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미 K-뷰티 운영에서 진짜 리스크는 ‘원가’가 아니라 ‘신뢰’
2025년 하반기, 업계에서 가장 많이 오간 단어는 관세였다. 관세가 오르면 원가가 오른다. 그건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더 무서운 건 관세 자체가 아니다.
진짜 리스크는 가격 아키텍처다. 채널별 가격·할인·SKU·프로모션 규칙이 무너질 때 생기는 ‘신뢰 붕괴’가 브랜드를 더 크게 망가뜨린다.
관세 이슈는 결국 의사결정 속도 싸움이다. 가격을 올릴 것인지, 용량과 구성을 바꿀 것인지, 쿠폰을 줄일 것인지, 프로모션 캘린더를 바꿀 것인지. 이 결정이 늦어지면 실무는 임시방편으로 간다. 임시방편의 끝은 대개 비슷하다. 플랫폼별 가격이 제각각이 되고, 리셀러가 가격을 깨기 시작하며, 고객은 “이 브랜드 원래 이 가격이었나?”를 의심한다.
이 의심이 한 번 생기면 브랜드는 ‘성장’이 아니라 ‘소진’의 길로 들어선다. 고객은 싼 날만 기다리게 되고, 브랜드는 매출을 만들기 위해 더 큰 할인을 걸게 되고, 할인은 가격 신뢰를 더 무너뜨린다. 악순환이다.
그래서 2026 북미 운영에서 중요한 건 관세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외부 변수에도 브랜드 신뢰가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가격·채널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채널별 역할을 고정해야 한다. 아마존, 틱톡, 리테일, DTC에서 같은 브랜드가 ‘다른 경험’으로 보이는 건 괜찮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채널마다 고객의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원칙은 하나여야 한다. 할인율이 아니라 “할인할 때의 규칙”이 통일되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이런 식이다. 어떤 SKU는 틱톡에서 바이럴 입구로 쓰고, 어떤 SKU는 아마존에서 랭킹과 리뷰를 쌓는 본진으로 쓰고, 어떤 SKU는 리테일에서 체험과 선물 수요를 먹는다. 역할이 분리되면, 가격이 흔들려도 신뢰는 지킬 수 있다. 반대로 역할이 분리되지 않으면, 모든 채널이 같은 SKU로 싸우고, 그 싸움의 결말은 가격 붕괴다.
그래서 브랜드가 최소한으로 갖춰야 하는 가격 아키텍처 체크리스트는 다섯 가지다.
첫째, 리셀러 정책과 모니터링 루틴이다. 리셀러를 100% 막을 수 없더라도, 최소한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대응하는지”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대응은 감정이 되고, 감정으로 리셀러를 잡을 수는 없다.
둘째, 쿠폰·딜·번들의 우선순위 규칙이다. 상시 쿠폰을 남발하면 고객은 정가를 믿지 않는다. “평소에는 비싸게 받다가 가끔 싸게 파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남는다. 할인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를 고객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채널별 히어로 SKU의 분리다. 같은 SKU로 모든 채널에서 성과를 내려 하면, 결국 각 채널이 서로의 가격을 무너뜨린다. 히어로는 한 채널의 영웅이지, 전 채널의 영웅이 될 수 없다.
넷째, 연간 프로모션 캘린더의 고정이다. 이벤트 때마다 즉흥적으로 딜을 바꾸면 가격은 계속 흔들리고 고객은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는다. 고정된 캘린더는 팀의 체력도 지켜준다. 체력이 떨어질수록 즉흥 딜이 늘고, 즉흥 딜이 늘수록 브랜드는 망가진다.
다섯째, 원가가 흔들릴 때 ‘가격’이 아니라 ‘구성/가치’부터 조정하는 습관이다. 덤핑은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가장 비싼 선택이다. 가격을 내리는 대신, 구성과 가치로 납득시키는 방식이 브랜드를 살린다. 세트, 번들, 기획 구성은 가격 인하가 아니라 가치 설계다.
결론은 하나다. 관세가 오르면 원가가 오른다. 그건 숫자의 문제다. 하지만 가격 아키텍처가 무너지면 고객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으로 반응한다. “이 브랜드는 가격이 들쑥날쑥하네.” “어디서 사야 정가인지 모르겠네.” “그냥 싸게 뜰 때만 사자.” 이 순간부터 브랜드는 성장하지 않는다. 소진된다.
그래서 2026 북미 전략의 핵심은 관세율을 맞추는 게 아니라, 어떤 외부 변수에도 브랜드 신뢰가 깨지지 않는 채널·가격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남는 브랜드는 원가를 낮춘 브랜드가 아니라, 신뢰를 지킨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