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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Jul 05. 2022

제16장[인수인계와 마니또(1)]

 나는 일전에 있었던 직원채용면접 준비를 하면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실수를 회사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우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였다. 


 가장먼저 출근하여 문을 열고 사무실을 청소하는 기초적인 것들부터, 일손이 필요한 회사 사람들을 보게되는 경우, 긴급한 업무가 없는 한 지체없이 도와주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가장 중요하나 많은 이들이 놓치는 '인사'라는 것을 절대 게을리 하지 않았고, 무엇이든 배우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 때 그 사건에 대한 실수를 만회를 하고자 계속해서 노력하였고, 그 결과 조직 내에서는 그 사건이 '묻혀지는 듯' 했다.


 이와 동시에 본격적인 인수인계가 시작되였고, 내가 맡게 된 업무는 문서수발, 근태, 채용보조에 대한 것이었으며, 통상 신입사원급의 인사담당자가 수행할만한 수준의 업무범위가 분장되었다. 첫 회사에서도 HRM(Human Resources Management)과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업무를 수행한 경험은 있었으나, 그 경험 자체는 미약한 수준이었다. 


 또한, 첫 회사에서 실무를 통해 배웠던 부분들과 겹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으며, 실무적인 처리방식도 다소 다른 부분들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사수가 나에게 해주는 인수인계 내용을 놓치지 않기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래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당시에 나는 '운이 좋게도', 인수인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체감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 회사에서 입사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직속 사수가 영업팀으로 부서이동함에 따라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사수에게 메뉴얼 하나를 건네받는 것으로 인수인계를 갈음하였고, 나는 메뉴얼이 있으니 이를 보며 업무를 수행한다면 별일 없을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넘어갔었다. 


 그러나, 역시 안일한 생각은 늘 훗날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수는 퇴사를 하였고, 원청 주관으로 하청업체 종합평가가 실시되었고, 회사 인사관리 실적을 입력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하청업체 종합평가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은 바 없었으며, 심지어 평가에 입력하여야 하는 대내 및 대외 교육기록 정리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서 사내 문서창고를 미친듯이 뒤지고, 종합평가 입력방법 등에 대해 평가기록을 전부 입력할 때까지 계속해서 원청에 전화하여 질문하여 겨우 끝낸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인수인계를 적극적으로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뼈져린 후회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수의 한마디, 업무시범 하나 하나를 메모하고 미친듯이 질문하였다. 


 그렇게 치열하게 인수인계를 받고자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무를 숙지하는 것은 어려웠다. 특히나 이전 회사와의 규모차이가 있다보니 처음 접하는 개념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회계연도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A to Z를 인계받을 때에는 진짜 머리가 터지는 경험을 했었다.


'아.. 진짜, 이렇게 사람 머리가 터질 수도 있겠구나..'


이런 공상에 빠지면서 인수인계에 치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지원부서의 인원들이 전부 회의장에 모이는 일이 발생하였다. 


나는 내 사수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질문을 하였다.


"왜, 모이라는 거에요? 무슨 일 있어요?"


 사수는 나에게, 회사의 전통(?)적인 행사가 있어서 부른 것이니 너무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조금있다가 회의실에 원장님께서 들어오셨고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 행사는.. '마니또'라는 행사였다. 현재 20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지도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학창시절 부터 즐겨하던 놀이였기 때문에 이 행사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마니또는 기본적으로 제비 뽑기 등을 하여 지정된 친구의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것으로, 상대 몰래 옆에서 도와주는 놀이를 의미하는 데, 포인트는 '들키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마니또 놀이였기 때문에, 내심 흥미로웠다. 이 곳의 마니또 행사는 조금 특별했는데, 제비뽑기를 통해 뽑은 인원을 마니또 기간동안 몰래 도와주고, 마니또 기간이 끝나는 날 회의실에 모여서 마니또를 뽑은 쪽지를 공개하며 마니또에게 자신이 구입한 선물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를 하는 행사였다.


 인수인계로 지친 나에게, 마니또 행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새로운 이벤트는 늘 내 삶의 활력소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마니또라는 것이 원래 '들키면 안된다.'라는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며 나가갈 수 있어서, 이를 계기로 회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이번 마니또 행사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 나는 의욕을 불살랐고, 내차례가 되어 제비를 뽑았다.


 그리고, 나는 얼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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