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추출: 순수함의 외출

압착법

by 두디




순수한 향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짧은 순간의 생기를 붙잡는 것.

그것이 조향사의 역할이다.





레몬, 오렌지, 라임, 버가못.

껍질을 살짝 비틀기만 해도,

공기 중에 맑고 톡 쏘는 향이 퍼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을 시트러스향이라 한다.


대부분의 시트러스 계열은

코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향이다.

이를 탑 노트(top note)라고 한다.

분자 구조가 작고 휘발성이 높아

한 번의 움직임에도 쉽게 퍼지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라진다.


그래서 시트러스향에는

짧은 순간에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필요하다.

첫 호흡에 상큼함이 확실하게 느껴져야 한다.

그 생동감이 향수의 첫인상을 결정짓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맑은 향은 열에 아주 민감하다.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껍질 특유의 씁쓸한 향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시트러스 오일은

열을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압착법이다.




Chapter 3.

[압착법]

[Cold Pressing]


과일 껍질을 눌러 오일을 추출하는 방법.

압착법에는 3가지 방식이 있다.


스펀지법

물에 불린 껍질을 스펀지로 눌러

오일을 짜내는 전통 방식


에쿨레법

껍질을 뾰족한 돌기 위에서 돌리며

기름샘을 터트리는 방식


기계연마법

기계로 껍질을 긁고 압착하여 오일을 추출하는 방식




이 글에서는 현대에 가장 널리 쓰이는

기계연마법의 과정을 다룬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유기농 재배된 감귤류 과일 세척

신선하지 않으면 농약이 에센셜오일에 섞일 수 있다.

2. 껍질 준비

3. 기계로 껍질을 압착하여 기름샘 터트리기

이때 기계 밖으로는 정유, 과즙, 껍질 조각 등이

섞인 액체가 배출된다.

4. 물과 함께 혼합액 분사

오일이 더 잘 분리되도록 물과 함께 분사한다.

5. 원심분리기로 다른 성분들과 오일을 분리

6. 에센셜 오일 추출


갈색 차광용기에 담아 보관하며,

개봉 후 6개월 이내 사용을 권장한다.




이처럼 압착법은 과일 껍질 속에 머물던 향을

있는 그대로 꺼내는 방식이다.


가장 순수한 향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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