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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Nov 26. 2022

흔들리는 코인 위의 게임 회사

게임업계 E2P의 선봉장에서 추락하는 코인 회사로

 '4차 산업에서 길을 잃었는데요?'라는 브런치북을 내면서 절반을 가상화폐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그때 가끔 유입 경로를 보면 '위믹스'를 검색하다가 걸려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내용에서 위믹스를 다룬 부분이 별로 없어서 좀 민망했습니다. 그때는 'P2E(Play to Earn)'에 대해서 추후에 다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 그 부분을 다루면서 언급을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다뤘던 이야기는 위메이드가 'P2E'를 내세우며 위믹스를 발행한 것만 가지고 '수천억 원'의 매출이 실적으로 잡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대박이 나는데 왜 모든 게임사들이 '코인 발행'에 뛰어들지 않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며칠 전 위믹스가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사실상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위메이드 측에서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나섰지만 그 이전에 이미 위믹스에 대한 시장의 경고가 나왔다는 점에서 위메이드가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최근에 FTX 사태로 휘청거리던 코인판에서는 상황이 터지자마자 뱅크런이 일어났습니다. 총액이 수천억 원에 달하던 위믹스는 이번 상황으로 이미 70% 이상의 폭락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번 위메이드-위믹스 상황이 다른 코인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위믹스 코인을 믿은 가장 큰 원인은 '모회사'가 '실물 회사'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코인들은 대부분 모기업이 먼저 존재하기보다 가상화폐와 함께 만들어지거나 성장해 온 회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위믹스를 만든 위메이드는 다릅니다. 게임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알만한 회사에다, 한 때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이라는 게임은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게임'의 선구자격인 게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미르의 전설 후속작들은 국내에서는 거의 유저가 없고 아예 중국에 맞춰서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게임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규모입니다.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상위 프로 게임단의 총연봉은 거의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구단 연봉 규모를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OL'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페이커'에게 연봉 100억 원 플러스알파의 거의 백지수표 가까운 계약을 불렀다는 소문은 몇 년째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게임들이 중국에 들어가면 가장 많이 겪는 일들은 바로 '카피'입니다. 위메이드 이외에도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같은 게임 역시 중국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카피에 대해서 조금 더 자유로운 중국의 분위기 탓에 몇 년 동안 불법적인 카피 게임들과의 소송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건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들이 그러한 부분을 못 견디고 두 손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위메이드는 버텨내고 중국시장에 적응한 몇 안 되는 게임사였습니다.


 위믹스가 나오게 된 계기 역시 그와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코인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P2E'시장이 발생했습니다.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할 수 있는 게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거죠. 물론 그 이전에도 '아이템베이'니 '아이템매니아'니 해서 아이템을 현금 거래하는 사이트가 없던 건 아니였습니다. 리니지의 '집행검'이라는 아이템이 몇천만 원이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게임 자체 내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사기와 불법에 노출이 쉽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P2E'시스템은 언뜻 보면 게임 내에서 재화가 직접 처리되기에 조금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한 때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P2E'게임들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코인 경제 호황과 엮이면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해도 월 15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야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말겠지만 동남아 국가에서는 평범한 직장인들보다 소득이 높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P2E'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결국 '가상화폐'에 달려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업계에서는 당연하게도 비판적인 여론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게임의 핵심은 '재미'인데, 그게 '돈을 버는 것'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지만 위메이드는 우리나라 시장이 아닌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마켓으로 한 미르의 전설 신작을 내놓으면서 위믹스를 상장시킵니다. 그리고 코인 붐에 올라타서 당시 수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합니다. 다만 게임 자체의 매출이 아니라 코인을 판매해서 수천억 원의 매출이 올라간 거라서 그때도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었습니다. 실적 발표를 게임사로서 하는 건지 가상화폐 발행사로서 하는 건지 애매하게 했으니까요. 


 위메이드는 'P2E'시장이 대세가 되면 결국 줄줄이 코인을 발행할 것이라고 기대했겠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코인'에 탑승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게임 시장은 최고의 호황기로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다들 집에만 갇혀있다 보니 게임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닌텐도의 '스위치'가 대성공을 거두고 '크래프톤'은 '배틀 그라운드'게임 하나로 국내 100대 대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립니다. 메타버스 관련 글에서도 다뤘지만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은 IT 대기업들이 게임사 인수에 나섰고, 몇 조에서 몇십 조 단위의 게임사 매각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P2E'시장은 코인 시장의 영향 아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곤두박질치기 시작하고서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일본의 '우마 무스메'라든가 중국의 '원신'과 같은 모바일 게임들은 '조'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매출은 개발비와 운영비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벌어들인 기업의 '자산'이었습니다. 흔히 3N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3사도 엄청난 매출 호황으로 50대 대기업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나오는 모바일 게임들도 탑티어로 분류되는 게임들은 순식간에 몇천 억에서 몇백 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위메이드의 위믹스 시가 총액이 5천 억에 달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금 잘 나가는 게임사가 탑티어 게임을 만들면 1년에 순수하게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위믹스는 매출로 잡힌 수천억 원에 대해서 소모해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위믹스와 위메이드가 연동되어 있다고 해도 코인을 쉽게 매각하면 코인의 가치가 떨어지고 증발하도록 되어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발행 첫해에도 결국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상당량의 코인을 매각하면서 이미 문제가 제기된 기억이 있습니다. 












 위메이드가 게임을 계속 성공시켜서 매출을 안정화했다면 심지어 위믹스가 상장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큰 타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IP 자산은 얼핏 보면 가상자산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전혀 다릅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다들 '콘텐츠'가 갖는 위력에 대해서는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이 보여준 열풍이라든가, 넷플릭스의 약진 같은 모습들에서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니까요. 


 결국 위메이드는 게임사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한 것인지, 가상화폐를 발행한 회사가 게임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위믹스에 대해서 상장폐지가 합당한가 아닌가를 방어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위메이드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게임업계를 기웃기웃하고 심지어 지스타에도 참여해서 게임사로 이름을 올리고 싶은 입장이라면 '코인 시세'로 게임업계에서 버티기보다 좋은 게임으로, 아니면 적어도 잘 팔릴만한 게임이라도 만들어서 게임사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게 먼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때 한류 게임의 전설과도 같았던 회사였지만 이미 십수년 전의 일이니까요.


 게임사는 결국 게임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가상화폐는 실물 경제의 보정을 받지 못하면 그냥 말 그대로 가상 가치일 뿐입니다. 위믹스가 비싸져도 위메이드 게임이 잘 나가지 않았다는 건, 가상화폐가 가장 가상에 가까운 게임 시장에서조차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괜히 메타버스에 올인하던 IT 공룡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속속 포기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블록체인은 확실히 미래지향적 기술이지만 가상화폐는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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