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아도 괜찮아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 윤여정. 이병헌. 박정민 주연)
2018년 1월 개봉한 한국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폭력아버지 때문에 집을 나갔던 엄마와 17년 만에 재회한 전직 복서 ‘조하’와 이부동생 ‘진태’의 갈등과 화해와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배우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 환자인 진태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와 피아노 실력을 보여주었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영국의 의학박사 존 다운(John Langdon Haydon Down)이 1887년 처음 사용한 정신의학용어로 자폐환자의 10% 정도가 서번트 증후군을 나타낸다. 이들은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낮은 IQ를 가진 천재를 뜻한다.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이들은 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특정한 영역에서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준다. 음악, 미술, 달력 계산, 수학(소수 계산), 공간 지각력(길 찾기) 등 크게 5개의 범주에서 이들은 비상한 기억력을 나타낸다.
사람의 좌뇌는 주로 논리적, 언어적, 추상적 사고를 하는 지배적인 뇌인 반면 우뇌는 감각적, 구체적 사고를 한다. 하지만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좌뇌에 문제가 있거나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 결과 좌뇌의 지배에서 벗어난 우뇌가 폭발적인 능력을 발휘해 서번트 증후군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서번트 증후군과 같은 잠재력이 있지만 강력한 좌뇌의 억압으로 그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고 한다. 즉 좌뇌의 ‘가공된 의식적 기억’이 강하기 때문에 우뇌의 ‘무의식적(순수한) 기억’에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병이라고 부르는 서번트 증후군, 이것은 어쩌면 획일화 된 틀로 짜여진 의식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인간 스스로의 의지가 만들어낸 천재들만의 세계가 아닐까.
영화 전편에 아름답게 흐르는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야상곡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커다란 여운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