화 하려는 움직임 자체는 있었어요. 다만 우리는 feedback에서 비논리적인 기적을 바라지 않기로 한 거였을 뿐입니다. 이 게이미피케이션이 지향하는 바를 '애들이 즐거우면 좋은 교육이다'라는 기적의 논리에 파묻어버리는 게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장치적 요소들을 배치해서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가르쳤던 이 친구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습니다... 세월 빠르네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몇 년 간의 실험은 반은 성공, 반은 실패였습니다. 


 제가 느꼈을 때나 학생들의 평가에서는 성공적인 부분들이 학교의 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더군요. 그리고 국가 공모사업은 더 힘들었습니다. 평가를 받거나 이런 부분은 오히려 상관이 없었는데, 꽤나 정치적인 논리가 많이 들어가는 곳이라... 프로그램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보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규모를 본다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숫자나 구성 인원의 학위만 따진다거나... 거기다 대표자는 자기가 기획하고 자기가 강의를 하더라도 비용을 책정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뭐 아쉬운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재밌게 진행했던 교육들이나 개발들에 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고 와서 풀어볼까 해요. 저는 잘 풀리진 않았지만... 아니 생각해보면 그런 교육을 시도할 기회 자체를 얻었다는 것부터가 잘 풀렸던 게 아닐까 싶긴 하네요. 여하튼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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