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두 아이의 아빠로 보내는 시간은 어려움 그 자체였다. 아이들을 이끈다는 건 나도 처음이니까. 누군가의 아들인 적은 있어도, 미움과 삐뚤어짐으로 가득 차기만 할 줄 알았을 뿐이었다. 스스로 이끌고 함께하며 길을 보여줘야 하는 삶, 아니 길을 나아가도록 응원하는 삶은 처음이었다.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내가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첫째는 백일이 되기도 전에 GOP 경계부대로 투입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했었고, 둘째는 낙뢰 피해로 인해 태어나는 것도 보지 못하고 부대에서 피해 복구에 매달렸다. 아이들보다 항상 일이 우선이었고, 일을 핑계로 아이들을 멀리했던 나 자신이 보인다.
지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이야기하고, 동화책을 같이 보곤 했다. 아이들에게 처음 이야기했던 것은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였다.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들을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게 진짜 강함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빠른 사람들을 봐왔다. 진급을 위해서 밤낮없이 달리고,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 중 일부는 정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까? 나 역시도 놓쳤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아이의 학예회, 오랜 친구와의 약속,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대화.
세상이 "빨리빨리"를 외친다고 나도 같이 동조하고 있을 뿐이었음을 깨달았다. 천천히 하며 한 단계씩 올라서는 일, 오류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 느리지만 확실한 길로 나아가는 것. 그러한 지혜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고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SNS에는 남들의 화려한 성공담이 넘쳐나고, 조금만 늦어도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려면, 역설적이게도 '천천히 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이 조급해하며 뭐든 빨리 끝내고 싶어 할 때가 있다. 그림을 그리며 선을 긋기도 전에 완성하고 싶어 하고, 책을 몇 장 넘기며 다 읽은 것처럼 행동하고 싶어 할 때. 나는 그 모습에서 과거의 나 자신을 본다. 그저 빠른 결과만을 바라던 나였으니까. 아이들에게 이제는 알려주고 싶다. 천천히 가되 포기하지 않는 것, 결과는 빠르게 오지 않을 수 있지만 반드시 온다는 것을.
24년째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나는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신기술이 도입되고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고, 젊은 인력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사실이었다. 화려한 스킬보다 기본기, 빠른 처리보다 정확한 판단, 단기 성과보다 꾸준한 성장. 이것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거북이의 지혜는 단순히 '천천히 살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속도를 찾으라는 것이다. 남들이 뛰어간다고 해서 따라 뛸 필요는 없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속도로 확실하게, 꾸준히 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배우는 여유를 가지라고 알려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다시 정확하게 하며 실수에서 방향을 바꿔볼 것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 역시 지금도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그럼에도 거북이처럼 천천히 나아가길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주어질 빠른 세상의 시간에 내 이야기가 조금은 쉼표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자신의 속도로 가면 된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그리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라며, 아이들뿐 아니라 나 역시도 그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물려주고 싶으신가요? 좋은 성적이나 좋은 대학, 높은 연봉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에게 삶의 자세와 태도가 무엇보다 우리가 알려줘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져 보게 돼요. 자신의 속도로 나아가는 용기, 멈추지 않는 끈기, 끝까지 간다는 마음의 힘을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