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훈련
이번 조향 수업에서는
시트러스 노트와 그린 노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다.
총 5시간의 수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됐다.
1. 이론 1시간
2. 올팩션 (Olfaction) 2시간
: 냄새를 맡고 분석하여 표현하는 후각 훈련
3. 실습 2시간
: 향을 계량하고 조합해보는 어코드 실습
향을 이해하려면,
먼저 향의 구조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향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향이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다음 세 가지 노트로 나뉜다.
: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먼저 맡아지는 향.
휘발성이 강하고 지속 시간은 짧다.
: 향의 중심.
탑노트가 사라진 뒤에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향수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 가장 천천히 퍼지며 오랫동안 잔향으로 남는 향.
향 전체의 깊이와 안정감을 만든다.
이번 수업에서 시향한 천연 향료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 탑 또는 미들노트에 속한다.
레몬 (Lemon)
버가못 (Bergamot)
오렌지 스윗 (Orange Sweet)
오렌지 비터 (Orange Bitter)
그레이프프루트 (Grapefruit)
라임 (Lime)
텐저린 (Tangerine)
메이창 (May Chang)
시트로넬라 (Citronella)
레몬그라스 (Lemongrass)
갈바넘 (Galbanum)
바질 (Basil)
로즈마리 (Rosemary)
페퍼민트 (Peppermint)
스페어민트 (Spearmint)
타임 (Thyme)
유칼립투스 (Eucalyptus)
티트리 (Tea Tree)
라벤더 (Lavender)
팔마로사 (Palmarosa)
시트러스 노트
오렌지 껍질을 까는 순간의 시원하고 워터리한 향.
상쾌하지만 많은 비율이 들어가면 느끼해질 수 있다.
스윗 오렌지보다 덜 상큼하고 차분한 향.
은은한 풀 취가 감돈다.
오렌지 향을 내고 싶지만
톡 쏘는 느낌은 피하고 싶을 때 사용되는 향료다.
산초.
국밥에 들어가기도 한다.
초록빛 레몬 향이 나며,
레몬보다 묵직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레몬 탑노트와 함께 쓰면 지속력과 존재감을 더해준다.
그린 노트
“초록색 향”이라는 말이 딱 맞는 향.
그린 노트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잎이 풍성한 꽃다발과
눅눅한 흙 냄새가 동시에 느껴진다.
향의 강도가 높아서 비율을 낮게 해야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민티하고 프레시한 향.
향수나 화장품에는 거의 안 쓰인다.
어린아이가 원액을 맡을 경우,
심하게는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혈압을 높여주는 향으로,
고혈압 환자들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
페퍼민트보다 달콤한 민트향.
화한 껌냄새 또는 페리오 치약 향이 난다.
라임과 블렌딩하면 모히또 향을 낼 수 있다.
순해서 어린이들도 사용 가능하다.
흔히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향장에서 라벤더는 중성적인 향으로 분류된다.
시원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며,
남성 스킨 로션 계열의 향에 많이 쓰인다.
개성이 강한 향이라 비율 조절이 까다롭다.
벼과 식물으로, ‘가난한 자의 로즈’라는 별명이 있다.
잎이 떨어지려는 장미 한 송이의 향이 난다.
장미향이 스치는 풀 향
또는 막 베어낸 풀 향이 나기도 한다.
우아한 장미보다는
야생의 거친 장미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향의 조합을 부드럽게 정돈해주는 베이스 노트.
밀키스처럼 끝이 부드럽고 크리미하게 마무리되며,
시트러스 계열의 향들과 결합될 때
전체 밸런스를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
상큼하고 달달한 샴페인향이 인상적이었다.
기포가 터지는 듯한 밝은 인상과 함께
과일의 청량함이 느껴졌다.
후각을 시각화하는 일은 재미있으면서도
미묘한 어려움이 있다.
향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려면,
반복적인 올팩션 트레이닝이 필수다.
수업을 마치고 나니,
결국 향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을 어떻게 느끼고, 또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감정의 깊이도 달라진다.
그런 감정들을 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향을 만드는 것이
어코드 실습의 시작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어코드 실습에서 느꼈던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직은 서툴지만 나만의 감각을 천천히 쌓아가고 있다.
이 감각들이 언젠가 향이 되고,
이야기로 피어날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