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것이 없다고 느끼는 날에 쓰는 법

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by jooni

매일 쓰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날이 있다. 펜을 들고 앉았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날. 머릿속이 텅 비어 있고, 마음도 고요하고, 오늘 하루를 돌아봐도 꺼낼 만한 것이 없는 것 같은 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같은 생각이 올라온다. 오늘은 쓸 것이 없다. 내일 쓰자. 그리고 그 내일은 대부분 오지 않는다.

나도 그런 날을 수없이 겪었다. 백일 글쓰기를 하면서, 쓸 것이 넘치는 날은 사실 드물었다. 대부분의 날은 빈 화면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었고, 감동도 없었고, 깨달음도 없었다. 그런 날에도 써야 했다. 백일 중 하루도 빠지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쓸 것이 없는 그 상태 자체를 썼다.

"오늘은 정말 쓸 것이 없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쓰고 나니 궁금해졌다. 왜 없다고 느끼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없었나. 아침에 눈을 떴고, 밥을 먹었고, 누군가와 인사를 나눴고, 하늘을 한 번쯤 올려다봤을 것이다. 그 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없다고 느꼈던 것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쓰기 시작하자 보이기 시작했다. 글이 기억을 불러오고, 기억이 감정을 깨우고, 감정이 다음 문장을 만들어냈다.

쓸 것이 없다고 느끼는 날의 비밀은, 특별한 것만 쓸 가치가 있다는 착각에 있다. 감동적인 사건, 깊은 깨달음, 가슴을 울리는 만남. 그런 것이 있어야 글이 된다고 믿으면, 평범한 날에는 영원히 쓸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하루 대부분은 평범하다. 평범한 날에 쓰지 못하면, 결국 거의 매일 쓰지 못하는 셈이다. 특별한 날만 기다리는 글쓰기는 지속될 수 없다.

나는 방법을 바꾸었다. 쓸 것을 찾는 대신, 눈앞에 있는 것을 쓰기로 했다. 창밖의 날씨, 지금 마시고 있는 물 한 잔의 온도,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몸의 감각. 거창한 소재가 아니어도 좋았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쓰면, 그것이 오늘의 글이 되었다. 어떤 날은 그렇게 시작한 글이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 한 편의 에세이가 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서너 줄에서 멈추기도 했다. 둘 다 괜찮았다. 중요한 것은 오늘도 썼다는 사실이었다.

쓸 것이 없다고 느끼는 날은, 쓰기를 그만둘 날이 아니라 쓰기가 가장 필요한 날이다. 그날에 쓴 글이 화려하지 않아도, 깊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 오늘도 멈추지 않았다고. 쓸 것이 없는 날에도 쓸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매일 쓰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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