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새로 하는 것일 뿐인데

동네에 큰 행사가 되어버렸다

by 게인

우리 집 대문은 이사 오던 시점에 이미 말썽이었다.


인터폰에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떠나서 초인종 소리도 들리다 말다 하더니 결국 아예 끊겨버렸다.


결국 몇 년 전부터는 인터폰으로 문 열림을 눌러도 열리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생각하며 그냥 버티고 살았다.


사실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긴 했지만.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던 대문 문제가 어느 날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그건 바로 우리 앞집이 대문을 바꾸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집 대문은 길가에서 살짝 들어온 골목 안쪽에 있었다.


그리고 그 골목에는 우리 집 대문과 기억자로 마주 보고 앞집 대문이 있었다.


문제는 사실 그 골목이 '우리 집 소유'라는 점이었다.


처음 우리가 이사 오던 시점부터 앞집 아저씨는 그걸 엄청 신경 쓰셨지만 우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우리는 딱히 그 좁은 골목을 우리가 얼마 덜 쓴다고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얼마 전 갑자기 앞집에서 대문을 허물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바꾸는 대공사를 시작했다.


결국 우리 골목을 쓰지 않고 길가로 바로 나가는 대문을 내기로 하신 것이다.


얼마 전부터 대문의 잠금장치가 말썽이라 고민하던 우리는 지금이 대문을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앞집에 부탁하여 앞집 대문 하는 곳을 소개받아 우리 대문 역시 길가에 내기로 하였다.


앞집 아저씨는 흔쾌히 공업사를 소개해 주셨다.


사실 우리 집 대문은 너무 오래된 탓에 삐걱 거리는 소리가 심해서 옆집에서도 신경 쓰고 계셨다.


견적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대문을 교체하기로 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어느덧 대문 공사가 시작했다.


나는 퇴근길을 재촉해서 최대한 빨리 집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대문 공사 중인데 아이들 통학까지 신경 쓰려면 와이프가 힘들 수도 있으니까.


주차 자리가 없으니 차를 근처에 세우고 언덕을 걸어 집을 향했다.


그런데 왠 걸.


멀리서 보니 우리 집 앞에는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다.


"저기 주인양반 오네."


"일 다 끝나니까 오는구먼."


동네 어르신들이 나와서 우리 집 공사를 구경하고 계셨다.




와이프의 설명으론 이미 하루 종일 우리 집 대문을 바꾸는 게 동네 분들의 구경거리였다고 했다.


멤버 교체(?)는 있었지만 사람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중간에는 공사하다가 옆집 벽에 못질을 하는 바람에 옆집에서 나와서 항의하시는 돌발 상황도 있었다.


사실 업체에서 그렇게 공사를 할 줄 몰랐지만 와이프는 그저 네네 죄송합니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동네 주민 '새댁'이 아닌가.


동네 분들이 모여있다 다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하니 결국 그분도 그냥 한두 마디 하시다 들어가셨다.








앞집 아저씨를 비롯한 동네 분들은 하루 종일 대문 공사를 구경하셨다.


사실 하루 종일 공사를 했지만 막상 비가림과 대문 틀만 설치하고 오늘 대문을 못 달았다는 게 문제지만.


대신 많은 분들의 참견과 감시(?) 덕에 대문 공사는 꼼꼼하게 진행되었고 덕분에 늦어져 버렸다.


짜증 날 일이지만 공업사 사장님도 앞집 아저씨의 지인이라 그래도 웃으며 넘어가셨다.




아마도 완전히 공사가 끝나는 그날까지, 우리 집 대문은 동네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축제가 별 건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관심을 가지면 그게 축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