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는 아침 회의가 잦았는데, 이 아침 회의는 통상 7시 30분에 시작하여 9시쯤 끝났다.
특히 수요일에는 일부 사원급까지 참가하는 회의가 열렸는데, 수요일 회의가 끝나면 인사총무팀에서는 그들의 아침밥을 챙겼고, 주로 김밥을 제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팀장님은 사장님 몰래 OO도시락 치킨마요 덮밥을 회의 참가자들에게 제공하고자 계획하였고, 우리 팀은 회의 참가자들에게 치킨마요 덮밥을 제공하기 위해서 작전명 Mission Impossible을 계획하였다.
우선, 계획은 이러했다. 우리 팀의 선임 1명이 아침 일찍 도시락 가게에 방문하여 도시락을 차에 싣고 회사로 출근한다. 8시에 출근하여 나와 선임 A가 4층에 있는 직원식당에 들어간다. 그리고, 솥에 물을 끌인 다음에, 선임 B가 도시락을 차에 싣고 회사로 출근할 때까지 기다린다. 선임 B의 전화가 오면, 주차장 부근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도시락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4층 직원식당에 도시락을 배치하고 회의가 끝나고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도시락과 함께 미리 끓여놓은 물을 인스턴트 국에 부어서 국을 보급하는 것이었다.
D-day가 다가왔고, 우리 팀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였다.
나는 큰 국통에 물을 끓이고, 선임 B의 전화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주차장 부근 출입구로 내려왔다. 차에 실려있는 도시락을 전부 내리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도시락을 직원식당까지 옮겼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사장님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을 싫어하였기 때문에 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이용하기 전에 위치한 층으로 세팅해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는 회의가 끝나고 올라오는 직원들을 위해 치킨마요 덮밥과 인스턴트 국을 보급했다.
사장님 몰래 진행했던 발칙한 행각은 2달여간 문제없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날.. 회의가 끝나고 사장님이 직원식당으로 올라오셨고, 당연히 김밥을 먹을 줄 알았던 직원들이 치킨마요 덮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는 다시 집무실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사장님은 그날 오전에 우리 팀을 불러 모았다.
"직원들 보니깐 회의 끝나고 도시락을 먹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돼요. 아침부터 그렇게 먹으면 시간도 걸리고, 밥 먹다 보면 오전에 졸릴 거고 그러면 업무능률이 떨어지잖아."
사장님의 한마디에, 팀장님은
"하지만, 사장님.. 그래도 수요일은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많고, 직원들이 다들 이른 아침에 출근하여 회의 준비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 지금처럼 이렇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게 어떨까요?"라며 조심스레 제안하였다.
그러자. 사장님께서는
"안돼, 그리고 아침에는 속이 편해야 해. 생식 같은 게 좋을 것 같은데.. 황 OO 생식 한번 알아보고, 다음 회의 후에는 직원들에게 생식을 제공하도록 합시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회의의 목적은 과연 회사가 발전하기 위한 회의인가? 그저 직원들을 질책하기 위한 회의가 아닌가? 직원들은 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회의 준비를 한 후에 7시 30분 회의에 참석할 텐데 사장은 그런 직원들을 위해서 고작 치킨마요 덮밥 하나 해주지를 못하는 건가? 이건 중소기업의 한계인 것인가, 아니면 이 회사의 한계인 것인가?'
결국, 이렇게 2달간 회의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던 치킨마요 덮밥은 생식으로 바뀔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으나, 부장님과 팀장님이 사장님을 열심히 설득하여 김밥을 제공하는 걸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회사에 대한 나의 충성도는 하락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공인노무사 수험공부를 전업(하루종일 공부만 하는 수험생을 의미함)으로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