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오픈월드의 무법자

자유로운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by 게인

한동안 세간을 달구던 메타버스 이야기가 주춤거리는 모양새입니다. 당연히 한동안 이야기는 많이 나온데 비해서 진전이 뚜렷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이전 메타버스 관련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메타버스는 몇 가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아마 이전 MS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관한 글에서 다루지 않았을까 싶은데 첫 번째는 게임과의 연관성입니다. 지금 현재 가상의 공간에 가장 퀄리티 있는 세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는 게임을 따라올 수 있는 케이스가 없습니다. 심지어 가상공간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리엔진과 광원 같은 부분들도 게임엔진의 발전과 함께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거기다 DLSS와 같은 그래픽 처리 기술은 그렇게 실감 나는 3D 환경조차도 실시간 구현이 가능하게 바꿔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연관성은 경제활동입니다. 가상의 세계에서의 활동이 어떻게든 현실의 경제활동 부분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에게서 시간을 그리 많이 뺏을 수 없을 겁니다. E2P(Earn to play) 같은 케이스를 생각해보면 게임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만, 그 외에도 가상공간에서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현실세계의 경제활동과 연결 지어서 콘서트를 연다든지, 아이템을 직접 디자인해서 사고파는 부분도 이런 메타버스의 경제활동의 일환입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본격적인 메타버스처럼 불렸던 첫 사례였던 세컨드라이프 시절만 생각해보아도 이러한 요건들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가상공간에 대한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완전히 안정적인 메타버스는 등장하지 않는 걸까요? 세컨드 라이프는 왜 그들에게 그런 메타버스를 제공하지 못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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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로게이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2005년부터 연재됐던 동명의 만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브루스 윌리스' 주연이었기에 나름 이름을 알리긴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써로게이트에서 다루는 세상은 인간이 자신의 완벽한 대리 로봇인 '써로게이트'를 통해서 원하는 외모, 영원한 젊음 등을 추구하게 되고 출근부터 연애까지 모든 행동을 대리하는 세상입니다. 내용에 대한 스포는 여기까지고,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외모와 행동이 가능한 아바타를 얻게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써로게이트의 세상에서는 어차피 자신이 아닌 로봇이기에 마음껏 자유연애를 즐기게 됩니다. 심지어는 어떠한 범죄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그건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죠.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가가 문제가 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메타버스 세상으로 넘어갔는데, 메타버스에서도 신분증이 필요하고 여러분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모두 책임이 따른다면 어떨까요? 과연 그래도 메타버스가 필요할까요? 대부분은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메타버스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는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게임에서도 이러한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오픈월드'라는 것이죠.


최초의 오픈월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오픈월드로 가장 먼저 주목받았던 게임은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SEGA'사에서 드림캐스트의 사활을 걸고 만들었던 '쉔무'라는 게임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게임은 정해진 루트와 시나리오 이외의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코딩상으로 막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쉔무가 오픈월드로 진행이 가능하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하지만 이러한 오픈월드의 개념 자체는 사람들이 누구나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자유. 그 하나만으로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고 그 후의 게임들도 오픈월드를 내세우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PikPng.com_wasted-png_2956635.png '유다희'씨와 양대산맥을 구성중인 웨이스티드...


그런 오픈월드가 게이머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실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GTA일 겁니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인 GTA(Grand Theft Auto)는 사실 이름부터가 차량 절도(...) 일 정도로 범죄에 초점을 맞춘 게임입니다. 거기다가 거의 도시 하나를 오픈월드 형태로 구현하여 최소한의 로딩으로도 (물론 컴퓨터 사양은 많이 따집니다만...) 3D 월드를 구현해냈죠.


그러나 사람들에게 GTA가 오픈월드라는 느낌을 준 가장 큰 요소라면 바로 자유도입니다. 행인과 경찰을 폭행하거나 학살하고 게임 이름처럼 자동차부터 헬기까지 마음껏 훔쳐댈 수 있는 게임이었으니까요. 타 게임에서는 금기시하는 부분을 자유의지에 맡김으로써 이 게임은 폭력성, 잔혹성, 선정성 등으로 비난받았으나 그것을 외려 홍보에 써먹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GTA는 오픈월드 게임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졌고, 한국에서도 SNL을 비롯하여 여러 프로그램들에서도 패러디될 만큼 유명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범죄행위나 일탈행위가 가능한가'라는 부분이 실제적인 오픈월드인가 아닌가를 구분하는 하나의 척도처럼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픈월드가 아닌 게임에서는 게임 디자인 단계에서 사람들의 행동 및 행위를 유도할 때 일반적인 범위 안에서 허용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행동은 오픈월드가 아니어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서 메타버스의 고민이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현실과는 '다른' 가상세계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오픈월드'가 필수적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오픈월드'가 필수일 때, 과연 그들의 행동이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굳이 오픈월드가 아니어도 익명성이라는 가면만 쓰고도 수많은 사이버 범죄가 발생하는데 오픈월드라는 몰입감 있는 세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죠.


결국 다들 '오픈월드'형 메타버스를 거창하게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구현되는 메타버스는 '특정 목적을 위한 메타버스'외에는 이러한 범죄적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게더 타운'이 가상 오피스나 가상 세미나 형태를 목적으로 하고, '폴라리스'가 가상의 공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말이죠.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은 '레디 플레이어 원'같은 가상현실입니다만, 실제로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도 가상현실에서 범죄나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해결이 안 됐죠.






최근 가장 이슈가 되었던 '엘든 링'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다크 소울'시리즈를 개발한 일본의 '프롬 소프트'의 최신작인데, 소울류에 오픈월드를 결합한 최신작이라는 이슈에 발매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뚜껑을 열고 보니 대작이라는 평가와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만. 다크소울을 필두로 한 소울류 게임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만족을 주었으나, PC판의 '최적화 실패' 문제와 함께 '어째서 이게 오픈월드인가?'라는 비판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게임을 너무 욕심내서 홍보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오픈월드에 대해서 사람들이 평가하는 부분은 얼마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죠.


elden-ring-you-died.jpg 엘든 링도 다크소울에서 이어받아 '유다희'씨와 함께 합니다...


'오픈월드'라는 이름은 쉽게 가져다 쓰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오픈월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현재 메타버스의 선두 그룹이라는 '로블록스'나 '제페토'의 이용자 연령층을 고려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대부분이 미성년자 층이니까요. 이미 가상공간에서의 사이버 범죄는 멀리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걱정'이라거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건 오히려 메타버스가 정말로 '기술적'으로는 코앞에 다가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VR 챗과 같은 서비스들도 한참 진행 중이고, 그래픽 처리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오픈월드를 최소한의 로딩으로 구현시킬 수 있게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일단 만들고, 그 뒤에 발생하는 문제는 그 뒤에 해결하자!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만, '선점의 시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정확한지 보다 빠른 것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 있으니까요. 어린 시절 경영학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납니다. 아마 SK 전 회장님의 말씀이 아니었나 싶은데... "빠른 잘못된 결정이 늦은 올바른 결정보다 낫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경영학은 선점에 신경 씁니다. 이번 삼성 갤럭시 사태처럼 말이죠. 일단 팔아먹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래서 여러분은 너무 경영학적 논리에서 나온 마케팅에 속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메타버스는 올 겁니다. 그런데 어디 가는 버스인지는 알고 타셔야죠?



@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콘텐츠,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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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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