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agio Jul 22. 2021

제5장[방파제에 구멍이 났을 때 먼저 해야 할 일은?]

 옛날에, 한 소년이 길을 지나가다가 방파제에 뚫린 손가락만 한 구멍 사이로 물이 새는 것을 보았다. 소년은 허겁지겁 달려가 그 방파제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손가락으로 막았던 구멍이 밀려오는 바닷물에 의해 더 커지게 되었고, 어느새 팔뚝만 한 구멍으로 커져나갔다. 소년은 팔뚝을 넣어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았고, 어른들을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잠시 후, 소년의 시체를 발견한 어른들은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았고, 소년의 희생으로 마을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서두에 언급한 이유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교훈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인지를 파악하고, 만약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범위라고 판단되면, 즉시 팀장 또는 선임에게 문제상황을 공유해라.’라는 것이다.     



즉, 소년이 방파제의 균열을 발견했다면, 달려가서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을 것이 아니라, ‘이 방파제의 균열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판단을 하고, 해결할 수 없음으로 결론 내린다면, 즉시 달려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풀어볼까 한다.  


   

첫 회사에서 직원 조례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직원 조례는 매 월 초 아침 9시에 정기적으로 실시하였는데, 전체 임직원이 참석하는 큰 행사였다. 조례 식순에 시상이나 사장님의 인사말, 다과시간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식순 준비를 시간에 맞추어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인사총무팀 전원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팀장님이 직원 조례 준비를 위한 업무분장을 내려주셨고, 나는 음식 준비, 자리 세팅 및 노트북 세팅 등의 업무를 부여받았다.     


조례 1시간 전, 강당으로 내려가서 노트북을 세팅하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케이블을 스크린과 연결하려고 하는데, 연결이 계속해서 되지 않는 것이었다. 케이블이 문제인지, 노트북이 문제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도저히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고, 애꿎은 노트북만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빨리 팀장님이나 선임들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케이블 선을 뺐다가 다시 꼽아도 보고, 노트북 제어판 등을 건드려도 보는 등 의미 없는 움직임만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조례 30분 전, 팀장님과 선임들이 다른 곳에서 조례 준비를 마치고 강당으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팀장님이 나에게 화를 내며 물었다.


“이때까지 컴퓨터도 연결하지 않고 뭐했어요?!”     


평소에도 팀장님을 무서워했었는데, 화를 내는 팀장님의 모습은 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내 넋은 이미 달나라로 향했고, 고개를 푹 숙이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있었다.

    

“말씀해보시라고요!”  

팀장님의 2차 버럭을 듣고 나서,  나는 “노트북이 스크린에 연결이 안 됩니다..”라고 나지막하게 답을 하였다.    

 

팀장님은 노트북이 있는 자리로 가셔서 한참을 만져보시더니, “노트북 문제인 것 같으니깐, 우선 노트북부터 빌려오세요. 노트북은 우리 부서 말고, 연구소에도 있으니깐 연구소에 가서 노트북부터 빌려오세요.”라고 지시를 하였고, 조례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나는 재빨리 뛰어올라가서, 연구소에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인사총무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노트북이랑 케이블 하나 빌릴 수 있을까요?”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제발! 된다고 해주세요!!’     

미친 듯이 기도를 하였다.      


“네, 오세요. 그런데, 다음부터는 이렇게 사전에 말씀 없이 당일날 빌려가시면 안돼요..”     

연구원은 약간의 짜증 섞인 말투와 함께 나에게 답을 주었고,     

나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일날 이렇게 노트북 대여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함을 표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연구소로 뛰어갔다. 그리고, 노트북을 빌릴 수 있었다.      

빌린 노트북을 강당으로 가져가서 다시 스크린과 연결하였고, 그 결과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었으며 조례는 큰 문제없이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조례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면서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 및 개선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사태의 원인

 '노트북과 스크린이 연결되지 않음을 확인한 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사이즈의 문제인지를 먼저 파악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끙끙거리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점'이었다. 심지어 나는 컴맹에 가까울 정도로 컴퓨터에 대해 문외 안이었기 때문에, 당초 스크린 연결이 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나서 케이블 단자 연결 상태 등만 체크해보고, 그래도 연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 바로 팀장님 또는 팀원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2)향후 개선방안

문제 발생 시에 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 파악하고, ②문제를 자체 해결하겠다고 결정하였다면, Time Limit를 정하여 그 시간 안에 해결해보도록 한다. ③만약, Time Limit를 설정한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지체 없이 상급자 또는 동료에게 사실관계를 정리 및 공유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생각 끝에, 위와 같이 결론을 도출하였고, 그 중에서 개선방안의 내용은 지금까지도 내가 회사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원칙으로 삼는 프로세스 중 하나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제4장[제가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 : 제2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