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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용 Jun 17. 2024

[홍시생각 24] '풍선전투'는 '국경전쟁' 예고편?

국경선 침범으로 빚어질 '전쟁'이 두렵다 

5월 10일 밤 11시께 인천 강화도.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형풍선에 현수막을 매달아 조선으로 날려보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5월 13일 연합뉴스에 "지난 10일 오후 11시께 대북전단 30만장과 K-POP·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천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대형풍선에 달린 현수막에는 "김정은, 이자야말로 불변의 역적, 민족의 원수일 뿐"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걸 두고 인도주의 목적 운운하는 자들의 머릿속 얼개가 궁금하다. 

 

박상학 대표는 전단 살포 사흘 뒤에 언론사에 공개했다. 평소와는 달리 조선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전단이 제대로 날아갔는지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전단 살포 실적을 조선측이 '인정'해줘야 미국측으로부터 계속 달러를 받을 수 있는데, 조선측이 의외로 잠잠하니 박상학으로서는 속이 탔을 것이다. 그래서 언론 공개로써 조선을 건드려본 것 같다.   


언론 공개에도 조선측은 2주 넘게 무반응이었다.

5월 26일에야 김강일 조선 국방성 부상이 전단 살포에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강일 부상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26일 한미 공중 정찰과 한국 해군·해양경찰의 기동 순찰로 자위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지난 24일 우리 군사 최고지도부가 이상과 같은 국가 주권에 대한 적들의 도발적인 행동에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라고 지적했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이 침해당할 때 우리는 즉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측이 드론 등을 이용해 전단(삐라)을 살포하는 것에 대해서도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지역과 종심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28일 밤부터 오물 풍선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오후 11시 1분께 동두천시 하봉암동 한 단독주택 마당에서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음날인 29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까지 총 50건의 전단 발견 및 문의 신고가 접수됐다. 6월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오물 풍선과 관련해 들어온 112 신고는 총 860건이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 경북 지역까지 포함됐다. 


김여정 조선 노동당 부부장은 5월 29일 담화를 발표,  1차 오물풍선 날리기를 마무리지었다. 

김 부부장은 오물풍선이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살포를 제지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대한민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바"라고 비꼬았다.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이 표현의 자유로서 금지할 수 없다'고 한 데 빗대 자신들도  "한국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오물풍선을 보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은 "앞으로 한국 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십배로 건당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풍선전투' 일지 

●5월 10일, 탈북민단체 강화도에서 조선으로 대형풍선 날려보냄(5월 13일 언론에 공개)

●      26일, 김강일 조선 국방성 부상 담화, 맞대응 방침 밝혀(자위권 침해에 군사적 대응 경고)

●      29일, 김여정 조선 로동당 부부장 담화, "한국것들 오물량 몇십배로 건당 대응할 것"

●      30일, 신원식 국방부장관, 신임 美 인도-태평양사령관 사무엘 파파로 대장과 주한미군사령관 폴 러캐머라 대장 접견(최근 조선 정세에 대한 의견 교환, 긴밀한 한미공조 강조)


● 6월 6~7일 탈북자 단체가 전단을 살포하고 바다를 통해서도 페트병을 조선으로 보냄 

●      8일 밤 9시경 조선이 오물 풍선을 살포

●      9일 오전 대통령실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 조선이 ‘감내하기 힘든’ 확성기 방송을 당일 실시하기로 결정 

●      9일 낮 12시 30분쯤 조선군 병사 군사분계선 월선

●      9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

●      9일 밤 9시 46분경 조선이 오물 풍선 살포

●      9일 밤 11시 넘어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

●      10일 오전 합참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발표

●      11일 합참이 조선군 병사 월선 사실 공개, '단순 침범'으로 규정

●      12일 오후 폴 러캐머라 유엔사령관, 용산 국방부 청사 찾아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비공개 단독 회담('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관련 우려 표명한 것으로 알려짐)


(자주시보 https://www.jajusibo.com/65104 참조)


일지를 작성하면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진 대목이 네 군데 있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두 시간만 하고 그친  것, △조선군 병사 수십명이 군사분계선 월선한 사실을 이틀 뒤에 공개한 것, △월선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단순 침범'으로  규정한 것, △유엔사령관이 신원식 국방장관을 찾아가 비공개 단독회담을 한 것 등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 건과 조선군 병사 월선 건에 대한 한국측 대응을 보면 그간 기회 있을 때마다 외쳐왔던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방침과는 확연히 다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더니  꼭 그짝인 것 같다. 지금까지 사태 전개 과정으로 봐서는 더욱 강도가 센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한국측의 '신중한 대응'으로 좋게 봐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력충돌도 불사할 듯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다가 갑자기 꼬리를 내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처량한 신세를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무력충돌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유쾌하거나 속 시원하지 않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력, 그 무능력에 얹힌 만용, 그 만용에서 비롯되는 불신감이 또다시 새록새록 솟아날 뿐이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이미 5월 30일 신 장관과 공개 회담을 가졌는데 이례적으로 2주만에 다시 만났다. 그것도 직접 국방부 청사로 찾아왔다. 그는 신 장관에게  방송 재개를 결정하게 된 과정 등을 물어봤고 이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곁가지를 쳐내고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방송 그만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는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즉  한반도 내 충돌과 적대행위 방지를 위한 '정전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사령부 사령관이자, 주한미군 사령관, 한미연합사 사령관이다.  한국의 군사주권을 거머쥐고 있는 자이다. 

그가 방송 중단을 '지시'해서인지 확성기는 단 두 시간 가동 후 잠잠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즉강끝을 주문하던 국내 반조(反朝)세력의 입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덩달아 한순간에 잠잠해진 것이다. 


6·15 공동선언 24주년을 맞은 날에 반갑지 않은, 불길하기까지 한 소식이 전해졌다. 

조선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담벼락을 설치하고 도로를 까는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군이 최근 군사분계선(MDL)과 DMZ 북방한계선(군사분계선 북쪽 2㎞ 선상) 사이에서 담벼락을 세우고, 땅을 파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의 작업을 일부 지역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업이 MDL 북쪽에 길게 장벽을 세우려는 것인지, 단순히 일부 지점에 경계·방호 시설을 건설 중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0615013700504?section=politics/all&site=major_news01)


  

'풍선전투'는 한국과 조선 두 적대국 간 심리전의 한 형태이다. 

더 이상 확전을 원하지 않는 미국이 일단 입마개를 씌워놓았지만 그것이 임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조선이 국경선을 획정하고, 한국이 그 국경선을 침범하는 날, 그날엔 전투 아닌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지금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조선군이 하고 있다는 일이 바로 국경선 획정 작업이 아닐까.  

김여정 조선 로동당 부부장의 "우리의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 이란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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