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QCY의 방식은 다르지만...
경영학의 구루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이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혁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CS나 기업 강의하는 분들은 본인 이름보다 더 자주 외치고 다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은 한 종류가 아닐뿐더러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능적인 혁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망해버린 사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VHS와 싸우다 사그라든 소니의 베타 시스템이 있습니다. 결국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성공했지만 애플의 초기 전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한 장악력이 없는 기능적 혁신을 구속력을 가지려 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물론, 장악력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망할 자본주의의 법률은 보통 그런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마련해 두었죠. 그래서 에이즈 치료제를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하튼 위에 나왔던 예시 중 애플의 경우는, 보기 좋게 본인들의 실수를 뒤집었습니다. 심지어 폐쇄적인 생태계를 되돌린 것도 아님에도 혁신으로 포장하여 본인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생태계를 확립했습니다.
예전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이야기를 하면서 '계층에 의한 고급화 전략'을 이야기했습니다. 특정 계층이 누리는 문화처럼 구성하게 되면 갖게 되는 파워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시장에 대해 장악력을 가지고 있거나 선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죠. 모든 레이어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거나 모든 계층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그 이외의 상황에서는 보통 어떻게 되는 걸까요?
모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보통 "시장 파괴자"라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가상화폐처럼 오로지 교환가치로만 이야기하는 시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사용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기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현재 블록체인 관련 기술은 선점이 핵심이지 타인과의 기술격차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기 다른 게임 체인져 방식이 있습니다. 위에서 예시로 사용했던 애플의 경우는 확실한 게임 체인져였습니다. 매킨토시를 통해서 PC업계의 표준화를 노렸지만 생각만큼의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당시 IBM과 인텔을 중심에 윈도우즈까지 애플 이외의 생태계들이 잘 연계되어 오히려 애플을 압박했죠.
애플은 매킨토시의 사례를 실패라고 받아들인 건 아니었습니다. 대신 더 확실한 장악을 위해서는 폐쇄적인 생태계다 하더라도 '게임 체인져'와 결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팟에 이어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을 위주로 한 IOS라는 생태계로 재도전합니다. 그리고 아이폰이라는 이 게임 체인져는 스마트폰 업계를 뒤집어놓았습니다. 아니 모바일 생태계 자체를 충격에 빠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세계를 상대로 스마트폰 시장을 천천히 이익만을 취하고 있던 삼성과 LG, 노키아 등의 대기업은 애플의 갑작스러운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고, 그중 일부의 회사는 버티지 못하고 장기 침체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구글을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야 나머지 제조사들은 애플의 영향력 밑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막았지만 IOS 생태계는 아이팟과 아이폰이라는 연속된 '파괴자'들의 영향력으로 시장의 지배자로 우뚝 섭니다. 애플과 나머지 회사들이라니 애플의 입장에서는 요새 쓰이는 표현으로 가슴이 웅장해질 만했죠. 이때쯤 스티브 잡스의 주가도 최고치를 달리던 시기였고, 누구나 스티브 잡스를 성공한 CEO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패드와 맥북, 거기다 에어팟까지 내놓으면서 완전하게 IOS 시장을 정착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애플의 사례는 분명 대단하지만 이러한 혁신을 통한 게임 체인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들이 그렇게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잡아먹을 만큼 다양한 분야를 차례차례 내놓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신들의 분야에서만 전력투구를 하게 됩니다. 물론 IT 분야에서는 혁신을 통한 게임 체인지가 일반적이긴 합니다. 애플의 게임 체인저들이 경쟁사들에 비해서 월등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장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게임 체인져가 등장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죠.
그중 하나가 중국발 '시장 파괴자'입니다.
사실 'made in china'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데전자'라고 불리는 개그 코너가 있을 정도로 저렴하고 안 좋은 성능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대륙의 실수'라는 이름을 더 자주 이야기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샤오미'라는 이름과 함께 말이죠.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과 함께 '가성비의 대명사'로 등극한 샤오미는 그전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을 많은 부분에서 바꿔놓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샤오미 자체가 하나의 회사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이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가성비의 대명사처럼 기억이 되었고 그 뒤로 수많은 제품들이 '샤오미'라는 이름을 달고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며 한국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그 변화는 해외직구와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변화하던 추세와 맞물려 더 커졌습니다. 깔끔한 디자인과 가격은 고성능이 아니다 하더라도 '가성비'가 화두로 떠오르던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함께 중국 경제도 세계를 향해서 발을 뻗기 시작했죠. '틱톡'같은 앱부터 '화웨이'같은 핸드폰 제조사까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예전처럼 팔고 나면 그만이라던 마인드가 아니라 전자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라는 포지셔닝을 제대로 가져갔다는 점이 있습니다. 실패해도 데미지가 적은 저가형 제품이 주를 이루었던 예전과는 다른 변화였습니다.
사실은 그 이전부터 세계에 나름 어필한 중국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샤오미의 케이스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샤오미'라는 이름 자체가 누가 들어도 중국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이전에 세계를 상대로 진출한 lenovo와는 달랐습니다. 레노버의 씽크패드는 독특한 '빨콩'과 함께 비즈니스 노트북에서 나름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하지만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처음에 접했을 때 중국 회사라는 사실을 쉽게 알기 어려운 이름입니다.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에 관심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검색해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물론 에어팟, 갤럭시 버즈 등등 쟁쟁한 브랜드들이 있지만 '대륙의 가성비'의 결정판 중에 하나인 브랜드죠. 그건 바로 QCY라는 브랜드입니다. 실제로 많은 제품을 만들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회사의 OEM 생산을 워낙 많이 하는 회사라 기술적인 역량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년여 전, QCY의 돌풍을 일으킨 T 시리즈의 첫 번째. QCY-T1이 등장했습니다.
QCY의 특징은 엄청난 퀄리티가 아닙니다. '극한의 가성비'에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 이전에 블루투스 이어폰에 관심이 꽤 많았고,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서 중국발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해본 적도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실망 그 자체였죠. 스마트폰 살 때 주는 기본 이어폰만도 못한 음질이 대부분이었고, 적어도 들을 만한 품질을 찾으면 가격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QCY를 처음 듣고 생각했던 것은 '어떻게 이 가격에 팔 수 있는 거지?'가 가장 먼저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대륙의 가성비들이 많았지만 코드리스 이어폰을 1만 원대에서 만든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여전히 코드형 이어폰들이 더 좋은 음질과 통화품질 등을 갖고 있었지만 코드리스의 장점은 무시할 수 없었죠. 물론 그때도 에어팟은 어마어마한 음질과 통화품질을 갖고 있었지만 10배가 넘는 가격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륙의 실수는 한 번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QCY는 T5가 '꼬다리형'으로 출시되었고 다시 한번 가성비로 사람들을 흔들었습니다. 제가 지금 가장 편하게 들고 다니는 코드리스 이어폰도 QCY-T17입니다. 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제품을 내놓았고 제가 알기로 지금 T-20인가 그렇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가격은 1-2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지금의 제품은 초기에 그렇게 극찬받았던 에어팟 초기 모델보다도 음질이 좋습니다. 물론 그동안 애플도 에어팟 프로를 계속 내놓으면서 더 발전했지만 말이죠.
애플은 아이폰으로 그랬듯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결국 애플의 그런 기술적인 혁신은 삼성과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들 뿐만 아니라 비교적 느긋하게 움직이던 인텔과 AMD 같은 컴퓨터 업체들까지 긴장하며 새로운 제품을 내놓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쯤 M1칩이 가져온 컴퓨터 시장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죠.
코드리스 시장은 여전히 더 비싸고 좋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에어팟을 필두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드리스 시장은 고가의 기술혁신 시장 이상으로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고가의 제품들과 저가의 제품들 간의 기술 간격이 좁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굳이 그 정도 차이에서 비싼 제품을 사게 될까요? 그런 긴장감은 언제나 무언가 게임 체인져들이 가지고 오는 변화입니다.
M1을 내고 나서도 쭉 유지해오던 애플의 고가 전략도 지금은 약간 방향을 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M1은 대단한 칩이고 M2가 나오긴 했지만 인텔과 AMD의 다음 칩셋이 엄청나게 밀리는 느낌은 아닙니다. 예전 같으면 우려먹고 우려먹던 인텔이 긴장하고 계속 개선된 제품을 내놓는 것도 그런 영향이죠.
결국 이런 게임 체인져들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방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시장이 독점되거나 경직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저가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은 손해보고 파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돈을 긁어모으는 전략에서 '박리다매'전략으로 바뀐 것뿐입니다. 다만 그 중간에서 조그만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들긴 하겠지만요.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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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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