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것을 믿기까지

나는 거북이

by jooni

지금껏 살아온 세상은 항상 빠르고 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그러했다.

남들이 달릴 때 나는 뒤처졌고, 쉽게 문제를 풀 때에도 혼자 고민하며 하루 종일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남들처럼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만을 배우는 시간 같았다.

누구도 실수해도 된다고, 너만의 시간과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부모마저도 "너는 왜 그렇게 느리냐"고 말하기 일쑤였다. 느림은 그저 패배이자 실패였고, 남들과의 비교 거리가 될 뿐이었다.

왜 세상은 빠름만을 원할까? 빠른 게 마냥 중요하고 옳은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사실 그 속도에 내가 따라가지 못해서, 뒤처져서 하는 신세 한탄이었을지도 모른다.

느림을 믿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주변의 많은 이들이 빠름을 강조해도 나는 느림을 선택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왜일까? 나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었다.

모든 질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느꼈다. 내가 던지는 질문, 누군가가 던지는 질문의 답이 아니라, 나의 선택과 자세,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원하는 질문에만 답하고 원치 않는 질문은 회피하기에 바빴던 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했음을 알았다. 나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해봤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질문을 깊이 생각하며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질문이 아닌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 '내가 그렇지 뭐.' 쉴새 없이 스스로 질문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든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빠름을 능력으로, 뛰어남으로 생각했던 이유는 나 자신에게 올바른 질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을 따라 하기 바빴고, 부러워하기 급급했고, 비교만 하려고 했었다.

느림이 나의 힘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건 남들과 다른 나를 인정하는 일이고, 나의 속도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 느림은 내게 신중함이었다. 빠름이 능력의 척도가 아니라 정확함과 완성도가 진짜 기준이라는 것. 그래서 느려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글쓰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조금씩 내 속도로 쓰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을. 서두르는 것보다 천천히 곱씹고 생각하고 다시 쓰는 과정에서 진짜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봄은 서두르지 않고 어김없이 오고, 산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계절을 바꾼다. 자연은 빠르게 달려가지 않는다. 그 자연의 속도를 잊은 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빠름의 기준에 스스로가 끼워 맞추려고만 했던 시간이 깨닫게 했다.

느리게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빠르게 지나치면 놓치는 풍경들, 서두르면 들리지 않는 소리들, 급하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 느림은 더 이상 나를 위축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방식이고 나의 리듬이고 나의 철학이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걷는 삶. 그 길 위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되어간다. 그리고 이것을 믿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것조차 괜찮다. 믿음도 천천히 익어가는 것이니까.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만들어본 적이 있을까요? 누군가 느리다고 말할 때, 빠름을 강조할 때, 거기에 현혹되지 않고 그저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면 이미 삶의 키를 두 손에 꼭 쥔 주인공이 된 것이에요. 혹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그러하기를 선택해요. 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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