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엄마와의 어쩌면 마지막 여행 2

여는 글

by 초록의힘

이 글의 성격을 ‘못다 부른 사모곡’, 으로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초장부터 감동이 빠지직 부서질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에세이 형식을 띄고 있으나 한발 먼저 인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삶을 시대에 묶인 한 인간의 삶으로 바라보는 일정 정도의 보편적 시선을 담고 있으며, 그 인간을 가장 친밀한 공동체로 간주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경험하며 때로 버거워하는,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많은 이들의 유사 경험을 관찰하는 사회과학 공부하는 딸의 살짝 삐딱한 시선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공유하면서도 다른 세대를 살 수밖에 없는 엄마와 딸은 생각만 해도 애틋하고 눈물 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어렵고 미묘한 관계의 원형이기도 하고 영원한 난제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자존감 만땅 팔순 엄마와 공부하는 양보 없는 딸의 밀고당기기를 담고 있으니 마냥 따뜻하고 마냥 편안한 글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딸은 본인 또한 한 시대에 묶인 하나의 개인임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상에 묶인 사람들 사이의 파열음은 기본 장착되어 있는 것이지요. 세상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그만큼 파열음도 커져갑니다.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그 파열음의 찬찬한 기록이 역설적으로 조금은 세대를 넘어 서로의 이해에,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사적 사정이 물론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개별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은 우리의 삶으로 시대의 삶으로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니.


노모와의 동행 기록은 자연스레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사회 죽음 환경, 내 어머니의 개인적인 상황, 가족관계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그분의 마지막이 어떠했음 하는지, 평안한 마지막을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담겼습니다.


1부에는 딸의 입장에서 노모와의 일상적 관계를 중심 에피소드로 놓고 친밀공동체의 원형으로서 가족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이전과 같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노모의 삶 마무리 과정에 자식으로서 어떻게 동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을 담았습니다. 여전히 큰 숙제를 앞둔 기분입니다.


2부는 내 어머니, 박여사의 글을 담았습니다. 인생을 되돌아보며 글쓰기를 하고 계신 박여사. 누구의 인생이나 거의 한편의 장편소설. 이곳에 그이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는 없었기에 그이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이야기 일부만 옮겨 실었습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며 위에서 말한 맥락의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한 개인의 기록이 분명하나 그 기록은 한 개인의 기록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한 시대가 담긴다는 것을, 자연스레 일정 정도의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것을.


하여 이 기록이 박여사 개인에게는 작지만 의미있는 선물이 되길,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겐 포개지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이의 모습을 통해 건너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자식 세대에게는 그들의 모습에 본인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읽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글을 통해 서로의 인생을 교차해 지나갑니다.

이 글의 시작은 노인이 된 어머니와의 여행이었습니다. 몇 년 전 시작된 그 여행들은 그분의 인생을, 그분과 나의 관계를 다시 되새김질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분의 인생을 되짚어보는 여정이었으며, 마지막길이 어떠했음 좋겠는지, 자식된 이는 그 과정에 어떤 동행자가 되어야 할런지 생각하는 시작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여행은 우리의 삶 전체를 요약해 보여주는 ‘작은 삶’임에 분명합니다.


효녀가 되기에는 글러먹은 딸이지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중이라는 점은 조금쯤 이해해주셨으면 하고, 이 글 또한 그런 마음을 담고 있다는 점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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