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연대기 -1

이젠 나의 일부가 된 나의 실패들

by 소머

진짜 인생은 쓰린 실패들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또한 나의 모양이라고 받아들이는 점으로부터 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그려갈 수 있다.


내게 실패라 부를 만한 가장 뚜렷한 일은 첫 회사를 그만둔 후 유튜브에 1년 간 도전했던 일이다. 그때의 난 회사 스트레스로 위장병을 얻고 퇴사 결심을 한 후 뭔가 자유로우면서도 쓸모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건 혼자 가기 좋은 식당을 소개하는 일이었고, 나는 1년 넘게 서울 곳곳을 누비며 맛집을 찾아 영상을 만들었다.


비록 어떻게 수익을 낼 지는 불투명했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채널이 커지고 수익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채널은 잘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유명 맛집 유튜브가 넘치는 환경에서 혼자 가기 좋은 식당을 소개한다는 내 컨셉은 안그래도 크지 않은 파이 속에서 더 작은 시청자들을 공략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시간 동안 영상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평소 가보지 않던 지역도 많이 가보고, 새로운 음식도 많이 먹어보았다. 같은 식당을 3번 방문하고 매주 1편씩 영상을 만들었으니 참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나의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모아둔 돈이 떨어져가기 시작했고, 나는 이렇다할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금 취업해야하는 현실을 맞닥뜨렸다. 영상을 올렸던 시간동안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결과임에도 무척 힘들었다. 실패라고 인정하는 순간 과거 선택을 내렸던 나 자신도 같이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나는 공백기를 가진 채로 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었고, 다행히도 얼마간의 구직 활동 끝에 다시 어느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커리어에 집중하지 않은 시간 덕에 좋은 이직은 불가능했고 일자리를 구한 것이 다행인 정도였다.


한동안 나는 유튜브를 하던 시절을 '잠시 미쳤었던 때의 일탈' 정도로 여겼다. 처음에는 생활이 안정되면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했으나 그동안 등한시했던 현실을 마주하고 나자 그 생활을 다시 시작할 자신이 없어졌다.

왜 잘 안될 수 밖에 없었는지 수많은 이유가 떠올랐고 내 유튜브가 잘 되지 못한 건 필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어찌됐든 나는 이제 줄어든 통장 잔고와 경력을 복구해야만 했다. 반쯤은 과거 유튜브에 도전했던 자신이 밉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했다. 왜 남들 사는 것처럼 평범했던 삶을 벗어나 다른 경로로 살아보려고 했는지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 내가 왜 그런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깊게 이해하면서 언젠가 겪을 방황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과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격차가 자리하고 있었다면 차라리 그때 성장통을 겪은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유튜브를 하기 전엔 어떤 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몰랐다. 경험을 해본 후에서야 '내 눈에 필요해 보이는 것보다 세상에 필요한 것을 해야 성과가 나온다' 라는 당연한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가슴 아픈 사실도 있었다. 여러 식당을 다니면서 음식도 맛있고 모든 게 좋았는데도 얼마 안가 폐업하는 식당도 꽤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런 경험을 하며 가게가 사라지는 게 꼭 어디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권 특성 상 평일 점심은 잘 돼도 저녁과 주말 장사가 되지 않으면 영업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점조차 미리 계산해서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해보기 전엔 누구나 모르는 점이 있는 법이다. 노력으로 일구어낸 메뉴와 공간이 폐업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며 가게 문을 닫을 때의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슬펐다.


그렇게 나는 영상을 찍으면서 세상에 대해, 나에 대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무모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아직도 몰랐을 것들이다. 응원의 댓글도 꽤 많이 받았고 내 채널의 성장을 같이 바라는 구독자를 만나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큰 힘을 얻었다. 어떻게보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한땀한땀 만들어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상을 올렸던 경험이 계속해서 나를 창작자로 만드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실패를 겪겠지만, 그 실패가 끝내 쓰라리기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좌절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국 나의 일부가 되어 더 큰 세상을 알려준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지만 그렇기에 실패조차도 선명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나의 지난 실패들을 몇 번에 걸쳐 회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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