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나의 글쓰기는 느리다. 아직도 한 문장, 하루 글쓰기에 많은 시간이 들고 그 시간만큼 좋은 글이 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느린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돈 하나 들지 않으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권리라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릴 적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20년이 넘는 군대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시간, 글을 쓰는 일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더군다나 글과 책을 쓰는 사람은 '작가'여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와는 먼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부대에서 독서 관련 강사분들을 초청해서 강연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참여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음향과 영상 연결을 위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만난 작가님들을 통해 깨달았다.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놓치고 있었던 권리라는 것을.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는 "작가"라는 말이 마음 깊이 새겨졌다.
그 이후 백일 간 매일 글을 쓰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일 1000자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많은 분의 글을 보며 감탄했고 나의 글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이기도 했고, 프로그램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었기 때문에 미흡해도 써보자는 마음으로 억지로라도 써 내려갔다. 처음엔 버겁고 힘들기만 했던 글쓰기가 나를 달라지게 할 줄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자유 주제였기 때문에 매일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내가 쓸 수 있는 주제는 결국 나의 과거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과거의 기억. 기억은 진실이라기보다 내가 편한 대로 편집 되어버리곤 한다. 좋은 기억은 더 좋게, 나쁜 기억은 더 나쁘게 말이다. 내가 잘한 일은 더 크게 부풀리기도 하고 내 실수는 작게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를 다시 정리하고 이해하는, 진실에 다가설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글쓰기로 알게 되었다.
100일의 글쓰기를 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느린 나를 이해하고 지나온 과거를 조금 더 다정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원인과 결과의 법칙이 생각난다. 모든 일의 결과에 나의 선택과 결정이 그 씨앗이 되었고 그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글쓰기는 내가 어떠한 씨앗을 심을 것인지를, 어떤 씨앗이 올바른 것인지를 알게 하는 꼭 필요한 감별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지난 많은 날을 후회가 아닌 배움의 과정, 방향의 전환을 알려주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안 돼, 내가 하는 일은 늘 이 모양이지, 하는 부정의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나를 배움과 성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소중한 일임을 이젠 의심치 않는다.
느리게 산다는 것에 꼭 포함되어야 하는 건 내 삶의 가면을 걷어내고 모든 핑계를 치우는 글쓰기로부터 시작은 아닐는지 생각해 본다. 글쓰기는 느릴수록 깊어진다. 한 글자에도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나의 느린 글쓰기를 더 좋아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사실 매일 글을 쓰며 살아간다. 문자와 SNS, 이메일 등 하루에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없다. 그것을 글쓰기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하루 내가 쓴 모든 글쓰기를 생각해 보자. 그 글이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배우게 한다면 분명 좋아질 것이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글쓰기 해 보기를 권한다. 그 글이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 되기도 하니까.
오늘 하루를 글로 표현해 보기로 해요. 그 글이 나를, 우리를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의심치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