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이 처음이다. 그래서 두렵고,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특히 부모가 되었다는 것,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이 그렇다.
두 아들을 대하면서 나를 돌아보면 반성할 부분이 참 많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 말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고, 빨리하라고 재촉했던 일이 많았다. 나 자신도 느릿하고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빠르고 문제없이 해내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참 모순이다.
부모란 아이를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존재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정한 목적지로 억지로 끌고 가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 물음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게 된다.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했다. 아이들은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 이루어줄 또 다른 내가 아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것, 그것이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어릴 때를 떠올려 보면 부모님의 모습 중에서 싫었던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바로 그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가 싫었던 말, 내가 상처받았던 태도를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내가 부모가 처음인 것처럼, 아이들도 자녀가 처음이니까.
관계에서도 천천히, 느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빠르게 결론짓고 행동하려 하기보다, 지긋이 바라보고 스스로 깨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일.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금씩 배워간다.
거북이는 알에서 태어나자마자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다. 스스로 바다까지 걸어가야 하는 그 여정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하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부모.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멀리서 바라보며 지켜줄 수 있는 부모. 그런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품어 본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는 매일 공부하고, 행동하고, 천천히 다가서야 하는 일이다. 오늘도 어제보다 조금 나은, 조금 다른 부모가 되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