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는 습관이 되어야 비로소 시작된다

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by jooni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계속 쓰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오랫동안 전자였다. 결심한 날은 셀 수 없이 많았고, 그때마다 노트를 새로 샀고, 첫 페이지에 다짐을 적었다. 며칠은 썼다. 일주일을 넘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멈춰 있었다. 노트는 서랍으로 들어갔고, 다음 결심이 찾아올 때까지 잊혔다. 시작했지만 시작되지 않은 글쓰기. 그것이 오랜 나의 모습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지가 약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쓰고 싶은 마음은 분명했다. 시작할 때마다 진심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나는 글쓰기를 매번 결심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 쓸까 말까, 지금 시간이 있을까, 컨디션은 괜찮은가. 매일 그 질문을 반복했고, 매일 그 질문 앞에서 흔들렸다. 의지는 생각보다 약하다. 매번 의지에 기대어 쓰려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꺾인다.


진짜 시작은 습관이 되었을 때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리에 앉는 일이 당연해진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쓸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 그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책상으로 향했고, 앉으면 손이 펜을 집었다.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었다.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양치질처럼,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제야 나는 진짜로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습관은 의지의 대체물이 아니다. 습관은 의지의 결과물이다. 처음에는 의지로 버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거쳐 몸이 기억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의지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마음이 뒤따른다. 쓰기 싫은 날에도 자리에 앉게 되고, 앉으면 어찌 됐든 한 줄이라도 쓰게 된다. 그 한 줄이 쌓여서 글이 되고, 글이 쌓여서 글쓰기가 된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지 말고, 한 줄이면 충분하고, 쓸 것이 없어도 쓰고, 생각은 쓰면서 정리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앉고,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글부터 쓰고, 첫 문장은 틀려도 괜찮고, 필사로 시작해도 좋다고.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 남는 것은 하나다. 쓰기가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


결심은 하루를 바꾸지만,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결심은 오늘의 한 줄을 만들지만, 습관이 된 글쓰기는 매일의 한 줄을 만든다. 그리고 매일의 한 줄이 쌓일 때, 비로소 쓰는 사람이 된다. 결심은 시작을 알리지만, 습관은 시작을 계속되게 한다. 쓰기는 습관이 되어야 비로소 시작된다. 한 줄을 쓰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한 줄을 매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쓰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쓰고 싶다는 말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필사는 글쓰기의 가장 겸손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