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은 나와 대화하는 일이다

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by jooni

하루 종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과, 동료와,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하지만 정작 나 자신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 하루 스물네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 평생 떨어질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그 나에게 안부를 묻는 일은 거의 없다. 오늘 괜찮았느냐고, 무엇에 마음이 쓰였느냐고, 지금 어떤 기분이냐고. 타인에게는 쉽게 던지는 물음을, 정작 나 자신에게는 던지지 않고 살아간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쓰는 행위가 곧 나 자신과 마주 앉는 일이라는 것. 펜을 들고 빈 종이 앞에 앉는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오늘 무엇이 힘들었는지, 무엇이 마음을 흔들었는지, 왜 이렇게 지치는지. 평소에는 스스로에게 물을 겨를조차 없었던 질문들이, 글을 쓰는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묻자, 내가 대답했다.

그 대답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올 때가 많았다. 화가 났다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면 그 밑에 서운함이 있었다. 서운함을 따라가 보면, 그 아래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웅크리고 있었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을 알게 되면, 화는 어느새 힘을 잃고 있었다. 화난 나와 서운한 나와 인정받고 싶은 나. 그 여러 층의 내가 글 위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대화 안에서 내가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된다.

평소의 대화는 주로 바깥을 향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바깥의 일들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정작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바깥의 소음이 잠시 멀어지고, 내 안의 목소리만 남는다. 그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를 듣게 된다.

나와의 대화는 치유의 힘이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감정도, 글 위에서는 꺼낼 수 있다.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그저 들어 주는 상대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종이 위에 쏟아 낸 감정들을 다시 읽으며, 나는 나를 조금씩 이해해 간다. 이해받는다는 것이 꼭 다른 사람에게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가벼워진다.

사람들은 때때로 외롭다고 말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외로움의 결이 달라졌다.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었다. 글 앞에 앉으면 언제든 나 자신과 만날 수 있었고, 그 만남은 어떤 관계보다 정직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평생 함께할 가장 가까운 친구와 나누는 가장 조용한 대화였다. 그 대화가 있기에, 나는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더 나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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