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플라주
향은 때때로 조용히 다가온다.
소리 없이 스며들고,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을 드러낸다.
Chapter 2.
기다림으로 피어나는 향:
[Enfleurage]
꽃을 가장 오래 기다려 담아내는 방식.
꽃의 향을 지방에 흡수시키는 전통적인 추출법.
프랑스 그라스의 오랜 공방에서
열에 약한 꽃을 다루기 위해 개발되었다.
고체와 액체 앙플라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고체 앙플라주>
<Cold Enfleurage>
: 냉침법
1. 고체의 무취 지방을 유리판(샤시)에
얇게 펴서 굳힌다.
2. 신선한 꽃잎을 얹는다.
3. 24 ~ 48 시간 동안 향이 스며들도록 기다린다.
4. 사용된 꽃은 제거하여, 새 꽃잎으로 교체한다.
5.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며칠에서 몇 주까지 향의 진하기에 따라 반복)
6. 향을 머금은 지방(포마드)을 에탄올에 담근다.
(포마드는 고체 향수, 립밤, 캔들 등에
그대로 사용될 수 있다.)
7. 향 성분만 녹여낸 뒤, 지방을 제거한다.
8. 남은 알코올을 증발시킨다.
9. 앱솔루트(고농도 향료) 완성.
<액체 앙플라주>
<Hot Enfleurage>
: 온침법
1. 지방을 가열한다. (40~60°C )
2. 신선한 꽃잎을 담근다.
(수분이 적고, 향이 강한 꽃이 적합)
3. 몇 시간에서 하루동안 향이 스며들도록 기다린다.
4. 향이 빠진 꽃은 꺼내고, 새 잎으로 교체한다.
5.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6. 포마드(향을 흡수한 지방)를 고체 앙플라주와
마찬가지로 에탄올에 가열하여 녹여낸다.
7. 알코올을 증발시켜 앱솔루트를 추출한다.
고체 앙플라주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향이 섬세하고 순수하게 남는다.
액체 앙플라주는 고체에 비해
추출 속도가 빠르지만,
향이 변형되거나 강해질 수 있어
드물게 사용되는 방식이다.
앙플라주는 이제 거의 쓰이지 않는 기술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들이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 방식을 생각한다.
기다림이라는 오래된 정성이
어떻게 향으로 피어나는지를 알려주는 기술이니까.
오로지 기다림만으로 피워낸 향.
그 안에는 다정한 인내가 조용히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