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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Feb 20. 2022

제15장[멘붕(멘탈 붕괴)]

 나는 멘탈이 약한 편이었다. 그러므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지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비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조심하면서 매사를 대비해도 운명이란 놈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운명은 이따금씩 내가 열심히 쌓아놓은 '조심'이라는 방파제를 그저 비웃듯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무너뜨려 버렸다.


 나는 그럴때마다 더 높고 견고하게 '조심'이라는 방파제를 쌓아올리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였고,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특히, 노무사 시험을 불합격하고 패잔병의 신분으로 사회에 복귀한 나는 더욱 내심(內心)이 약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OO병원 인사팀 합격은 무너져 있는 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시발점이되었고, 매사를 조심하며 자존감을 re-building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운명이라는 놈은 그런 내 모습에 심술이 났었던 것 같다. 


 OO병원 입사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내 멘탈이 붕괴되어 버린 사건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였고, 내 사수가 나에게 


"선생님, 오늘 직원채용면접이 있는데, 제가 오전회의를 가야해서요.. 면접위원 수만큼 지원자들의 제출서류를 복사하여 준비해주세요."

라며, 나에게 꽤나 많은 양의 서류를 건네주었다.


 복사하여 분류할 서류들은 많았으나 시간도 20분 남짓 남았으니 제 시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아무런 걱정없이 일에 착수하였다.


 우선, 원본서류들을 편하게 복사할 수 있도록 지원자들의 서류에 박혀있던 스테이플러심들을 제거하고 이를 복합기에 집어넣어 복사를 실시하였다.


 그런데, 복사하고 있던 중 문제가 발생하였다.


 잘 작동되던 복합기가 갑자기 계속해서 에러가 뜨는 것이었다. 용지가 부족한지 확인하였으나 용지도 넉넉하게 들어있었고, 걸림현상이 있는지도 확인하였으나 문제가 없었다.


 우선, 침착하게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전 회사에서도 복합기가 에러나는 경우, 종종 해결했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복합기 에러를 해결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복합기는 말을듣지 않았다. 에러를 잡은 뒤에 다시 복사를 하고있으면 얼마지나지 않아 같은 에러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아.. 망했다.'


순간 그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당연히 제 시간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으로 바뀌고 있었고, 사무실에 아무도 없으니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자리를 비웠던 팀장과 팀원들이 들어왔다.


"뭐야, 아직도 안했어? 뭐하고 있었던거야!"


팀장의 호통이 이어졌고, 멘탈이 붕괴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서 우두커니 그들을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사과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머릿속은 하얘지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면접시작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팀 전체가 모여서 사태를 수습하고자 하였다.


그 광경을 보던 팀장의 입에서


"어떻게 저런게 들어왔지?"


라는 그 말은 내 마음 속에 비수로 꽂혔고, 자존감을 바닥치게 만들었다. 


 다행히 팀원들이 서류 복사 및 분류를 도와준 덕분에 시간에 맞추어 면접자료 준비를 완료할 수는 있었으나, 이런 간단한 일조차 처리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났고 어떤 일이든지 잘하지는 못해도 무난하게는 처리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떻게 저런게 들어왔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내 몸이 부스러져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이 부스러진채로 그 날 하루를 버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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