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 이야기 2 - 네팔 고산지역 음식 디도

디도(Dhido) 세트를 통해 알게 된 네팔 고산 민족의 지혜

by 김보성 Celeste

적어도 우리나라 분들에게, 네팔 고산지역에서 주 식재료로 먹는 디도 (Dhido)는 꽤 생소하게 느껴지는 음식일 것 같다. 세 번째 네팔여행에서 겨우 디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평소 메밀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냥 메뉴의 한 아이템으로 스쳐갔을 음식, 디도.


평소에 메밀을 좋아하고 디도 이름이 귀여워서 마나슬루 트랙 중 사마곤이라는 고산 마을에서 처음 시켜보게 되었다.


인생 처음 주문한 디도와 야채커리

메밀로 만든 고형 죽이라고 해서 어떤 음식일까 나오기 전까진 예상을 할 수 없었던 디도. 처음 이 녀석과 마주쳤을 때, 비주얼이 워낙 특히 해 놀랐고 리필이 된다고 해서 다시 한번 놀랐다 (처음 나온 양도 적지 않았기에).

디노는 맵쌀 떡보다는 조금 더 쫀득하고 구수한 맛이었다. 손으로 떼어 내 같이 나온 커리 국물에 찍어먹으니 더욱 맛있었고, 가끔은 아차르라 부르는 맵싹 한 소스에 찍어먹으면서 맛을 조금씩 변형해 둘이서 먹다 보니 거의 다 먹게 되었다.


메밀은 네팔 고산지역에서 몇 천년 전부터 재배하는 주요 곡물이라고 한다. 고산지역 특성상 쌀과 밀 농사는 어려워 메밀을 재배하게 된 것이겠지만, 고산지역에선 단백질 섭취도 어려운 편이라 메밀을 소비하는 게 영양학적으로 더 현명한 방법이다. 지금처럼 정보가 많은 시절도 아니었을 텐데 쌀보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메밀을 빻아 소화하기 쉬운 형태인 고형 죽을 만들 생각까지 했던 건지, 다시 한번 과거 인류 선조들이 지혜롭고 적응력 또한 대단했다는 것을 느꼈다.


고산마을 사마공을 떠나고 12일의 트렉킹을 마쳐 포카라 (네팔 제2의 도시)에 도착해서도, 다시 한번 디도의 맛을 느껴보고 싶어 히말라야 음식 식당을 찾았다.


포카라 히말라야 식당표 디도 세트 - 렌틸 수프와 각종 야채, 요거트 그리고 네팔식 말린 나물 건드룩 국과 나물이 같이 나왔다.

주인공인 디도의 쫀득한 질감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같이 나온 건드룩 (Gundruk) 국이 너무 맛있어, 몇 번이나 리필을 해 먹었다.


건드룩은 디도처럼 네팔 고산지역에서 주로 먹는 나물 종류로, 우리나라 산나물처럼 말리는 과정은 동일하나 추가로 발효 과정을 거쳐 준비한다. 발효과정 때문인지 특유의 구수한 우마미 향에 더불어 산미가 느껴져 특이한 건드룩. 이 맛에 매료되어 네팔을 떠나기 전 카트만두 농산물 시장에서 건드룩을 500그램 이상 구매했다. 지금까지도 내 배낭에선 건드룩향이 진하게 나지만, 건드룩 향기가 다시 네팔에서 있었던 자유로웠던 시간을 다시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아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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