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분류: 꽃에서 병으로

식물성 향료

by 두디




한 송이의 꽃이 지닌 숨결은

작은 병 속에 담기기까지 긴 여정을 거친다.


그렇게

꽃은 한 번 더 피어난다.

투명한 오일로 혹은 농밀한 농축으로.




[향료의 분류]


향수에 쓰이는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로 나뉜다.

천연향료는 식물이나 동물에서 직접 얻은 향이고,

합성향료는 자연의 화학적 구조를 모방하거나

새롭게 합성해 만든 향이다.


이번 화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뿌리를 지닌 천연향료,

그리고 그 안에서 향수의 기본이 되어온

식물성 향료를 살펴보려 한다.


나는 현재 천연향료 수업을 듣고 있다.

향을 실제로 맡아보고

정리하는 과정이

이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Chapter 5.

[식물성 향료]


식물성 향료는 식물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얻어진다.


에서는 장미, 자스민, 일랑일랑 같은

플로럴 향이 나오고,

잎과 줄기에서는 로즈마리, 바질, 페퍼민트처럼

신선한 허브 향이 난다.

씨앗에서는 카다멈, 코리앤더 같은 향신료 향이,

열매와 껍질에서는 레몬, 오렌지, 라임 같은

시트러스 향이 나타난다.

나무껍질과 뿌리에서는 시나몬과 베티버처럼

따뜻하고 묵직한 향이,

수지에서는 몰약과 올리바넘처럼

깊고 신비로운 향이 얻어진다.


현재 알려진 식물성 향료는 250~300종에 달하지만,

실제로 향수에 주로 쓰이는 것은 약 150종 정도다.



[에센셜 오일]


식물성 향료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에센셜 오일이다.

주로 수증기 증류나 압착법을 통해 얻으며,

불순물이 거의 없어 맑고 투명하다.

휘발성이 높아 향은 빠르게 퍼지고,

청량하고 산뜻한 인상을 남긴다.


라벤더 향이 증류기를 따라

물방울로 응축되는 장면이나,

레몬 껍질이 눌리며 상큼한 향이

톡 하고 터져 나오는 순간을 떠올리면 된다.


에센셜 오일은

아로마테라피와 같은

치료 목적에도 널리 사용된다.

향수에서는 첫인상을 결정짓는

탑 노트에 자주 배치된다.



[앱솔루트]


앱솔루트는 보다 농축된 향료다.

에탄올이나 헥산 같은 휘발성 용매를 사용해

향 성분을 추출하고,

왁스, 지방 등을 제거한 뒤 고농축 형태로 얻는다.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라 불리는

중간 산물이 생기기도 하며,

최종적으로 남는 앱솔루트는

매우 진하고 풍부한 향을 지닌다.


로즈 앱솔루트는

수천 송이의 장미를 압축한 듯 강렬하고,

바닐라 앱솔루트는

부드럽고 달콤한 향 속에 묵직한 여운을 담는다.


열에 약한 꽃(자스민, 네롤리, 튜베로즈 등)의 경우

증류법으로는 향을 온전히 보존하기 어려워,

앱솔루트 방식으로만 얻을 수 있다.


다만, 추출 과정에서

소량(5~10 ppm)의 용매 잔류가 남을 수 있어

치료 목적의 아로마테라피보다는

향수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앱솔루트는 향의 깊이와 잔향을

오래 이어주는 데 탁월하다.




이처럼, 같은 식물이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에센셜 오일은 밝고 가벼운 햇살 같은 향을,

앱솔루트는 진하고 묵직한 노을 같은 향을 전한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식물성 향료 안에서도
각각의 재료를 하나씩 짚어가려 한다.


장미와 자스민처럼 꽃에서 태어난 향,
레몬과 오렌지처럼 싱그러운 시트러스,
몰약과 베티버처럼 땅과 나무에서 우러난 향까지.


향수가 품고 있는 개별 향료의 이야기를
차례차례 펼쳐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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