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가을날, 품질관리팀 신입사원 채용을 준비하라는 팀장님의 지시가 있었다. 책으로만 공부했던 채용 프로세스를 접할 수 있어서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무엇부터 진행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이 회사만의 채용 프로세스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선임에게 찾아가서 채용 프로세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해 들었다.
내 첫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노멀(Normal)하였으며,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①우선, 온라인을 통해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올린다.(주로 사람인이나 워크넷을 많이 썼었는데, 사무직의 경우, 사람인을 통해 주로 모집하였다. 이전에 올린 채용공고의 form을 복사하여 붙여 넣은 다음, 현재 채용하고자 하는 Job Position이 어떻게 되는지, 자격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연봉은 얼마 정도 되는지 등을 확인하여 내용을 작성한다.) ②작성된 채용공고를 올린다. ③지원자들의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출력하고 내용을 읽어본다. ④마지막으로 지원자들의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Grade별로 구분하면 면접 전까지의 채용준비는 끝났었다.
공고를 올리기 위해서, 품질관리팀에 문의하여 채용예정인 신입사원에게 어떤 업무를 부여할 것인지와 어떤 자격증 및 학과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급여담당자에게 확인하여 신입사원 초봉 등을 공유받고 이를 정리하여 채용사이트에 게재하였다.
그리고,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확인하고 이를 출력하여 찬찬히 검토하였다. 우선적으로 품질 관련 학과인지 여부와 어떤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경험 및 경력사항은 어떤지를 확인한 후에 1차 분류를 하였고, 자기소개서를 읽어본 후에 최종 분류를 하였다.
취업 준비할 때에는 느끼지 못했으나, 채용을 준비하는 입장이 되니 확실하게 미괄식 문장보다는 두괄식 문장으로 작성하고, 단락을 나눈 자기소개서가 가독성이 좋았다. 그리고, 가독성이 좋은 자기소개서에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분류를 하여 면접을 실시할 인원을 추려서 보고하였다.
팀장님께서는 이 사람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였고,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답하였다. 품질관리팀의 의견을 반영하여 대상자를 최종 선정하였고, 면접일자를 면접대상자들에게 통보하였다.
그리고, 품질관리팀 중간관리자에게도 면접 일정을 알려주고, 면접대상자들에 대한 이력서를 공유하였다.
이제 면접 당일에 면접대상자들을 면접장으로 안내하면 나의 업무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팀장님께서는
"이번 면접 볼 때, 면접관으로 같이 들어갈 거니깐 그렇게 알고 있어요."
라며, 무심히 말을 건넸다.
"제.. 제가요?"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팀장님께 반문을 하였다. 통상, 면접관으로 말단사원을 위촉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 왜? 싫어?"
팀장님의 눈빛이 싸늘했다.
나는 "아닙니다."라고 답하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면접을 보러 왔을 때를 돌이켜보면 팀장님이 나를 면접하기 전에 내 선임이 면접장에서 나와 먼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게 면접이었다니.. 소름이 돋았다.
면접 당일날이 되었고, 면접장을 세팅한 후에 내 자리에서 업무를 보며 면접대상자들을 기다렸다. 면접대상자들은 총 5명 정도였고, 일대다 면접(위원회 면접 또는 패널 면접이라고 한다.)이었다. 그러므로, 면접대상자들의 면접시간 간격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공지하였고, 경비실에서 면접대상자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그때 회사 출입문으로 내려가서 데리고 면접장으로 안내하였다.
면접이 시작되자, 팀장님과 품질관리팀 중간관리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기 바빴다.
면접이 그렇게 끝날 무렵, 팀장님이 나에게 물었다.
"질문할 것 없으신가요?"
나는, 품질관리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내가 앞에 있는 면접대상자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난감했었다.
고민을 하다가,
"지원자께서 생각하시는 품질관리는 무엇인가요?"
의외로 질문은 정곡을 찔렀고, 면접대상자는 당황해하며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1인의 면접이 끝나고 난 후, 면접관들끼리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팀장님은 나에게 질의를 하였다.
"지금 면접 본 사람, 어떤 것 같아?"
나는 다른 면접관들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제가 품질 관련 지식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면접장을 입장할 때와 면접하는 동안의 자세 및 목소리가 자신감 있어 보이고 좋았습니다. 태도적인 측면에서는 좋아 보였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팀장님께서는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잘하고 있어. 그렇게 계속해서 태도 위주로 보라고."
라고 답하였는데, 의외의 타이밍에 듣는 칭찬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5명의 면접을 완료하였고, 완료 후에 팀장님께서는 면접장을 나가면서 나에게 면접을 참가시킨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HRM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 사무직 신입사원 채용면접은 나랑 같이 면접 볼 거야. 그리고, 현장직 면접은 당신 혼자 보고 나는 이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근거만 들을 거니깐 그렇게 알고 있어요."
나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런데,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사무직 신입사원 신입사원 채용면접과 현장직 채용을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진행하였다. 내가 채용하고자 하는 인원들은 의외로 오래 근속하였고, 퇴사 후 이따금씩 회사 안부를 물을 때도 여전히 근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되돌아보면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회사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견 또는 대기업의 경우, 인사관리 파트별로 세분화되어 있어서(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기 힘들 것이며, 만약 이번 에피소드의 경우처럼, 채용담당자로서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면접까지 볼 수 있는 경험은 신입사원의 경우 거의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글을 쓰다가 '어쩌면 HRM 전문가로 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경험도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적어도 당시에는 면접까지 들어가게 하는 그 회사가 싫었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