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서툰 문장을 누가 읽어 줄까. 남들은 훨씬 세련되게 쓰는데, 나는 왜 이렇게 투박한 걸까.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자주 움츠러들었다. 비문이 눈에 띄었고, 표현은 단순했고, 흐름은 매끄럽지 못했다. 좋은 글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펜을 놓고 싶어졌다. 서툰 내가 쓴 서툰 문장이 누군가에게 가닿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뜻밖의 경험이 이 생각을 흔들었다. 어느 날, 무심코 올린 글에 한 독자가 댓글을 남겼다. 자신도 같은 마음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고, 이 글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 주었다고. 놀라웠다. 내가 쓴 글은 결코 매끄러운 문장이 아니었다. 고쳐야 할 곳이 눈에 밟히는 글이었다. 그런데 그 투박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문장을 닿게 하는 것은 기교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는 것을.
돌아보면, 나를 울렸던 글들도 그랬다. 아름다운 비유나 세련된 표현 때문에 울었던 것이 아니다. 그 글 안에 담긴 사람의 진심 때문에 울었다. 어떤 글은 문장이 서툴렀다. 어떤 글은 문법이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쓴 사람의 마음이 있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꺼내놓은 마음. 그 마음이 서툰 문장의 틈새를 뚫고 내게 와닿았다. 좋은 글이란 잘 쓴 글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글이었다.
기교는 감탄을 부르지만, 진심은 공감을 부른다. 감탄은 잠시 머물렀다 떠나지만, 공감은 가슴에 남는다. 독자는 작가의 실력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자기 마음을 얼마나 정직하게 꺼내 놓았는지는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서툰 문장이 때로는 세련된 문장보다 더 멀리 간다. 진심은 문장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곧바로 사람의 마음에 가닿기 때문이다.
물론 잘 쓰는 일을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장을 다듬고 표현을 고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먼저 꺼내야 할 것은 진심이다. 진심이 없는 완벽한 문장은 빈 껍데기이고, 진심이 담긴 서툰 문장은 거칠어도 살아 있다. 우리는 잘 쓰지 못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다. 진심을 드러내기가 두려워 못 쓰는 것이다. 진심은 부끄럽다. 자기 안을 보여주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부끄러움을 감수한 글만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
나는 이제 서툰 문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진심을 덜 담은 문장을 부끄러워할 뿐이다. 투박해도 괜찮다. 세련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내가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는 것. 그것이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서툰 문장도 진심이면 닿는다. 이 말을 믿는 것만으로, 나는 오늘도 한 줄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