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들과 나누는 느린 글쓰기 시간

나는 거북이

by jooni

매주 토요일 새벽, 나는 글방 모임에 참여한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몇 분의 작가님들과 화면을 통해 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말 뒤에 각자의 자리에서 글쓰기 시간이 시작된다. 키보드 소리도, 대화도 없는 고요한 시간. 그렇게 30분 정도를 보내고 나면 다시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무엇을 썼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때로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는 고백도 함께 나눈다.


새벽 글방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와 느림이 좋다. 세상이 깨어나기 전, 나만의 시간 같으면서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위로가 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같은 시간 어딘가에서 누군가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고 있다는 것. 그 연대감이 새벽 시간을 더없이 즐겁게 만든다.


요즘 세상은 참 빠르다. 글쓰기조차 AI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완성할 수 있다. 주제를 입력하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글이 만들어진다.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직접 생각하고 고민하며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느린 쓰기를 선택한다. 왜일까.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온전히 천천히 온기를 담아내고 감정을 담는 일이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 적당한 단어를 찾기 위해 머뭇거리는 순간, 썼던 문장을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 그 모든 시간 속에 내 생각과 감정이 녹아든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 과정만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내 온도, 내 숨결, 내 망설임까지 고스란히 담긴 글은 오직 내가 쓸 수 있는 것이다.


한 문장을 쓰는 데도 오래 걸릴 때가 많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야 할지, 글의 주제를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답을 내릴 수 없을 때가 많다. 빈 화면 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기도 한다. 처음엔 이런 시간이 답답하고 조급했다. '왜 이렇게 안 써질까.' '다른 사람들은 술술 잘 쓰는데.' 스스로 채찍질했다.


문득 이 과정이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삶을 계획하고 꿈꾼다. 내일은 이렇게, 다음 달은 저렇게, 1년 후에는 이런 모습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일 일어날 일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이는 그 누구도 없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계획은 틀어지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답을 알 수 없어도, 확신할 수 없어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장이 나올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일단 한 글자를 쓴다. 그렇게 한 문장이 되고, 한 단락이 되고,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그러기에 모두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삶을 누가 대신 살아 줄 수 없듯이 내 글도 누가 대신 써 줄 수 없다. 이 진실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새벽 시간 글쓰기를 함께 해 주시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운다.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 고요를 받아들이는 방법, 느림을 견디는 힘. 한 작가님은 말씀하셨다. "완벽하려고 하지 마세요. 완벽한 글은 없어요." 또 다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그냥 쉬어요. 그것도 글쓰기의 일부예요." 떠오르지 않고 써지지 않을 때 포기하는 게 아닌 잠시 환경을 바꿔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자리를 옮겨보거나, 다른 글을 읽어보거나, 산책하거나. 무엇이든 좋으니 잠시 다른 것을 해보라는 것이다. 억지로 쥐어 짜내는 것보다 여유를 갖는 것이 때로는 더 좋은 글을 만들어낸다고. 이런 조언들은 글쓰기의 자세 같지만, 사실은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쉬어가도 된다는 것,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삶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다. 좋은 배움을 주는 분들과 보내는 시간이 참 좋다. 그분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글쓰기는 느리다. 빠른 세상에서 느린 것은 때로 불리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느림을 통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움과 성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림은 약점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이다.


함께 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다짐한다. 앞으로도 느려도 괜찮다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가겠다고. 매주 토요일 새벽, 나는 다시 글방에 접속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 고요히 빛나는 화면 앞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나만의 속도로.


좋은 분과 함께 하는 일은 무엇이 있나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도 함께면 가능해진다는 걸 믿어요. 함꼐 느려도 손잡고 나아가는 일을 하나 꼭 가져보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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