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타고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다른 감수성, 특별한 관찰력, 머릿속에서 문장이 저절로 완성되는 능력. 그런 것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날개 없이 하늘을 날려는 것과 같다고.
매일 쓰기를 시작하면서, 재능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쓸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한 문장을 짜내는 데 삼십 분이 걸리기도 했고, 겨우 쓴 글을 다시 읽으면 한숨이 나왔다. 한 달이 지나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미세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펜을 드는 것이 조금 덜 무거웠다. 첫 문장이 조금 덜 두려웠다. 쓰기 전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시간이 줄어들었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그 변화를 만든 것은 재능이 아니라 자리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았다. 밤 열 시, 아이가 잠든 뒤, 작은 책상 앞. 쓸 것이 있든 없든,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앉는 것만은 지켰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앉아만 있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앉는 것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몸이 먼저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책상으로 향하고, 앉으면 손이 펜을 집었다. 의지로 시작한 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리듬이 되었다.
루틴의 힘은 의지를 아끼는 데 있다. 매번 오늘 쓸까 말까를 고민하면, 그 고민에 에너지의 절반이 소모된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면, 쓸까 말까의 싸움이 사라진다.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글로 간다. 재능 있는 사람은 영감이 올 때 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루틴이 있는 사람은 영감이 오지 않는 날에도 쓸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날은 영감이 오지 않는 날이다.
군 생활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반복의 힘이다. 이십 년 넘게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절차를 수행하고, 같은 자리를 지켰다. 그 안에서 특별한 날은 드물었지만, 반복 속에서 몸에 밴 것들이 결국 나를 지탱해 주었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앉는 것. 그 단순한 반복이, 재능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었던 무언가를 천천히 만들어 주었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어서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자리에 앉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오늘 밤에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재능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