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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Nov 15. 2022

낙타와 지푸라기

무한동력의 함정 

 'The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


 낙타의 등을 부러트린 마지막 지푸라기. 최근 바이낸스의 창업자인 '자오 창펑'의 SNS에 등장했던 말입니다. 자오 창펑은 세계 1위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입니다. 그리고 최근 파산해버린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3위의 FTX의 운명에 영향을 주게 된 것에 대해서 남긴 말입니다. 












 제 브런치의 초창기 글들은 4차 산업과 암호화폐에 대해서 많이 다뤘습니다. 그리고 그 글의 대부분은 암호화폐에 대해서 그리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었던 이유는 호황기였고 누군가는 계속 돈을 벌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테라 사건이 터진 이후로 저는 가상화폐에 대해서 거의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저 같은 구석에서 조용히 글 쓰는 사람과 '자오 창펑'같은 사람의 영향력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지푸라기가 아니라 먼지 수준도 안 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상화폐의 하락은 저와 먼지만큼의 영향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급을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돈을 잃었을 테고 그게 꼭 예전에 가상화폐로 큰돈을 챙겼던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상승장에서는 저의 쓴소리가 그저 쓴소리였지만 하락장에서는 기름을 붓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의 문제점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 FTX 사태의 본질은 결국 이전에 지적했던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던 문제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보인 상황입니다. FTX의 규모는 실질적으로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로만 버티는 거였습니다. 흔히 '법정화폐'라고 불리는 실물화폐와 자산이 아니라 자체 발행된 코인과 또 다른 가상화폐로 가치를 담보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부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4차 산업에서 길을 잃었는데요?'에서 다뤘습니다. 저처럼 비전문가에 가까운 사람도 알만큼 명확한 취약점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테라 USD가 그랬듯, 자본구조가 자체 발행 코인으로 돌아가는 무한동력 구조라는 건, 공격에 대한 방어가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실물자산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미 예전에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했던 시점에 드러났던 문제고, 그 이후에 우리나라 역시 IMF를 겪으면서 드러났던 문제입니다. 전 국민에게 '외환보유고'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이유입니다. 그것이 법정 화폐든 가상 화폐든 자체 발행한 화폐로는 외부의 엄청난 매도 공격 앞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축통화니 금 본위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미국이 자신들이 절대로 망하는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기축통화의 기준이 달러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석유 산업'의 거래 기준이 '달러'라는 부분이 자리 잡고 있지만 거기까지 가면 너무 이야기가 복잡하죠. 


 결국 FTX는 한 때 세계 3위에 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였지만 대규모 '뱅크런'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테라가 그랬듯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90%에 가까운 폭락을 보이며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파산했습니다. 루나와 테라는 가상 화폐(연동된 다른 코인이 있었지만)에 불과했지만 FTX는 가상화폐 거래소입니다. 거기에 묶여있는 수많은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그 가상화폐를 현금화해줄 수 있는 자본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렇지만 그 자본의 대부분은 FTX에서 발행한 FTT였고, FTX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FTT의 가치가 하락하는 순간, FTT의 가치는 순식간에 증발해버렸습니다. FTT가 아무리 FTX에서 발행했다 하더라도 가상화폐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결국 FTX는 고객의 가상화폐를 환전해주지 못하고 파산했습니다. 미 연방의 조사까지 받게 된 이유는 그 과정에서 결국 고객의 돈에 손을 댔다는 정황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어떨까요? 두나무의 '업비트'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입니다. 두나무는 나름 발 빠르게 '현물 자본'시장에 손을 뻗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투자를 통해서 다른 자본으로 가상화폐 자본을 떠받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BTS로 유명한 하이브 엔터에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이번 BTS '진'이 입대하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미 몇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빗썸'은 이미 다른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코인 상장과 관련해서 '뒷돈'을 받고 상장을 해준 것으로 의심받으며 조사를 받는 과정에 있고, 그 와중에 기형적 지배구조를 보이며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한 정황도 수사 중이고, 알려진 아이템 매니아를 만들었던 창업자 이외에 '실질적 소유주'로 의심되는 인물도 경찰의 조사와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루나 사태에서도 그랬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무한 동력은 상승장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다단계와 같습니다. 계속 새로 온 돈줄이 유입되면 그 구조 자체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사가 하나만 어긋나도 모든 기어가 무너지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현재 돌아가고 있다고 해서 정상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FTX의 폭락에 대해서 다들 '제2의 리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입니다. 위에 말했듯이 구조가 버티지 못하면 '뱅크런'에 대해서 감당할 수 있는 암호화폐나 거래소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어느 거래소나 암호화폐도 명확하게 그 가치를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FTX 역시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자신들이 버틸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었죠. 그래서 FTX가 묶이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탓으로 연쇄적으로 다른 거래소에서 대량의 뱅크런이 또 일어난다면 연쇄 도산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겁니다.


 근본 가치가 단지 화폐에만 있는 것이 아닌 '국가'에 비해서 가상화폐는 다릅니다.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은 간다'라고 했지만 몇십조의 가치가 일주일 만에 증발할 수 있는 것이 가상화폐 시장입니다. 그럼 과연 그 가상화폐의 가치를 우리가 '부자'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그래서 가상화폐의 상층에 있는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문제없다고 외치면서도 끊임없이 가상화폐 외부로 빠져나가는 길을 모색합니다. 결국 '망해도 3년'을 가려면 실물자산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에도 그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이미 발생한 가치를 애써 폄하하거나 부정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종류의 가치든 이미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골동품들이 누군가에게는 만원에 거래되고 그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몇억 원의 가치로 평가받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그 평가의 기준이 불명확했다면 문제가 된다는 겁니다. 그래도 이미 발생했기에 그 가치가 계속 유지될까요?












 가상 화폐 이전에 '사이버 머니'가 있었습니다. 일부 사행성 PC방에서 환전이 되거나 아이템 매니아를 통해서 환전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사이버 머니'는 그저 '사이버 머니'일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아이템 매니아'의 창업자가 '빗썸'의 창업자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결국 가상화폐는 '사이버 머니'를 다루는 것 그 이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규모와 액수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손절하지 못하는 거죠.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게임 내 재화들을 거래합니다. 그 재화는 여전히 '사이버 머니'같은 개념입니다. 게임을 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재화들입니다. 그 머니만 사서 변동폭으로 이득을 노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재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 재화를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게 아니라 인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인게임 시스템이 꼭 그 재화로만 거래해야 하기에 그 시장이 돌아가는 겁니다. 


 가상화폐는 꼭 그것만 사용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NFT 같은 것인데, 그것 역시 가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상화폐의 미래를 '메타버스'에 자꾸 밀어 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메타버스는 '게임'과 엮이고 있습니다. 게임사들도 앞다투어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사실 당연한 결과입니다.


 돈을 쓴 만큼 강해지는 '페이 투 윈'이 극심한 게임은 유저들로부터 외면받습니다. 결국 그 '페이 투 윈'은 현실의 재화를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상화폐가 게임과 결합해도 '오직 가상화폐'로 거래되는 것이 아닐 겁니다. '현실 재화'를 한번 걸러주는 모바일 게임의 다이아 취급받을 게 뻔합니다. 그저 포인트 같은 취급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시적으로 페이 투 윈으로 재미를 보는 과금 구조의 게임들이 치고 빠지는 것처럼 가상화폐도 장기적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먹고 튀는 구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가 아니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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