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새댁

거주민과 주민의 차이

by 게인

예전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단독주택이다.


결혼 초기에 층간 소음에 의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우리가 출산을 앞두고 선택했던 것은 '주택살이'였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소리 질러도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우리가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 앞집에는 우리보다 한 달 남짓 먼저 이사 온 분들이 계셨다.


건축 관련 기술자로 일하시다 은퇴하고 이사 오신 분들이었는데 덕분에 우리가 처음 들어오며 집을 고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집을 고치는 우리를 보며 동네 분들은 우리를 의아한 눈으로 보셨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동네에서 원룸을 제외하고 모든 주택에는 나이 든 분들만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동네의 '새댁'이 되었다.




우리가 사는 곳은 '구도심' 권이었다.


약 30년 전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비슷한 시멘트벽돌 구조의 집들이 늘어선 동네.


비슷한 다른 동네들은 이미 재개발이니 뭐니 바람이 불고 지나갔지만 아슬아슬하게 위치가 애매해서 남아있는 주택지구였다.


우리 집 근처에는 원룸도 2개나 있어서 젊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었지만, 모든 '주택'에는 나이 든 주민밖에 없었다.




주민과 '원룸'살이를 하는 젊은 사람들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나 역시도 동네를 돌아다니면 주변에 은근히 슬리퍼를 끌고 편한 복장으로 다니는 젊은 사람이 많았기에 동네 '주민' 중에 우리만 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단번에 주민인지 아니면 원룸의 '거주민'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폭설이 내린 날이었다.




우리 집에서 나가는 길도, 그리고 2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에도 눈이 쌓이니 당연히 나는 아침 일찍 나가서 눈을 치웠다.


치우다 보니 집 앞까지 치우러 나오게 되었고, 오며 가며 인사하던 앞집, 건넛집, 옆집 등등... 수많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랬다.


눈을 치우러 나오는 것은 주택의 주민들이었다.


원룸은 원룸을 관리하는 분이 겨우 원룸 근처만 어찌어찌 치우고 있었지만 혼자서 치우기에 양이 많아서 가서 도와야 할 정도였다.


원룸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눈을 치우러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이 동네에 젊은 주민이 (60대가 되지 않은) 우리 집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이사 온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동네 어르신들은 우리를 보면 반가워하시고, 우리 아이들이 학교 가다 집에 오다 마주치면 너무 이뻐해 주신다.


처음 왔을 때도 60이 넘으셨던 어르신들은 이제 다 70이 넘으셨다.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는 분이 계셔서 물어봤더니 몸이 안 좋아지셔서 요양원에 가신 분도 계셨다.


그 10년간 한 두 집 정도 이사를 가고, 누군가 다시 이사를 들어왔다.


그럼에도 이 동네의 '새댁'은 여전히 우리뿐이다. (아직도 와이프를 만나면 새댁이라고 부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