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호경숙

설친 여름잠

이른 아침 살랑바람 간지럼에

찬바람 그리워 나선 뒷산 산책길


유월의 뜨거운 입맞춤

금계국은 더위와 숨바꼭질

짙푸른 나무들 팔 벌려 반기네


한결같이 지키고 선 나무들

변덕도 없이 늘 그 자리

연둣빛 봄옷 입고 화사하게 팔랑거리더니

여름 깊어질수록

진한 옷 덧입으며 허리 길게 서 있네


찬 서리 잊힌 지난가을

울긋불긋 가슴속 이야기 감추고

가지마다 백설 앉혀 이불 덮인 하얀 겨울

부산한 걸음걸이 무심한 듯 바라보더니


뜨거운 햇살에 눈살 찌푸리며

지난 단풍과 낙엽 함께 노닐고

태양 빛 위로 쌓여 거름 되면


녹음 우거진 푸른 잎 가득히 달고

팔 벌리고 손 털어내며

흔들리다 튼실한 나무 되었고


숨 죽이며 바라보아준

지나쳐 스쳐간 수많은 발걸음 사이

찬란하게 쏟아지는 햇빛 머금고

깊은 그늘 되어 말없이 서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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