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여행자의 첫걸음

by 윤채영

살면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아닌 땅에 발을 디뎠다.
마치 걸음마를 처음 떼는 아이처럼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면서도 두려웠다.
오늘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함께가 아닌 혼자 길을 나섰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가슴이 두근거렸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또다시 자책했다.
‘왜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혼자 못할까.’


그때 눈에 들어온 건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이었다.
겁이 많아 한 번도 타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너무 급하니까 결국 올라탔다.
“아임 스케얼드… 슬로우리, 오케이?”
서툰 영어로 간신히 말을 건네며 출발했다.


달리는 순간, 세상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그 기사님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재밌고 시원했다.
턱턱 막히던 숨이 트이고,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이번 여행 동안 이유도 모르게 답답했던 마음이
잠시나마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두려워하던 것들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걸.


지금 나는 태국의 한 카페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있다.
딱 첫 문장을 읽는 순간, 현재 내 상황과 딱 들어맞는 구절을 읽게 되는 순간, 쾌감과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구절을 만났다.


“일단 누군가를 신뢰하기로 마음먹으면 우리의 정신 속으로 평안함뿐 아니라 자극과 흥분이 파고들어 온다. 신뢰란 다른 생명체와 맺어지는 관계 가운데 가장 큰 기쁨을 준다.”


오늘 내가 기사님을 믿고 달렸던 그 순간,
내 마음에도 평안함과 흥분이 동시에 찾아왔었다는 걸.
신뢰는 두려움을 이기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