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방울

시트러스 어코드 실습

by 두디


투명한 비커 속,

맑은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진다.


오늘은 시트러스 어코드 실습이 있었다.



시트러스 노트를 비율별로 조합하고,

거기에 새로운 향료를 더해 변화를 관찰했다.


같은 향료라도 비율을 바꾸거나

전혀 다른 향료를 한 방울 더하는 순간,

향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단순히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아닌,

그보다 더 입체적이고 깊은 향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조향이란 이렇게도 다채롭고 섬세한 세계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첫 번째 조합]

라임 40%

스윗 오렌지 30%

탠저린 30%


섞자마자 퍼지는 건

갓 깐 라임 껍질의 청량함과 쌉싸름함.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오렌지의 달콤함.

그리고 초록빛이 도는 과일의 새콤함.

이 모든 향이 순식간에 코끝을 스쳤다.



[두 번째 조합]

라임 40%

스윗 오렌지 30%

탠저린 29%

갈바넘 1%


* 갈바넘:
그린 노트. 잎이 풍성한 들꽃향과
잔향이 눅눅한 흙 향이 난다.


단 1%의 변화였다.

갈바늄이 들어가는 순간,

향은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쌉싸름한 기운이 더해지고,

잔향 속엔 눅눅한 흙내음이 스며든다.

촉촉하게 젖은 토양,

비에 씻겨 드러난 식물의 뿌리.

첫 번째 조합의 새콤한 껍질 향이 가라앉고,

향은 땅과 맞닿아 깊어졌다.



[세 번째 조합]

라임 30%

스윗 오렌지 32%

탠저린 25%

페티그레인 10%

파츌리 3%


* 페티그레인:
쌉싸름한 풀향과 오렌지빛 단내가 난다.
* 파츌리:
달콤하면서도, 나무와 흙을 연상시키는
풀 잎을 말린 듯한 향이 난다.


페티그레인과 파츌리가 소량 더해졌다.

이번엔 싱그러운 꽃다발의 줄기 냄새가 피어올랐다.

부드러운 흙 향이 은은히 깔리고,

그 위에 새콤한 캔디 같은 달콤함이 얹혔다.

눈을 감으면, 봄날의 시장에서 꽃을 한 아름 안고

걸어오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단지 비율을 바꾸고,

몇 방울의 향을 더했을 뿐인데

이토록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색과 질감,

그리고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오직 한 방울로 새로운 장면을 열기도 한다.


조향이란,

참 섬세하고도 매혹적인 작업이라는 걸

오늘 또 한 번 실감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