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요리일기
요리 얘기에 앞서 하나만 얘기하자면 언제부터인지 내가 직접 한 요리가 아니라도 상상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내가 이렇게 상상력이 좋았는지 놀라움이 생긴다. 아마 갈빗살 스튜때부터인가. 아마 그때부터 나는 요리를 하지 않고 글로만 요리를 설명했던거같다. 사실 자본적인 측면에서나 집에서 하기 힘든 요리들은 아무래도 할 수 없기도 해서 앞으로도 직접 해본 요리보다는 상상해서 쓰는 빈도가 많을거같다.
일단 버거는 생각보다 집에서 해먹으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번거롭고 주방이 금방 더러워지는 요리라서 집에서 굳이 해먹지는 않는 요리다. 그래서 내가 집에서 안해먹는다.
그럼 주제가 갑자기 왜 버거인지 설명해주자면, 유튜브를 보던 중에 유명한 이탈리아 쉐프인 마시모 보투라가 버거를 만드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마시모 보투라는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라는 이탈리아 모데나의 미슐랭 3스타 식당 오너셰프다.
보투라는 영상에서 버거를 만드는 레시피를 공개했는데, 요리 재료는 버터에 구운 버거번과 살사소스, 패티, 발사믹 소스 마요네즈. 이게 전부였다. 물론 미슐랭 3스타 쉐프의 버거는 뭐가 달라도 다를것이지만.
생각보다 단촐하면서도 맛에 있어서는 있어야 할 것들이 다 들어간 버거였다.
이 버거는 나에게 버거란 양파 영배추 토마토 토핑이 들어간 한입에 베어물면 가득 차야할 기름진 패스트푸드라는 고정관념을 깨준 요리로서 와닿았다.
그래서 마시모 보투라의 레시피를 나의 식대로 구상했다.
일단 팬에 버터를 녹여준다. 버거번이 익을때 타지 않을만큼, 고기 패티가 익을 때 바닥에 눌지 않을 만큼 꽤 넉넉하게 풀어주는게 좋다. 고기 패티를 만들어서 올릴 예정이니만큼 버터가 타지 않도록 불이 붙었나 싶을 만큼의 약불에서 녹여주는것이 좋다.
버거번은 시판되는것을 쓰면 금방 요리가 끝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버거번까지 만들기에는 나의 베이킹 실력이 좋지 못해 버거번은 그냥 사먹는걸로 결정했다. 버거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만들어도 좋다.
패티를 만들 차례다. 먼저 다진 고기를 반죽해줘야 한다. 다진 고기에 후추, 소금간을 적당히 해주고 전분을 넣고 동그랗게 뭉쳐준 뒤에 먼저 버터를 녹여둔 팬에 올려 살짝 위를 눌러 굽는다. 이번 버거는 고기만 토핑으로 들어가기때문에 보통의 버거 패티처럼 납작하게 구우면 나중에 먹을때 버거가 작아져버릴수도 있다. 그래도 너무 안누르면 나중에 굴러다니기때문에 버거번을 얹을 수 있을 만큼은 납작하게 눌러주는게 좋다.
그리고 고기가 좀 두껍기때문에 속까지 익히려면 살짝 겉이 바삭하게 타기 직전까지 구워주면 나중에 맛있어진다.
거의 끝났다. 버거번과 패티의 비율이 거의 1:2:1이 되어야 하는 요리인지라 번은 조금 작은걸 쓰는것을 추천한다.
번은 굽는데에 별로 중요한게 없다. 그냥 고기를 구운 후 버터가 남아있는 팬에 그대로 자른 단면이 가열되도록 올리고 5초에 한번씩 뒤집어서 확인해주면서 단면이 너무 짙지도 않고 옅지도 않은 딱 우리가 아는 갈색이 되면 꺼내면 된다.
이제 소스를 만들건데, 발사믹식초 0.5:마요네즈 1 즈음 넣고 마트에서 사면 한 13,000원에서 15,000원정도 하는 트러플오일을 과하지 않게 원하는 만큼 넣고 섞어주면 발사믹 식초 마요네즈는 끝이다. 살사소스는 나도 잘은 모르지만 토마토와 청양고추, 마늘, 양파 조금을 팬에 태우듯 구워내서 믹서기에 갈면 완성인듯 하다. 그리고 살사의 경우에는 모두 초록색이 필수다.
이제 버거의 재료는 모두 준비가 됐다.
버거 번 밑부분에 스푼으로 살사소스를 올려 적당한 모양을 잡아 위에 고기를 쌓아주고 그 위에 발사믹 식초 마요네즈를 올려 버거번으로 뚜껑을 덮으면
내가 본, 내가 구상한 마시모 보투라의 버거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