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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Jul 14. 2021

제4장[제가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 : 제2부]

팀장님은 나에게 요약을 하라며 A4용지 한 묶음 분량의 자료를 주셨는데, 일전에 내가 들었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교육자료였다. 이를 사장님과 직원들이 보기 좋게끔 요약하고자 나에게 요약 업무를 맡긴 것이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막중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시에는 중책을 맡은 느낌이었다. 200페이지가량이 되는 교육자료를 읽고 요약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았다.      



생산 및 품질관리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부분과 방대한 분량을 최대한 적은 페이지에 녹여 써야 하는 부분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다행히도 해당 주제의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생산 및 품질관리 지식 부재에 대한 약점은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었다.     



문제는 분량을 줄이는 부분인데, 200페이지가량이 되는 교육자료를 10페이지가량으로 줄여보려 하니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사수에게 요약에 대한 팁을 요청하였고, “요약하실 때, 요약하는 목적과 보고를 받는 대상을 잘 생각해보세요.”라는 조언을 들었다.     



팁을 받은 대로 자료를 요약하였고, 하루 종일 진땀을 뺀 후에야 팀장님이 주신 미션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사원님, 오늘부터 2주간 OJT을 실시할 예정이니깐, 일정에 맞춰서 생산부서 견학을 다녀오시면 됩니다. 여기 일정표 드릴 테니 참고하세요.”라고 사수가 이야기하였다.     


OJT(On the Job training)이란, 직장 내 교육훈련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교육훈련을 의미하는데, 당시 회사에서는 공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약 2주간 실시하였다. 전공정에서 후공정까지 공장 전체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글에서는 편의상 (공정 A→공정 B→공정 C→공정 D→공정 E)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어쨌든 노트랑 필기구를 주섬주섬 챙겨서 사수의 안내를 받아 OJT를 받을 장소로 향했다.      



우선 공정 A 부서로 발걸음을 향했다. 문을 열어젖히고,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했다.     


신입사원의 패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자, 공정 A 부서의 팀장님(이 글에서는 편의상 'A팀장님'이라 부르겠다.)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웃으며 “네, 거기 앉으세요.”라고 하며 반겨주었다.      



간단한 티타임을 가지고 나서, 팀장님이 나에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OJT 일지 써야 하죠? 내가 쓸 내용 정리해서 줄 테니깐 그냥 앉아서 쉬다가요.”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 사람은 내가 OJT를 이유로 귀찮게 하는 게 싫었던 것이었고, 그냥 적당히 자리에 있다가 시간이 되면 네 부서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보였다.     



“아닙니다. 앞으로 인사총무 업무를 해야 하면, 공정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데 옆에서 공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A팀장님은 웃으면서

“아니, 어차피 사원님이 조색(안료를 사용한 도료들을 서로 혼합하여 원하는 색상으로 조합하는 업무) 업무를 알 수 있을 리는 만무한데, 그냥 쉬시다가 가세요.”     



그 말이 내 자존심의 스위치를 ON 해버렸다.     

“모르면 배워야겠지요? 제가 조색을 잘 알 수는 없지만, 관련해서 참고자료를 주신다면, 이 자료를 보면서 공정에 함께 참가하겠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A팀장님은 나에게 물었다.

“이때까지 우리 조색실에 OJT를 하러 신입사원들이 많이 오진 않았으나, OJT일지를 작성할 수 있게 쓸거리들만 제공해주면 다들 공정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사원님께서는 왜 이렇게까지 공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는 건가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나는 조금은 쭈뼛대며

“저는 생산관리나 품질관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합니다. 조색과 같은 화학 파트도 마찬가지고요. 팀장님처럼 조색에 대해 전문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공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인사관리업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공정 안에는 조색 업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의는 감사하나, 조색 공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라고 답하였다.     



“종습니다. 그럼 이 자료 가지고 저를 따라오세요.”라고 하며, 자료를 내게 건넸다. A팀장님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조색 업무 전반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모르는 부분들은 질문하고, 메모를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1시간 전이 되어 있었다.    


 

복귀 전, A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고, 팀장님께서는 “오랜만에 열정 있는 신입사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부서로 돌아가 OJT일지를 작성 후 퇴근을 하였다.  


   

이후, 공정 B→공정 C→공정 D→공정 E에 대한 OJT에 참가하면서, 나는 구석구석 꼼꼼히 돌아보았고, 메모하고 공정별 책임자에게 귀찮을 정도로 질문해서 그날 탐방했던 일들을 OJT일지에 녹여내고자 하였다.     



2주가 지나고 나서, 전체 공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인사총무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제가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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