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그런 예감

일상 속 일기 쓰기: 동네 탐방

by 신다임

세 번째 울리는 알람소리에 깨어나 보니 벌써 아침 9:20분이었다.


Bay Area로 이사 오고 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Sunny Saturday라서 이틀 전부터 혼자 들떠서 뭐 할지 고민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고민한 후 비교적 집에서 가까워서 부담이 적은 Palo Alto에 가기로 결정했다. Palo Alto는 Stanford 대학교가 있는 동네이면서 Bay Area에서 가장 부촌이기도 해서 다양한 가게와 맛있는 음식점이 많고 분위기 좋은 카페들도 많기로 유명하다.


친구가 Nagi Ramen이라는 일본 라멘 집을 추천해 줘서 아침 겸 점심으로 거기서 밥을 먹고 카페 가서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를 즐기면 딱이겠다 싶었다. 이 라멘집은 항상 줄이 길다고 해서 오픈하기 20분 전에 미리 줄을 서고 오픈하자마자 바로 들어가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행복한 토요일을 위한 나의 완벽한 계획이다.


세 번째 알람이 울리고 9:20분인 걸 알았을 때,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라멘집을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로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1분이라도 더 자는 게 행복했고 스릴 있는 아침을 즐겼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여유 있게 집에서 나가는 게 더 좋아졌다. 특히 오늘 같이 햇살이 밝은 주말엔 여유 있게 나갈 준비를 하고 싶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벌써부터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날씨는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아침 햇살은 그날의 기분과 마음가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평소 아침과 똑같은 루틴으로 나갈 준비를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동선과 타이밍이 경쾌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일찍 준비를 마쳤고 오그라들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라고 말했다. (원래는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운전하면서도 하늘 색깔이 어찌나 맑고 밝은지 감탄하며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Fire In The Sky (by Anderson.Paak)와 10cm, 장범준 노래를 들으며 달렸다.


운 좋게 가게 앞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무료 주차 자리도 찾았다. 원래는 2시간 동안 가능한데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2시간 제한이 없다고 한다. 너무 좋다!


Nagi Ramen에 도착해 보니 이미 4팀이 먼저 와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라멘 주문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라멘 주문할 때 이것저것 고를 수 있어서 어떻게 시킬 까 고민하면서 줄 서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냈다. 처음 먹는 거니까 오리지널 수프로 시켰고 내 기호에 맞게 오일, 마늘, 면발, 고기, 맵기, 사이드 메뉴 등을 골랐다.


오리지널 라멘 (@Nagi Ramen Palo Alto)

20분 정도 기다렸을 때 식당에 들어갔고, 주문한 지 10분도 채 안 돼서 바로 음식이 나왔다. 워낙 유명해서 기대가 컸음에도 첫 입이 너무 맛있었다. 나는 매콤하게 먹고 싶어서 맵기를 6으로 했는데 적당한 맵기였고 차슈도 냄새 하나도 안 나고 야들야들 부드러웠다.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다 보니 아직 면이 꽤 남았는데도 벌써 배가 불렀다. 치킨 카라게도 시켰는데 이건 실망스러웠다.


일본 라멘 마니아는 아니지만 이 집은 또 먹으러 올 것 같다. 다음엔 아마 다른 종류의 라멘을 더 높은 맵기로 먹어보지 않을까.


맛있게 점심을 먹고 빵빵해진 배로 주변을 걷다가 미리 알아봐 둔 카페 중 한 곳인, Verve Coffee Roasters라는 카페로 들어갔다. 얼마 전 LA에서도 이 브랜드 카페를 갔었는데 알고 보니 Palo Alto랑 San Francisco에도 지점이 있고 여기서 멀지 않은 Santa Cruz에서 시작한 캘리포니아 카페 브랜드였다.


KakaoTalk_Image_2023-03-26-00-31-22_001.jpeg 카페 외부 모습 (@Verve Coffee Roasters Palo Alto)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커피를 시키는 줄도 꽤 길었다. 커피 시키는 줄에 비해 안에 자리는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야외 테이블도 넓어서 그런지 줄이 그렇게 긴 데도 카페 공간이 부족한 느낌은 없어서 신기했다.


너무 배불러서 마키아토를 시켰다. 적당히 진한 에스프레소가 부드럽게 느껴져서 입가심으로 딱이었다. 카페 공간도 내부는 나무와 식물로 장식돼 있고 통유리로 외부가 다 보여서 마치 내부와 외부가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직은 공기가 차서 나는 내부에 있는 게 편한데 내부에서도 자연광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카페에 온 사람들의 너그럽고 여유 있는 분위기가 산뜻한 기분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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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라고 말하면 오히려 더 이상하게 꼬일 때도 있다. 사실 나도 아침에 이 말을 내뱉고 나서 조금 후회했다, 괜한 저주를 걸까 봐.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내 예감이 맞았다. 그렇다고 오늘이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냥 언제나 그렇듯 나의 예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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