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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성철 May 08. 2023

SMR의 전망과 에너지 생태계 변화

2023 워싱턴 선언과 한미 SMR (소형원자로) 업무협약 체결의 의미

SMR 시장 성장 전망 [출처: 세계경제포럼]

4월 26일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과 조셉 R.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한미 동맹과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경제 교류를 통하여, 넷플릭스의 한국에 대한 투자를 포함하여 한미를 대표하는 경제 주체들의 업무 협약이 이루어졌는데 그중 첨단산업과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분야까지 총 23건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한다. SMR은 현재 대한민국 에너지 생태계에 있어서 너무도 생소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떤 개념인지, 이번 한미 양국의 경제 교류의 자리에서 업무 협약이 앞으로의 산업과 경제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300MW 이하의 전력 생산 규모를 가지는 SMR는 공장에서 조립이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전력이 필요한 장소에 배치가 가능하다 [출처: IAEA]

우선, SMR이란 무엇일까? SMR은 소형모듈원자로로서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 규모를 300MW 급으로 줄이고 모듈화 시킨 발전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완성되어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등에서 실전 배치되어 운용되고 있었으나, 산업계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SMR 기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SMR 부품 제조를 위한 공장이 있으며,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장소에 필요에 따라 배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 경제성과 유연한 입지성을 가지며, 이를 통하여 향후 기후 위기와 불안정한 전력 수급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면 과연 SMR은 한미 협약체결을 할 만큼 그 필요성이 있었을까? SMR은 경제적인 면과 친환경적인 면에서 어떤 장점과 리스크를 가지고 있을까? 몇 년 전 대한민국에서는 그린뉴딜 정책의 흐름에 따라, 원전을 축소하고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발전을 늘려서 미래 2030년 온실가스 대규모 감축 및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고자 하였다. 재생에너지의 활용이 주축이 된 그린뉴딜 전력정책은, 지금의 원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전력정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탄소 중립이라는 공통된 목표는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태양광 및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발전 [출처: 전남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 조감도]

재생에너지 위주의 기술은 원전과 달리 우리가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안정성을 가졌고 거주지역이나 오피스 건물에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바로 도입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전력 생산이 불규칙적이고 그 규모가 작으며 도심 주변에서는 가용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입지 확보의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 활성화에 많은 제약을 주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어느 도시의 전력 공급을 위해 축구장 면적의 몇십~몇백 배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는 얘기는 뉴스를 통해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탄소배출 저감과 친환경이라는 목표를 위해 몇 만 평이나 되는 삼림을 훼손시켜 가며 태양광 패널의 숲을 만드는 게 과연 친환경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은 전력생산 규모 대비 많은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발전 사업자 입장에서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이 된다. 결과적으로,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편, SMR은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정책을 보완할 만한 장점을 지녔다. 건설에 넓은 부지가 필요 없으며, 필요에 따라 해상을 포함한 어디에나 배치 가능하며 전력규모가 크고 전력 생산도 안정적이다. 지역에 따라서 대규모 원자력 발전을 도입하기 어려운 곳에 대안으로써 SMR을 활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탄소배출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SMR의 구조. 원자로 구조에서 연료봉은 아래, 제어봉은 위쪽에 위치해 있다. [출처: 기계설비신문]


SMR 기술이 가지는 리스크도 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 사고로 부터 학습한 가장 우려스러운 문제점은, 운영상의 안전 문제 혹은 노심 용융 (또는 멜트 다운)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다. SMR 안정성의 기술적 근거는 운영상에 통제 불능 경우가 발생했을 경우, 원자로가 자연적으로 안정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원자로는 모두 핵연료가 아래쪽에 위치해 있고, 노심의 반응성을 제어하기 위한 제어봉이 상단부에 설치되어 있는데, 모종의 이유로 원자로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중력에 의해 제어봉이 아래로 떨어져 연료봉으로 접속하게 되어 핵분열 반응에 브레이크를 걸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원자력 발전의 치명적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기 서술한  문제점을 제외하더라도 극미량의 방사능 누출 위험은 있으며 냉각수 처리에 대한 문제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따라서, 향후 대한민국에서 SMR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후 위기라는 더욱더 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과 SMR 기술에 대해 저울질해 나갈 것이며, 이번 4월 26일 워싱턴 선언과 함께 이루어진 한미 양국의 SMR에 관한 업무협약은 향후 2050년까지의 대한민국 에너지 생태계에 큰 변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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