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쓰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문장은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이 표현은 유치하지 않은가. 읽는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면 어쩌지. 첫 문장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다시 지웠다. 한 줄을 완성하는 데 삼십 분이 걸렸고, 겨우 완성한 그 한 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문장마다 브레이크를 걸었다. 글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자리만 맴돌았다.
잘 쓰고 싶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심이다. 누구나 자기 이름으로 써 나가는 글이 좋은 글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욕심이 지나치면, 글은 시작되기도 전에 멈춘다. 완벽한 문장을 쓰려는 마음이 첫 문장을 가로막고, 좋은 표현을 찾으려는 마음이 솔직한 말을 삼키게 한다. 잘 쓰려는 욕심은 글쓰기의 동력이 아니라 제동장치였다.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잘 쓰려는 노력조차 할 수 없는 밤이 있었다. 아이를 재우고 나니 눈이 감겼고, 머리는 무거웠고, 한 글자도 다듬을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백일 글쓰기의 약속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대로 썼다. 문장을 고르지 않았다. 표현을 가다듬지 않았다. 그냥 마음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꺼내 놓았다.
다음 날 아침, 그 글을 다시 읽었다. 놀라웠다. 문장은 투박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글에서 내 목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공들여 쓴 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거기에 있었다. 꾸미지 않은 말의 힘. 다듬지 않은 감정의 진솔함. 잘 쓰려는 욕심이 사라진 자리에, 진짜 내 이야기가 들어와 있었다.
잘 쓴 글과 좋은 글은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잘 쓴 글은 기술이 만들지만, 좋은 글은 솔직함이 만든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문장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꾸밈없이 꺼낸 한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독자는 세련된 표현에 감탄할 수 있지만, 결국 오래 기억하는 것은 진심이 담긴 문장이다. 그리고 진심은 잘 쓰려는 힘을 빼야 비로소 나온다.
물론 다듬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첫 문장은 틀려도 되고, 초고는 엉망이어도 된다. 쓴 뒤에 고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먼저 꺼내놓는 것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그 피곤했던 밤을 떠올린다. 힘을 뺀 글이 오히려 힘이 있었다는 것을. 욕심을 내려놓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글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잘 쓰려고 하지 말자. 솔직하게 쓰자. 그것이 결국 가장 좋은 글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